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여름나기는? “전력대란 막아라”

▲ 외환은행은 정부의 에너지 절감 시책에 동참하는 취지로 외환은행 본점에 설치된 대형 디지털 미디어보드(DMB)의 가동시간을 축소 운용하고 있다.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에 전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도 지난해 9월 겪었던 대규모 블랙아웃 사태를 다시 겪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4년 만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등 전력대란이 우려됐지만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아직까지는 무사한 상황이다. 기업들도 다소 숨을 돌리고 있지만 다음달 초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반팔셔츠에 노타이의 ‘쿨비즈’ 의상은 이미 일상화됐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등의 기본적인 캠페인 활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기업들의 여름나기 활동을 살펴봤다.

폭염특보 속 전력대란 우려… “무조건 줄여라”
산업용 전기료 인상 막기 위한 ‘꼼수’ 지적도

정부의 정책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무실에서 마음껏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일부 직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전력대란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체적인 에너지 절약 활동에도 팔을 걷었다. 오후 2~5시 전력피크 시간대 의무 절전을 시행하거나,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 전기용품 코드를 뽑고, 낮에는 조명을 소등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TF팀 만들고 전사적 캠페인 벌여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절약 대작전(So Kool SK!)’에 돌입하며 전력대란 극복에 동참했다. SK이노베이션 및 계열 3사 경영진을 포함한 전 임·직원이 ‘뽑기(플러그), 풀기(넥타이), 걷기(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끄기(점심시간 조명 및 컴퓨터) 및 지키기(적정 실내온도)’ 활동에 참여하며 에너지 절약에 나서고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전력 사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심야 시간대의 전력을 활용해 한밤중에 얼음을 만들었다가 대낮에 얼음을 이용해 차가운 공기를 만들어 내는 빙축열 냉방시스템도 이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전력난에 대비하고 있다. 조업부서는 자체적으로 부서 및 공장 에너지절감 목표달성 계획을 세우고 신규 절감 항목 발굴과 에너지 절감 실적 관리를 통해 에너지 절감 실행력 강화를 추진한다. 또 ‘스마트 인더스트리’를 통해 전력뿐만 아니라 가스·열 등의 모든 에너지의 흐름과 사용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포항·광양제철소는 각 공장별로 비효율적인 활동들을 최대한 줄이고 조업 시간대 조정을 통해 전력비용 절감에 성공했다.

포스코는 또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컴퓨터 절전기능 사용, 조명 절전, 3층 이하 계단 이용 등 에너지 절약 활동이 확산되도록 힘쓰고 있다. 또 포항제철소의 경우 매주 월요일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날로 지정해 직원들의 에너지 절약을 독려하고 있다.

시원한 특별간식으로 사기 진작

삼성그룹은 오는 9월까지 ‘3S(Smart Summer Save)’ 캠페인의 일환으로 복장 자유화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 현장의 에너지 절약 활동도 활발하다.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공장에서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연속가동이 불가피한 공장을 제외하곤 오후 2~5시 전력 피크 시간대에 의무 절전을 시행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매일 온도를 측정해 28.5도 이상이면 점심시간을 30분, 32.5도 이상이면 1시간 각각 연장한다.

현대차그룹도 절전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 ‘하절기 근무복 드레스코드’를 시행 중이다. 서울 양재동 본사와 국내 영업본부 근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6월 11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노타이, 노재킷, 여름용 반팔 셔츠 등을 권장한다. 또 무더위 속에 일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매일 오후 3시경 아이스크림, 수박화채, 얼음 미숫가루 등을 특별 간식으로 제공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LG전자는 ‘전사 에너지 절약 태스크’를 운영하면서 에너지 절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LG전자 창원공장에서는 공장 내부를 돌아다니며 손실되고 있는 에너지를 직접 찾아 해결하는 에너지 감시단이 운영된다. 10여 명의 감시단원들이 24시간 교대로 공장 내부를 살피면서 전기와 스팀 누설을 점검한다.

이밖에도 두산중공업은 전력사용 피크시간대 각 공장의 가동 시간을 조정해 전력 사용량을 분산시키고 있다. 동국제강은 인천제강소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국내 최초의 ‘에코아크’ 전기로를 도입했고, 동부하이텍은 반도체 생산라인의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냉각 공기와 물을 보관해 재활용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본점에 설치된 대형 디지털 미디어보드(DMB)의 가동 시간을 일일 5시간 축소 운용하면서 에너지 절감에 동참하고 있다.

이랜드, 에너지 낭비로 과태료 처분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활발한 에너지 절약 노력이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막아보려는 ‘꼼수’라는 의혹도 나온다. 정부는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용 전력의 ‘원가 회수율'(전기 생산비용 대비 전기 요금 비율)이 지난해 기준 87.5%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력사용량 상위 20개 기업이 전체 산업용 전기의 30%를 사용하는 실정인데, 동일한 비율로 할인해주다 보니 전체 할인 혜택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돌아가고 있다.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1일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전기요금을 더 할인해주는 등 두텁게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도 실정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가 에너지 과소비 영업점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대기업 계열의 의류 매장이 문을 연 채 에어컨을 틀고 영업하다 적발돼 도마에 올랐다. 서울 중구청은 지난달 초 냉방기를 가동한 채 문을 열고 영업한 이랜드그룹 패션 브랜드 로엠 명동점에 대해 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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