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들의 은밀한 사생활’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승려 도박사건 파문’에 이은 대한불교 조계종 승려들의 폭로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조계종에서 제적당한 성호스님이 ‘승려 도박사건’을 고발한 이후 종단 지도부에 대한 거친 발언들을 쏟아냈다. 고위직 승려들이 룸살롱을 출입해 성매수를 하고 숨겨 놓은 부인까지 있다는 추가 폭로를 이어간 것이다. 조계종은 성호스님의 폭로전에 성호스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한편 그가 과거에 저지른 성폭행미수사건, 외제차 구입과 사찰 재정 유용 등 과거 행적을 공개했다. 승려 도박사건으로 불거진 불교계 갈등이 추가폭로와 고소ㆍ고발로 이전투구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가운데 성호스님이 또 다른 핵폭탄급 폭로를 예고하고 나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가 드러난 이후 폭로 배경을 둘러싼 설도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불교계는 이번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 종단 집행부 인사들의 비리가 담긴 불교계를 흔들만한 폭로가 터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108배를 올리고 있다. 자승 총무원장은 최근 소속승려들의 억대 도박파문과 관련해 참회의 뜻을 밝히고 100일 동안 108배 참회정진을 시작했다. <뉴시스>

성호스님 성매수·은처 의혹 제기 vs 조계종 성폭행 미수·공금횡령 주장
자승스님·불교계 진보 인사·자금 관련 폭로일 것으로 전망

‘승려 도박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조계종 총무원 출신으로 종단에서 멸빈(승직 박탈)된 성호스님이 조계종 스님들의 도박 동영상을 공개하고 검찰에 고발하면서부터다. 성호스님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파문 당사자들이 카드 도박을 하면서 술, 담배를 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담겨 파문이 일었다.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호스님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명진스님과 자승스님의 ‘룸살롱 성매매’를 추가 폭로한 것. 또 성호스님은 “조계종 원로원 중 호적상 결혼한 분도 있으며 부인을 숨겨놓은 승려도 많다”며 “외국에서 포커로 몇 백억씩 잃은 스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계종도 성호스님의 비구니 성폭행 및 외제차 소유, 사찰 직원 폭력 및 공금 횡령 등을 주장하는 한편 성호스님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해 맞불을 놓았다. 총무원은 “성매수 발언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총무원은 또 성호스님의 사법관련 사안 자료의 공개를 통해 “2004년 12월 사찰에서 비구니 스님을 성폭행하려다 저항에 부딪히자, 스님의 모친을 밀어 넘어뜨리고 스님을 들어 올려 땅바닥에 내리친 후 실신한 스님의 복부를 수차례 밟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성호스님은 “비구니 성폭행 미수 관련 소송건은 비구니가 종단의 강요를 받은 것”, “외제차는 은사 스님께 할부로 사드린 것”, “폭력 건은 정당방위고 횡령건은 사실무근”이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핵폭탄급 추가 폭로’ 내용은?

이처럼 폭로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는 성호스님이 ‘핵폭탄급 폭로가 더 있다’고 경고하며 자승스님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나서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호스님의 핵폭탄급 폭로는 ▲자승스님에 관한 폭로 ▲불교계 진보 측 인사에 대한 폭로 ▲자금 관련 폭로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자승스님에 대한 폭로를 할 것으로 예측되는 데는 성호스님과 자승스님, 총무원 사이의 오랜 악연 때문이다. 성호스님은 “자승스님이 두 차례 변조한 승적을 내세워 당선됐기 때문에 총무원장의 당선은 무효”라며 2010년 3월부터 총무원장 당선 무효 소송 등을 여러 차례 제기해 왔다. 잇따른 소송으로 갈등을 빚어오다 조계종 승적을 박탈당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조계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2001년 조계사 고위직 승려들이 서울 강남 룸살롱에 출입한 이른바 ‘신밧드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며 자승스님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성호스님은 “불교의 핵심은 자비인데 종단 대표인 총무원장은 조폭보다 무자비하게 3번씩이나 멸빈과 제적 징계를 줬다”고 말했다.

또 성호스님은 지난 15일 검찰조사에 앞서 추가 폭로에 자승스님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함에 따라 자승스님에 대한 추가 폭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성호스님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조계종이 제적 징계를 줘 억울해서 하는 것”이라며 깊은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성호스님은 불교계 보수 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인사다. 성호 스님은 그동안 “조계종에서 ‘종북 좌파’를 척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으며 평소에도 ‘실천불교전국승가회를 척결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특히 이번 도박사건의 당사자인 전 조계사 주지 토진스님과 부주지 의연스님 모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소속이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여러 사회 현안에 대해 진보 입장에서 앞장서 목소리를 내왔다.

성호스님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불교계 종북좌파 인사들에 대해 폭로할 것”이라며 “스님이 스님답게 살아야 하는데 정치인들에게 놀아나서 청정한 스님집단을 정치집단으로 만드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호스님은 이어 “이 같은 불교계의 행태를 단죄하고 뿌리 채 뽑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추가 폭로는 핵폭탄 급”이라면서도 구체적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핵폭탄을 함부로 공개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성호스님은 불교계 자금 관련 비리에 대한 폭로도 할 것으로 보인다. 성호스님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추가 폭로 내용에는) 횡령과 관련된 것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앞서 고발 이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승려들의 도박, 음주, 음행, 횡령, 은처(숨겨둔 부인)가 고위층에도 존재하며 그에 관한 자료, 사진, 동영상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측은 “지금 드러난 현상에 대해서만 대응할 것이며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것에 대해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폭로 배경 놓고 ‘설’ 분분

이번 사건의 폭로 배경에 설도 분분하다. 이 중 성호스님과 현 총무원의 갈등과 함께 ‘계파 간 갈등’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곪아오던 계파 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 그동안 계파는 조계종 내홍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김영국 전 조계종 총무원장 종책특보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님 도박 동영상 유출은) 자승스님을 중심으로 한, 현 총무원 집행부 내부의 갈등 탓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하반기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둔 폭로일 가능성도 맥락을 같이 한다. 선거를 앞두고 각 계파는 이해관계 챙기기를 위한 ‘물밑경쟁’을 하는 등 불협화음이 일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파문으로 계파정치를 이끌었던 화엄회·법화회·무량회·보림회·무차회 등 5개 계파 중 도박 사건 연루자인 토진, 의연 스님이 소속된 무차회가 해체 선언을 한 데 이어 보림회도 해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계파 역시 계파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져 5개 계파가 와해돼 현 조계종 총무원을 구성해온 ‘연합정부’가 사실상 해체되게 됐다.

종단 내부에서는 백양사 주지 선임을 둘러싼 갈등에서 이번 사건이 비롯됐다는 분석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양사 현 주지 해임과 새 주지 임명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불거진 정치적 갈등이 사건의 발단으로 꼽히고 있다. 의연스님은 몰래카메라 설치 목적에 대해 ‘백양사 후임 방장·주지에 대한 원로들의 대화 녹취’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지난 5일 조계사 주지에서 물러난 토진스님은 백양사 출신으로 방장스님이 후임주지로 지명한 진우스님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성호스님은 현 주지인 시몽스님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두고 ‘기획 폭로’라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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