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사망’ 진위여부 가려질까?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4조 원대 다단계 사기극을 벌인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망을 둘러싼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과 검찰이 조희팔 사망을 놓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경찰은 ‘조희팔은 죽었다’는 입장인 반면 검찰은 조희팔 사망이 명확히 규명될 때까지 수사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앞서 경찰은 지난달 조희팔이 중국 현지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조희팔에게 사기당한 피해자들은 ‘위장 사망 가능성’을 잇따라 제기하며 경찰발표를 신뢰하지 않았다.

조희팔 사망과 관련된 의혹이 계속해서 불거지자 경찰은 조희팔 유족으로부터 조희팔의 뼛조각을 입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조사를 의뢰하는 등 재조사에 들어갔다.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꾼’으로 불리는 조희팔이 자신의 사망마저도 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드러난다면 경찰은 성급히 수사를 종결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만간 수사 마무리 vs 검찰  조희팔 수사 계속 진행

경찰, ‘조희팔 뼛조각’ 확보…유골 진위여부 조사 착수


조희팔의 사망을 두고 ‘진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1일 조희팔이 지난해 12월 18일 중국의 한 호텔에서 지인 등과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 뒤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희팔의 호구부(주민등록증), 사망증 운전면허증, 여권, 사망증명서, 화장증, 응급진료기록증과 국내에 매장된 묘지 등을 통해 조희팔이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 발표에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들의 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연대(이하 바실련) 측은 “경찰 측에서 제시한 증거는 조작된 흔적이 많다”며 위장 사망 가능성을 제기하며 “조희팔 밀항을 도왔던 최측근으로부터 조희팔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언을 들었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바실련 측은 또 “조희팔 사건의 수사 주도권이 검찰로 넘어가자 위기를 느낀 경찰이 조희팔 사망설을 서둘러 발표한 것”으로 “경찰과 검찰이 수사개시권을 가운데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이라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조희팔 사건을 두고 검·경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한 것. 


DNA검사, 의혹 해소하나?

조희팔 사망을 둘러싼 의혹과 경찰의 성급한 수사 종결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자 경찰은 “조희팔 사망이 위장됐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며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에도 불구하고 의혹의 불씨가 꺼지지 않자 경찰은 조희팔의 유골 일부를 확보해 유골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조사에 착수했다. 당초 경찰은 화장한 유골에서는 DNA를 검출할 수 없다는 국과수 의견을 토대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지는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말 조희팔 유족들이 국내의 한 납골당에 안치한 유골과 추모용으로 별도 보관하고 있단 뼛조각을 입수해 국과수에 DNA 조사를 의뢰했다.

조희팔의 아들이 가로 1cm, 세로 3cm 크기의 뼛조각을 따로 수습해 뒀다 지난달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지난달 말 국과수에 뼛조각을 보냈으며 DNA 조사는 한 달 정도 걸려 이달 말쯤 조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조희팔 유족이 경찰에 제출한 뼛조각에서 DNA가 제대로 검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의 뼛조각이 신체 어느 부위의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화장 과정에서 유전자 감식에 필요한 DNA와 RNA가 모두 파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조희팔 뼛조각에 대한 미토콘드리아 DNA 검사를 통해 조희팔 사망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인류 화석의 연원을 추적할 때 사용되기도 하는 미토콘드리아 DNA 검사는 죽은 세포나 미량의 시료에서도 추출이 가능한 방법이다. 생명력이 긴 만큼 화장과 같은 고온에서도 살아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어 경찰은 이를 통해 의혹을 일시에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염기 서열은 모계 혈족의 유전자로 유전되는 특정 때문에 친계를 비롯한 모계의 염기 서열까지 함께 분석해야 한다. 이에 경찰은 DNA 검사를 위해 조희팔 두 자녀의 모리카락과 외조카 유모씨의 머리카락을 제출받은 상태다.


조희팔 사망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현재로선 DNA 검사가 유일하나, DNA 검사를 통해 뼛조각이 조희팔의 것으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조희팔이 자신의 사망을 조작할 목적으로 경찰에 뼛조각을 넘겼다는 또다른 의혹이 불거질 공산이 높다.

바실련 측은 “한국 정서상 화장한 유골의 일부를 유족이 집안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경찰측에서 조희팔 사망의 근거로 내놓은 뼛조각을 비롯한 증거자료들이 유족으로부터 나왔다는 점도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공식 입장은 ‘조희팔은 죽었다’ 이지만 조희팔의 살아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며 “조희팔 사망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뒤늦은 조희팔 뼛조각 DNA 검사 발표에 피해자 측은 “경찰이 의혹이 불거지고 나서 뼛조각에 대한 DNA검사를 하는 등 늦장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실련 측도 “검찰이 조희팔 사건 공범을 구속 기소하는 등 조희팔에 대한 수사 의지를 보이자 경찰 측이 뒤늦게 DNA 검사를 벌이는 등 재조사에 들어간 것”이라면서 “경찰은 수사를 서둘러 종결하려고 하고 있고, 검찰은 수사 의지를 표출하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이지 않는 검·경 ‘반목’

조만간 경찰은 조희팔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희팔 사건은 주범 조희팔이 소재지 불명 등으로 기소중지된 상태”라며 “기소 중지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찰 사건이 아닌 검찰 사건화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또 “대구지방경찰청은 2008년 조희팔 사기사건 당시에 대한 사건 수사를 하고 있고, 본청인 경찰청은 조희팔 일당이 밀항 후 범죄은닉자금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본청에서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그 이후에 이를 반박하는 발표나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희팔이 사망한 것이 경찰의 공식적 입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경찰 발표 이후인 지난달 31일 조희팔과 공모해 유령 회사를 차려놓고 투자자 1만6000명으로부터 총 1조5515억 원을 발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최모(55)씨와 강모(44)씨를 구속기소하는 등 수사의지를 드러내왔다.


조희팔 사망설과 관련해 검찰 측은 “조희팔이 실제로 사망했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아 이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며 “대검찰청 국제협력단과 협조해 조희팔 자금관리총책에 대한 검거와 범죄 수익금 환수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며 조희팔 사건에 대한 수사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바실련 관계자는 “조희팔의 실질적 자금관리인인 강태용이 중국에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검찰 측에서 강태용 검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조희팔 사망을 철저히 확인하지 않고 성급히 발표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다 조희팔 비리리스트와 관련해 경찰 간부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경찰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검찰 측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반대로 적극 수사 의지를 표명하는 등 사실상 ‘경찰 때리기’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조희팔 사건의 범죄수익금 환수를 위해 검찰과 경찰의 공조수사가 적극 필요한 상황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검·경간 입장차를 보여 향후 조희팔 사건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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