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갈래길에 놓인 박영준 ‘왕차관’

[홍준철 기자]= 19대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출마자들의 마음이 바쁘다. 달라진 총선 환경 때문이다. 역대 선거를 보면 중앙당에서 내리꽂은 ‘낙하산 인사’, ‘명망가’ 등이 전략공천으로 선출직에 당선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최근 재보선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명망가라고 할지라도 지역과 연고가 없을 경우엔 당선이 쉽지 않음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9대 총선 출마자들의 조기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도 그 중 한명이다. 지난 총선에서 대구·경북 지역에 출마하려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 이후 출마의 뜻을 접고 청와대행을 선택했다. 하지만 MB 정권이 임기말로 치달으면서 국회의원 출마 카드를 재차 꺼내들었다. 늦어도 5월말이면 본인이 출마할 지역구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내년 19대 총선 출마를 위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전 차관이 출마할 지역은 3곳 중 한 곳이 될 전망이다. 그 중 한 지역이 지난 18대 총선에서 출마를 준비한 대구 중구 남구 지역이다. 주호영 의원과 함께 유일하게 친이계인 배영식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이 지역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중구 남구 출마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본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북보다는 대구, 그중에서 출마의 뜻을 뒀던 중남구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 중구 남구 지역은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박창달 자유총연맹 총재가 출마 채비를 마치고 터를 닦아놓은 상황이다. 박 전 총재는 ‘대통령 복심’이라고 불릴 정도로 MB와 친분이 깊다. 또한 ‘조직의 달인’이라는 별칭처럼 2007년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직전 당 대표로서 당내 영향력이 컸던 박근혜 후보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대의원 표를 얻게한 장본인이다. 당시 박 전 총재는 당원·대의원 중심의 ‘한국의 힘’ 대표였기 때문이다.


‘왕의 복심’ vs ‘왕차관’ 대결 벌이나?

만약 박 전 차관이 중구 남구를 부득이하게 선택할 경우 친이계의 분열 양상도 표출될 수 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던 선진국민연대와 한국의 힘(현 뉴한국의 힘) 대표가 맞붙는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박 전 차관이 ‘독단적인 인사 전횡’에 ‘영포회’ 등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 중용으로 두 단체간 갈등이 쌓인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박 총재는 “박 전 차관이 공식적으로 어디에 출마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대구·경북 출마는 기정사실이겠지만 아직까진 더 두고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또 다른 지역구로는 친박 이인기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경국 칠곡·고령·성주 지역구다. 이 지역은 박 전 차관의 고향으로 출마설이 끊이질 않던 지역이다. 무엇보다 지난 총선 당시 친이계 KT S씨 현역인 이인기 의원을 물리치고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던 지역이다. 하지만 이 의원이 공천탈락했음에도 ‘친박 무소속 연대’로 출마해 S씨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이후 이 의원은 당시 ‘생환’한 다른 친박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한나라당으로 입당했다.

이 의원실에선 박 전 차관의 출마에 대해 “언제든지 환영”이라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이 의원실에선 “만약 박 전 차관에게 공천을 주기위한 모종의 작업이 이뤄진다면 18대 총선처럼 당을 탈당해서 무소속이라도 출마할 것”이라며 배수진까지 쳐 놓았다.

박 전 차관입장에선 이 의원과 경합도 중요하지만 KT S씨와의 교통 정리도 필요하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부터 꾸준하게 지역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경북 성주 출신으로 칠곡에서 중고를 나온 S씨 역시 지역 ‘토박이’로 인지도가 높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 주변에선 연임을 위해 동분서주 뛰고 있는 L씨를 포기시키고 S씨를 회장으로 교체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교통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왔다. 이럴 경우 박 전 차관은 S씨 조직을 물려받고 이 의원과 공천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제2의 안희정’ 되나 촉각

하지만 L씨가 그동안 ‘낙하산 천국 KT’라는 불명예를 무릅쓰고 MB 정권에 몸 담고 있던 인사들을 받은 만큼 쉽게 연임을 포기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출마 지역으론 친박 서상기 의원이 있는 대구 북구을 지역이 거론되고 있다. 박 전 차관이 나온 칠곡 초교가 서 의원 지역구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령의 나이에 서 의원이 정치인 성향이 강하지 않고 과학기술인으로 해볼만한 지역구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실제로 박 전 차관은 서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으로 출마할 경우를 대비해 북을 지역구 출마설을 흘린 바 있다. 하지만 서 의원이 중도에 포기함으로써 박 전 차관 역시 뜻을 접어야 했던 지역이다.

서 의원실 역시 박 전 차관의 출마설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서 의원실에선 최악의 경우 박 전 차관이 공천을 받더라도 ‘왕차관’에 MB 정권의 실세에서 ‘친박 성향의 젊은 간판’을 내세울 경우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텃밭’인 대구에서 MB vs 박근혜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박 전 차관이 승리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친박 진영에선 박 전 차관이 ‘총선 출마’ 자체를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역대 대선 공신들중 2인자 역할을 한 인사들이 임기말에 ‘각종 의혹’에 휩싸여 공천은 둘째치고 ‘철창행 신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노태우 ‘박철언’, DJ ‘박지원’, 노무현 ‘안희정’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친박계 대구 출신 한 인사는 “이를 잘 아는 박 전 차관이 뱃지를 달려고 고군분투하는 배경”이라며 “뱃지를 달지 못할 경우 박 전 차관이 갈 곳은 감옥 뿐이 없다”고 박 전 차관의 총선 출마 이유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한편 박 전 차관의 측근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게 없어 말할 게 없다”며 “분명한 것은 대구·경북 지역에 출마할 것이고 5월말까진 결정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차관은 당분간 마음의 정리를 하면서 어느 지역으로 출마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ariocap@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