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1부는 24일 이병목(89)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 10여명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각각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일본은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규범적 인식을 전제로 일제의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을 한반도와 원고 등에게 적용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며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충돌하므로 그 효력을 승인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었기에 일제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의 기업재건정비법에 의해 1950년 해산된 구 미쓰비시와 피고 미쓰비시, 구 일본제철과 피고 신일본제철은 각각 그 실질에 있어 동일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피고 회사는 원고들의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일본의 재판소나 미국 법원의 판단과 달리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관점에서 피해자들 청구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일본 측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라며 “파기환송 후 사실심에서 원고들의 승소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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