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 재단이사장, 백낙청-함세웅 등 재야원로 연쇄 접촉

[일요서울|조기성]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사재를 출연해 만든 기부재단인 안철수재단이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재단 이사장을 맡은 박영숙 이사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박 이사장이 지난 2월 안철수재단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재단 일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안 원장의 정치 참여를 둔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시각들이 존재한다.

박 이사장이 최근 시민사회세력과 전현직 의원들은 물론이고 원로 인사들에 이르기까지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재단 이사장으로서의 행보가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철수재단은 김현숙 안랩 중국법인 대표(상무)를 재단 실무 총괄을 맡을 사무국장에 선임하면서 실질적인 재단 운영은 김 사무국장이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숙 사무국장은 안랩 창립부터 함께 회사운영을 이끌어 온 안 원장의 최 측근이다. 안 원장이 김 사무국장을 재단으로 영입한 자체가 박 이사장이 재단 외에 다른 역할을 수행하길 바라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래포럼에서 안철수 만나다

안철수 원장과 박영숙 이사장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 원장은 박 이사장에 대해 “박 고문(박영숙 이사장)을 2004년께 한 포럼에서 처음 만났다”며 “은퇴하시면서 사시던 집까지 기부를 하시는 등 실천을 보여주신 분이고, 많은 분들이 추천도 해주셨다”고 소개했다.

안 원장이 ‘한 포럼’이라고 이야기한 포럼이 바로 ‘미래포럼’이다. 2004년 12월에 발족한 미래포럼에는 안철수 원장(당시 안철수연구소 대표)과 박영숙 이사장(당시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외에도 강지원 변호사, 방송인 김미화, 김순진 21세기여성CEO연합회장, 남승우 풀무원 사장,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당시 유한킴벌리 사장), 박주현 변호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당시 변호사),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이보영 이보영아카데미 원장, 이용경 전 창조한국당 의원(당시 KT 사장), 장흥순 서강대 교수(당시 벤처기업협회장), 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회장, 정구현 카이스트 교수(당시 삼성경제연구소장) 등 15명이 발기인으로 참가했다.

현재에도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즐비하다. 박영숙 이사장이 미래포럼 이사장직을 맡고 있고, 조형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등이 공동대표를, 강지원 변호사가 감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김상희 전 민주당 의원과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문국현 전 대표,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 등이 정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포럼을 함께 한다고 해서 정치적 동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아가고자 하는 공동목표를 위해 함께 운동을 해온 회원들과 끈끈한 연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 “안 원장이 직접 포럼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박 이사장을 통해 시민사회 세력이라든가 박원순 시장, 문국현 전 대표 등과의 연결 고리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미래포럼의 발제자 혹은 토론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2005년에 김상희 전 의원이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로 전문가 주제 워크숍을 가졌고 박원순 시장이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자격으로 공개포럼에서 발제를 맡기도 했다.

또한, 2008년엔 도올 김용옥 선생이 창립3주년 특별포럼에서 발제를 맡았고, 한나라당 비대위원을 역임한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안철수 원장이 공개포럼에 함께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박원순 시장이 발제자로 또 나섰고,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이 토론자로 나서기도 했다.

백낙청 등 재야원로들과 깊은 인연

박영숙 이사장은 최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문규현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대표 등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박 이사장이 백낙청 교수와 문규현 신부를 만난 것으로 안다”면서 “워낙 이전부터 함께 뜻을 모아오시던 분들이니 자연스럽게 (안철수 원장)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겠나”고 말했다.

박영숙 이사장과 백낙청 교수는 지난 2007년 대선 정국에서도 야권후보 단일화 촉구 등 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또한 박 이사장과 백 교수는 함께 시민평화포럼 고문을 맡기도 했다. 시민평화포럼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석태 공동대표, 조영선 운영위원, 이오영 감사)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이용선 공동대표, 이종무 운영위원), 한국여성단체연합(김금옥 운영위원), 참여연대(김민영 운영위원), 녹색연합(김제남 운영위원), 한겨레평화연구소(김연철 운영위원), 녹색교통(민만기 운영위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승환 운영위원), 평화네트워크(정욱식 운영위원),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하승창 운영위원)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참여한 포럼이다.

박원순과도 고리 역할

박영숙 이사장은 안철수 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연보다 훨씬 더 일찍 박 시장과의 연을 맺고 있었다.

시민사회 단체 주변에서는 박 이사장과 박 시장을 ‘시민운동 1세대’로 분류한다. 시민운동 1세대에는 최열 환경재단 상임대표와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 윤준하 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이 있다.

박 시장과 안 원장의 직접적인 인연은 지난 2008년 9월 안 원장이 박 시장이 주도했던 아름다운재단 이사로 참여하면서 가시화됐지만, 그 이전에 박 이사장이 중간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가에서는 “지난 2007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시민사회의 이른바 ‘시니어 그룹’에서 만들어진 ‘희망포럼’의 과거 활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희망포럼에 참여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원래 희망포럼이 밀던 인사는 박원순 시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박 시장이 끝까지 고사하고, 대안으로 생각했던 정운찬 당시 서울대 총장도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어쩔 수 없이 모임을 주도하던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가 출마를 하게 된 것이다”고 밝혔다. 바로 박 이사장이 희망포럼의 공동대표를 맡았었다. 박 이사장은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고문을 맡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은 안 원장 대선 행보에 가장 든든한 우군인 것만은 분명하다.

박 시장은 최근 안 원장 대선 출마시 지원 여부와 관련 “안 교수가 확고하게 저를 지원했으니 저도 당연히 지원하겠다”며 “서울시장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지원의 방법에는 한계가 있지만 할 수 있는 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를 안철수재단 이사직에 앉힌 것도 박원순 시장과의 인연의 끈을 이어가기 위함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박영숙은 누구

안 원장 대선 행보(?)에 실질적 역할을 하고 있는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 여성운동계에서는 독보적 인물이다.

일제 강점기인 1932년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이화여대 영문과 재학시절 대학생 YWCA 회원으로 활동하다 당시 YWCA 고문이던 박에스더의 권유에 따라 졸업 후 YWCA 청년부 간사로 사회 운동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32세의 나이에 상근 총무가 되며 YWCA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기독 여성운동에 매진하던 그는 민중신학의 창시자인 안병무 전 한신대 교수(1996년 작고)와 결혼하면서 사회운동쪽으로 활동범위를 넓혔다.

박 전 이사장은 이후 YWCA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소비자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 노동운동을 주도했다.

1987년 13대 대선을 앞두고 평화민주당에 입당해 김대중 총재를 도왔고 이듬해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평민당 비례 1번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가족법과 남녀고용평등법, 탁아법, 윤락행위방지법 등이 그가 제·개정한 주요 법률들이다.

난립하는 골프장 문제와 모토로라 노동조합 설립투쟁, 대구 페놀 유출사건, 원진레이온 직업병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의정활동을 펼쳐 관심을 모았다.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사회활동을 꾸준히 벌였다.

사단법인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이사장을 시작으로 사랑의 친구들 총재,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여성환경연대 으뜸지기, 미래포럼 이사장, 희망포럼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사재를 털어 세운 재단법인 ‘살림이’에서 자신이 자신을 고용하는 형태로 일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살림이는 안병무기념사업위원회의 재정지원과 여성단체, 사회적기업의 자립을 돕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고 있다.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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