쌍용건설 M&A 향방은?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쌍용건설(회장 김석준)의 매각 일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김석준 회장의 경영권 향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우리사주조합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회장직을 유지해왔지만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사주조합이 채권단과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부분도 김회장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의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면 보유 지분율이 1.4%에 불과한 김 회장이 자연스럽게 물러나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쌍용건설의 매각 일정과 김 회장의 거취를 전망해 본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우리사주조합, 우선매수청구권 포기 “회사발전이 먼저”
외국계 기업 2곳 참여…본입찰서 대기업 참여여부 관심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쌍용건설이 최대 관심 기업이 되고 있다. 지난 13일 마감된 예비 입찰에는 독일계 엔지니어링그룹 ‘M+W’와 영국계 ‘퀀텍’, 홍콩계 ‘쉬온’ 등 외국계 회사 3곳이 참여하면서 유효경쟁이 성립됐다. M+W는 앞서 2월 진행된 예비입찰에도 단독 응찰했지만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 매각 주관사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3곳에 대한 서류를 검토한 후 M+W와 쉬온을 최종 입찰대상자로 선정됐다. 퀀텍은 준비부족 등의 이유로 탈락했다. 캠코는 약 한달간의 실사를 진행한 뒤 다음달 중순께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2008년 동국제강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작업이 진행됐지만, 동국제강이 자금난 등을 이유로 중도에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입찰에는 자금력과 인수목적이 확실한 것으로 알려진 외국계 회사가 참여했기 때문에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캠코도 오는 11월까지 매각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최종 인수 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퇴직금 부어 회사 살린 직원들

쌍용건설은 외환위기 이후 모기업인 쌍용그룹의 부실채권을 떠안으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03년 3월 ‘2년 연속 50% 이상 자본잠식 기업은 퇴출시킨다’는 규정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이에 쌍용건설 전 직원은 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해 마련한 320억 원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20%의 지분을 확보하며 회사를 살렸다. 당시 직원들은 주당 2000원대인 주식을 주당 5000원에 매입했고, 채권단은 워크아웃 조기 종료를 조건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우리사주조합에 준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주조합의 우선매수청구권은 인수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24.72%의 지분을 확보하면 보유 지분과 우호지분 등을 합쳐 지분율이 50%가 넘는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쌍용건설 직원들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경영권 행사보다 회사 매각과 함께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그동안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20%에 달했던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도 꾸준히 감소해 현재는 12%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쌍용건설의 한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에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지만 회사의 발전을 위해 과감히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를 살리기 위해 퇴직금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직원들 가운데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이 감소하는 것은 정년퇴직 등으로 인해 조합에서 탈퇴한 직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경영권 노린 전략적투자자

故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김석준 회장은 만 30세의 나이에 쌍용건설 사장으로 취임한 국내 최장수 건설사 CEO로 꼽힌다. 또 지난해 쌍용건설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을 완공한 것을 비롯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것은 김 회장이 인맥과 추진력, 리더십 등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쌍용건설 직원들도 김 회장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1999년 외환위기로 인해 급여지급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태에서도 김 회장을 떠나지 않았고, 회사가 워크아웃으로 청산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회사를 살렸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지분과 ‘우선매수청구권’은 김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이번 매각 일정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면서 김석준 회장의 경영권도 위태롭게 됐다. 이번 쌍용건설 매각 입찰에 참여한 회사 2곳 모두가 재무적투자자가 아닌 전략적투자자로 인수에 성공할 경우 직접 경영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M&A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더라도 당분간 김 회장이 CEO로 중용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결국은 물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쌍용건설 M&A 본입찰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한 외구계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M+W는 현대그룹과 함께 현대건설에 뛰어든 전례가 있다. 또한 모 대기업이 쌍용건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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