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단상 위를 펄쩍 펄쩍 뛰며 폭력 국회의 상징이 됐던 ‘공중부양’ 강기갑 전 의원이 통합진보당 새 대표로 취임했다. 4·11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과 종북 논란으로 침몰 직전까지 몰린 통진당의 운명이 그의 양 어깨에 걸렸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거듭 나야하는 진보정당의 절체절명의 과제를 강기갑 대표가 해결해 낼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 대표에게는 국회 폭력도 서슴지 않는 열혈 투사의 모습과 한복 차림의 소박한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이미지가 겹쳐 있는 탓에 기대와 우려가 혼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강 대표는 선거 초반에 조직력이 강한 구당권파 후보에게 고전했지만 온라인 투표와 ARS모바일 투표에서 앞서 예상 밖의 큰표차로 승리했다.

강기갑 대표의 당선은 당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막판 기회를 잡았다고 본다. 현재 통진당이 당면한 가장 큰 혁신과제는 정체성의 재정립과 민주적인 당 운영 방식이다. 그동안 통진당 안에는 정체불명의 무조건적인 북한 옹호세력들이 존재했다. 세상이 웃고 있는 3대 권력세습 까지를 지지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는 철저히 외면했다. 4·11총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어처구니없는 당내 민주주의 수준이 국민을 경악케 했다.

국민과의 약속대로 문제된 의원들의 출당을 마무리 하는 것을 시작으로 총선 당시의 부정 백과를 밝혀야 할 것이다. 관련 사건의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막판 기회를 잃지 않고 투명성 확보를 이룰 것이다. 시대는 21세기인데 통진당의 정체성이나 민주주의 수준은 5공시절을 넘지 못 했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 생각이다.

시대에 관계없이 노동자, 농민,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진보적 정당은 있어야 한다. 현실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도 진보정당이 할 역할이 마땅히 있다. 종국적으로 강기갑 지도부는 진보의 재구성을 추진함으로써 진보정당의 생명력을 높여야 한다. 진보정치의 밀알이 된다는 심정으로 재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해 한국 진보정치의 미래를 열어야 할 터이다.

강 대표가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대중이 변화를 요구한다면 이것을 숙명으로 여기는 것이 당연하다. 이 쇄신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과제는 자신들이 누구를 대표하는지를 재정립하는 일일 것이다. 강 대표가 말한 “세상을 먹여 살리는 진보정당”이 되는 길은 소외층의 비정규직, 미조직 영세 노동자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정당으로의 탈바꿈일 것이다.

새 지도부 선출을 계기로 당원 모두가 이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 강기갑 새 대표 출현이 만신창이가 돼버린 당을 추스를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진보세력은 강기갑 당대표-심상정 원내대표 체제 신당권파의 당 운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당원과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빨리 대한민국 정통 진보로서의 제자리를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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