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동생 박찬구 회장에게 졌다

 
- 동생은 조기졸업, 형은 여전히 재무약정… 자존심 구긴 경영성적표
- 금호아시아나 지분 두고 서로 물고 물리는 형제…자율협약 향방은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이하 재무약정) 연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직 그룹에 속한 금호석유화학(회장 박찬구)만 이례적으로 재무약정을 조기졸업하는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금호석화는 곧 은행권 공동관리(자율협약)까지 졸업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앞서가는 동생에 대한 박삼구 회장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그 현황을 들여다봤다.

금호家 ‘형제의 난’의 주인공이었던 삼남인 박삼구 회장과 사남인 박찬구 회장은 마무리되지 않은 계열분리를 두고 줄곧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금호석화 재무약정 조기졸업은 동생의 약진이 형의 자존심에 충분히 금을 긋는 상황이다. 앞서 박삼구 회장이 사재까지 털어 금호산업ㆍ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해도 이루지 못한 조기졸업이기 때문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진=뉴시스>

사재 털어 유상증자 참여해도 못 이겼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달 21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그룹 내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먼저 있었던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이어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도 발벗고 나선 것이다.

금호타이어 유상증자는 총 1730억 원 규모로 박삼구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등 3명이 제3자 배정 대상자가 됐다. 증자 대금은 박삼구 회장이 573억 원, 박세창 부사장이 557억 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600억 원으로 박 회장 부자는 1130억 원을 들여 6.63%(문화재단 포함 10.1%)의 지분을 확보했다. 2010년 감자로 대부분의 보유지분을 잃었다가 다시 지분을 가지게 된 셈이다.

앞서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겠다고 공언한 후 박세창 부사장과 함께 2200억 원을 투입해 14.52%의 지분을 가져왔다. 금호산업은 이번 유상증자로 박삼구 회장 외 6인이 금호산업의 개인 최대주주로 올랐음을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중 금호석화만 재무약정을 조기졸업함으로써 박삼구 회장의 체면은 여지없이 구겨졌다. 특히 주채무계열 중 우량계열사를 제외하고 부실징후를 보이는 계열사들만 따로 재무약정을 연장하는 것은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주채무계열 전체의 재무위험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개별이 아닌 전체가 한꺼번에 약정을 맺는 것이 관례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석화의 실적 개선이 괄목할 만한 수준이라 해도 그룹에서 홀로 재무약정 조기졸업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며 “알려진 바와 같이 금호의 계열분리가 아직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수장인 박삼구 회장은 상당히 심기가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지분매각 문제로 다시 잡음 이나

또한 금호석화는 재무약정 졸업뿐 아니라 은행 공동관리인 자율협약까지 졸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박삼구 회장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행장 강만수)이 “금호석화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자율협약 졸업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신경을 쓰는 눈치다.

현재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로 지분 12.61%를 가지고 있다. 만약 금호석화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분리는 좀 더 뚜렷한 양상을 띠게 된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 측이 “금호석화의 계열분리는 아시아나 지분 매각 이후 결정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우는 반면 금호석화 측은 “당분간 아시아나항공 지분매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석화가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을 하루빨리 매각하기를 원하고 있다. 원래 친족 간 계열분리 요건은 지분 3% 미만을 보유하는 것으로 앞서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화 지분을 전량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금호석화 측은 계열분리를 원하고 있으면서도 당장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내키지 않아 하는 눈치다. 금호석화가 재무약정에 이어 자율협약에서도 자유로워지면 자사의 독자 노선을 구축하기 더욱 쉬워지는데도 망설이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석화가 그토록 계열분리를 주장하면서도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을 선뜻 매각하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면서 “주식 가치가 조금이라도 더 올랐을 때 팔겠다는 계산과 금호아시아나 측이 원하는 것을 굳이 빨리 해줄 필요가 없다는 속내가 혼재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예회장 7주기 추모식은 형제별로 두 번?

한편 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기일이던 지난달 23일 전후에는 추모식이 두 번 열리는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전날인 22일은 박찬구 회장과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보, 당일인 23일에는 박삼구 회장과 고인의 부인인 마거릿 스칼렛 박 여사를 주축으로 추모 행사가 이뤄졌던 것이다. 그야말로 금호家 ‘형제의 난’이 남긴 뿌리 깊은 앙금이 어디까지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상황이다.

때문에 양측이 3세 경영에도 슬며시 시동을 거는 가운데 향후 계열분리와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매각을 두고 ‘3세의 난’이 일어날 가능성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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