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간 한나라당 출신과 현 지킴이의 대결… 승자는?

▲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좌)과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우)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오는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여권은 대선 경선룰로 시끄러운 가운데에서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반면, 야권은 수많은 잠룡들이 본선보다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예선전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야권의 많은 대권주자 가운데 민주통합당 내 ‘빅3’로 꼽히는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1차 예선(당내 경선)을 거쳐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서울]은 여권의 상수인 박근혜 전 위원장과 야권의 4인(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안철수)에 대한 대선 가상대결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박근혜 ‘표 확장성’ 관건… 손학규 ‘중도이미지’ 강화

새누리당은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후보를 현행 당헌·당규대로 8월 20일에 확정하기로 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친박 지도부’가 결국 ‘마이웨이’를 선택한 것이다.

황우여 대표 등 지도부는 경선룰에 대한 결정을 보류, “대선후보자들 간에 경선룰 변경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후보 등록일(7월 10~12일)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에서 현행 룰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비박 3인방’인 김문수, 정몽준, 이재오 등은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지 않을 시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만큼 예상대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후보로 ‘추대’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민주통합당은 유력 대권주자들의 잇따른 출마선언으로 야권의 대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까지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의 3파전이 예고된 가운데 최근 손학규 고문의 광폭행보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손 고문은 그간 모호한 어조를 통해 중립적 위치를 견지하며 비켜가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더욱이 정치권의 관심이 문재인-김두관 두 유력주자에 집중되면서 적잖은 소외감을 받았던 그다. 그런 손 고문이 최근 대선출마 선언과 함께 공세적 입장을 본격화함으로써 선거전은 더욱 뜨거워졌고, 새누리당과 반대로 다양한 후보군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 경선은 흥행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박근혜의 소신정치… ‘불통’이었나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바로 원칙과 소신의 정치를 펼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철학과 원칙에 반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으려 든다. 그렇기 때문에 타협 역시 쉽지 않다.

박근혜 전 위원장과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가 보여준 대선후보 경선룰은 그의 뚜렷한 원칙과 소신에서 비롯됐지만 국민들에게는 되려 ‘불통’의 이미지가 굳혀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 29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의 일관된 원칙이 불통 이미지로 보였다면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 뒤 “모든 게 실이 있으면 득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 일로 박 전 위원장의 이미지에 상당한 상처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도 이날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박 전 위원장이 비박주자들에게 귀 기울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은 관용과 포용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준 것”이라며 “과도한 원칙주의는 오히려 불관용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 전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에서 그를 지지하는 고정 지지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 그러나 양날의 칼과도 같아 ‘유신의 딸’이라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박 전 위원장의 이러한 약점을 꼬집으며 대선을 앞두고 연일 박 전 위원장을 압박하고 있다.

MB와 차별화 전략… ‘통했다’

이명박 정권의 여러 실정과 비리의혹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한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집권당의 유력 대권후보임에도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비켜남으로써 그의 지지율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때부터 MB정권과 선긋기를 시도했으며, 4월 총선을 전후로 이를 본격화했다. 이미 당을 장악한 그였기에 친이계 의원들은 철저하게 배제했으며, MB정권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 17대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한 몸에 받았고, 이는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핸디캡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MB정권 실정에 대한 인식이 박 전 위원장에게 전이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한 선거를 치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내 경선이 고비… 손학규 ‘컨텐츠’ 강조

17대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규칙을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다툼을 벌인 끝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민주통합당으로 자리를 옮긴 손학규 상임고문은 현재 또 한 번의 당내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김두관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손 고문은 현재까지는 다소 약체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직설화법 구사 등으로 지지율이 반등, 당내 경선에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손 고문은 여타 후보에 비해 정치경험이 풍부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지녔다는 점에서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손 고문의 핵심측근은 29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손 고문을 대하는 국민들의 반응이 좋아 졌다”고 전한 뒤 “당내 유력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정치경력이나 현장경험이 풍부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그의 강점을 치켜세웠다.

이어 “문 고문과 김 지사가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그들의 이미지 때문”이라며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에서 비켜간 점도 이들의 지지율에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경선이 본격화되면 준비된 대선후보라는 점에서 손 고문의 지지율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 문재인 고문이나 김두관 지사를 뛰어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도 넘어야할 산이다. 그런 점에서 손 고문은 정책 대결을 강조하고 있다. 현장에서 경험해온 정치경력과 정책을 토대로 ‘이미지’가 아닌 ‘컨텐츠’로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손 고문이 내건 캐츠 프레이즈는 ‘저녁이 있는 삶’이다. 이 안에는 노동, 경제, 복지, 교육, 삶의 질 모든 것이 내포돼 있다.

한나라당 출신이력… 손학규의 본선 경쟁력은?

손 고문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주홍글씨처럼 붙어 다닌다. 이는 그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출신이란 점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민주통합당에서 적잖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으로 옮겨온 뒤 당대표를 역임, 대선 패배로 인한 상처를 추스르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2년간의 강원도 칩거생활을 접고 지난해 4월 재보선에 출마, 새누리당 텃밭인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물리치고 여의도에 복귀한 뒤 또 한 번 당대표를 맡아 민주통합당 출범을 이끌었다.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정치인생이다.

손학규 고문의 큰 강점 중 하나는 ‘중도이미지’다. 더욱이 경기와 충청 그리고 강원 지방에서 적지 않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중부권에서의 승부도 가능하다.

손 고문의 최측근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지지율이 가장 높지만, 표의 확장성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차피 ‘49대 51’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다 나왔다고 본다”며 “나머지 표를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안정감 있는 손 고문에게 중도층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도 “박 전 위원장과 손 고문이 본선에서 맞붙을 경우 오히려 손 고문이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 실장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며 “보수적 성향을 가진 분들 가운데 박 전 위원장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손 고문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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