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의 농가 창고에서 청주 수동성당으로 옮겨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표지석이 머물 곳을 또 다시 잃을 처지에 놓였다.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시민위원회(이하 추모위)에 따르면 추모위는 지난 12일 청주시 상당구 수동 천주교 수동성당에 표지석을 설치했다. <뉴시스 4월15일 보도>

하지만 성당 측에서는 설치 당시부터 표지석을 옮겨 줄 것을 추모위에 요구했으며, 최근에는 21일까지 표지석이 옮겨지지 않으면 임의로 옮기겠다고 통보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를 방증 하듯 성당 측에서는 지난 16~17일 사이 성당 한 켠에 설치된 표지석에 회색 덮개를 씌운 것으로 추모위는 밝혔다.

추모위는 당초 뜻대로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던 청주상당공원에 표지석 설치를 희망하고 있지만 청주시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어 상당공원 설치도 어려울 전망이다.

청주시의 찬성으로 표지석의 상당공원 설치가 결정돼도 보수단체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아 이 또한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표지석이 21개월 동안 머물렀던 농가 창고로 다시 옮겨지는 것도 창고 주인이 강력히 반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표지석은 머물 곳이 없는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추모위 관계자는 "성당 측에서 표지석의 임의 철거를 통보해 왔다"면서 "현재로써는 표지석이 머물 마땅한 장소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청주시에 여러 차례 상당공원 설치를 요청했지만 시민 여론수렴이 필요하다며 명확한 답을 미루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추모위는 시민들의 성금으로 만든 표지석을 상당공원 설치를 추진했지만 청주시와 보수단체의 반대로 수동성당에 임시 설치했다가 일주일 만에 청원군 오창읍의 한 농가 창고로 옮겼다.

이후 추모위는 단재 신채호 선생 사당과 청남대에 표지석 설치를 추진했지만 충북도와 청원군이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청주시민의 성금으로 제작된 추모 표지석은 지름 1m 가량의 반원형 좌대 위에 높이 75㎝, 폭 60㎝ 크기의 자연오석으로 제작됐다. 표지석 앞면에는 노 전 대통령의 얼굴 그림과 추모글, 뒷면에는 어록과 추모제 등이 기록돼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