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대위 SNS 대통령 비난, 국방부대 진보당 갈등

국방부, 통합진보당 거치지 않고 검찰 통해 요청

진보당 “수습조차 힘든 상황 맞고 싶은가”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트위터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한 현역 육군 이모 대위(28)가 상관모독죄로 국방부로부터 기소 당했다. 하지만 사건 이후, 국방부 관계자의 ‘통합진보당 내 현역 군인 확인 발언’이 국방부와 진보당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국방부는 “진보당 명부에 현역군인이 포함돼 있으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진보당 명부를 압수한 검찰의 협조를 받을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당원명부를 민간 검찰이 먼저 분석한 뒤 현역이 포함돼 있다면 협조해 받아야 한다. 군 검찰, 법무관련 기관에서 필요한 사항은 기초정보로 주고받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진보당의 동의 없는 내부정보 확인 여부가 논란을 낳자 [일요서울] 확인 결과 군은 “명부 확인과 관련돼 추가 진행상황은 현재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진보당은 이 대위가 진보당 소속임이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국방부 발언을 크게 문제 삼고 있다.

지난달 31일 통화에서 진보당 이정미 대변인은 “(명부 확인은) 절대로 안 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기관 스스로 헌법 정신을 위배하겠다는 얘기다”며 국방부를 비난했다.

 
 
군7단 보통검찰부가 SNS를 통해 대통령을 비난한 이 대위를 기소했다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달 29일 밝혔다. 상관모욕죄(군형법 제64조 2항)혐의다. 이 대위는 지난해 12월부터 트위터로 김모씨와 논쟁하면서 인천공항 매각과 BBK 의혹, KTX 민영화, 내곡동 땅을 주제로 대통령을 비난하는 트윗을 15건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대위는 국방부가 SNS 가이드라인을 제작 배포한 후에도 트윗을 올렸다.
 
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군인이 상관인 군 통수권자를 비난하는 것은 군의 기본질서와 기강을 저해하는 행위이므로 제재돼야 할 사안”이라며 “기강 유지 차원에서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 비난글의 내용을 물었던 지난달 30일 TV 인터뷰 때도 “입에 올리기 민망하다. 장교가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낯부끄러운 내용이 많다”는 답변으로 사태 심각성을 강조했다. 트윗 내용은 “가카 이 XX 기어코 인천공항 팔아먹으려고 발악을 하는구나”, “지금 남북관계의 경색은 MB정부의 대북 XX외교가 한몫을 하고 있죠” 등이다.
 
김 대변인은 ‘상하 관계를 배제한 채 국민이 정책 비판을 한 것뿐’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이 군의 최종 통수권자이지 않는가. 대통령의 정치적인 의미는 민간인도 생각할 수 있지만 군에서는 군령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다”며 상관모독죄 적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다른 곳에서 또 한번 불거졌다. 김 대변인이 진보당 당원 명부에 현역 군인이 포함돼 있다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발언했기 때문.
 
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나온 ‘당원 명부에 현역이 포함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두고 “현역 군인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으므로 검찰이 현역 군인의 이름이 있는 명단을 넘겨줄 경우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보수층, 진보 압박할 기회?
 
김 대변인은 한 발 더 나아가 “(현역이 가입돼 있을 시) 대학교 때 가입했다가 잊어버리고 입대했을 수도 있고, 군 간부로 있으면서 가입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그에 맞는 법과 규정에 따라 대처할 계획”이라고 보탰다. 명단을 넘겨받은 이후의 상황까지 제시한 것. 일부 언론에 의하면 국방부 몇몇 고위 관계자들은 “검찰에 강력히 요구해서라도 명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선처는 사병에 국한된 것으로 장교는 문제가 다르다”며 가입돼 있는 것을 알고서도 탈퇴하지 않았거나 활동 경험이 있는 간부에 대한 선 긋기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국방부 내부 취재지원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당원 명부 확보’와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는 바가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관계자는 “29일 이후로 발전된 얘기가 없다”며 “협조가 되면 확인해서 조치할 것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관계자는 ‘공식으로 요청하면 명부를 받을 수 있나. 검찰이 불응한다면 대응책이 있나’, ‘명부 확인은 국방부 내 주된 목소리인가’ 등의 질문에도 “사실관계가 확인 안됐다”고 답변했다.
다만 관계자는 ‘명부 확인 요구는 왜 커진 것인가. 이 대위가 당원임이 의심되고 있나’의 질문에 “아니다. 왜 불거졌는지 모르겠다. 진보당의 국회 입성과 종북 세력 등이 이슈화 된 시점에 맞춰 나온 것이 아닐까”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진보당 이정미 대변인은 이번 ‘명부 확인 요구’가 진보당의 근간을 흔들려는 국방부 내 보수 세력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통화에서 “진보당이 선거 절차 과정에서 문제를 겪는 상황에 보수 세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로부터 명부 확인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이다”며 “진보당 근간을 흔들려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또한 이 대변인은 “대위의 대통령 비난 사건은 진보당과 일절 관계가 없다”며 “헌법에 있는 정당의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발상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만약 명부가 넘어간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질문에는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의 명부도 없지 않은가. 명부 요청이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일어난다면 수습하기 힘든 상황에 이를 것이다”고 답했다.
 
 
국방부, 대위와 진보당 간 연결고리라도 봤나
 
끝으로 이 대변인은 ‘현역 군인이 진보당 내에 존재한다면 문제라고 생각하나’의 질문에 “현재 그렇게(현역 군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진보당은 전부터 교사, 공무원의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추구해왔다. 법적 규제 아래 묶여있지만 교사, 공무원의 정당 활동 기본권이 조성돼야한다”고 말했다.
 
중간 입장에 놓인 검찰은 국방부의 당원 명부 요청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는 태도다. 검찰 관계자는 “명부를 넘겨주는 특별한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협조 요청이 와도 넘겨주기는 어렵다”며 “요청만으로 넘겨줄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비례대표 선출 과정을 제외한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것.
한편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 대위가 군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위 어머니가 한 언론과 인터뷰에 ‘이 대위가 군 검찰 조사를 받던 지난 3월 12일 수면제 10알 가량을 삼켜 자살을 기도했다’는 내용을 전한 것.
 
이 대위는 조사를 받으면서 우울증이 심해져,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 대위는 ‘제주기지 자체는 찬성하는데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으로 김씨와 설전을 벌이다가 현역 장교임이 처음 드러났다. 이에 김씨는 이 대위를 기무사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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