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4개월 남은 2012광복절, 무슨 이슈 꺼낼까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년 8ㆍ15 경축사를 통해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취임 첫해인 2008년엔 ‘저탄소 녹생성장’을, 2009년에는 ‘친서민 중도실용’, 2010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공정사회’와 ‘공생발전’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외쳤던 이 아젠다들은 ‘공염불’에 불과했고, 오히려 반대 현상만 가중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4년간의 국정운영 아젠다들을 살펴보고 마지막 광복절 기념사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지에 대해 전망해봤다.

2008 ‘저탄소 녹색성장’

이 대통령은 2008년 8ㆍ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종합적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해 법적 제도적인 기틀을 마련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녹색성장위원회 및 녹색성장 기획단을 출범시켰다. 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등 녹색성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하지만, ‘녹색성장’의 지난 4년간 성과가 낙제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민간 환경연구소의 평가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분석 자료를 보면, 정부가 저탄소 경제를 강조했지만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07년 5억8880만t에서 2009년 6억760만t으로 오히려 크게 늘었으며,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은 2007년 2.37%에서 2010년 2.61%로 다소 증가했으나 선진국에서 인정하지 않는 폐기물 소각 에너지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졌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2007년과 2010년 모두 96.5%에서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1인당 물 사용량과 폐기물 발생량도 증가 추세에 변화가 없으며, 육상생태계도 경지면적과 산림면적에서 감소 추세가 이어졌고,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 동식물 수도 늘어나 모두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졌다.

2009 ‘친서민 중도실용’

이 대통령은 2009년 8·15경축사를 통해서는 ‘중도 실용’과 ‘친서민’ 정책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서민들이 집을 가질 수 있는 획기적인 주택정책을 강구하고, 소득·고용·교육·주거·안전 등 ‘민생 5대 지표’를 새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 정책과 관련, “분열과 갈등을 뛰어넘어 화합과 통합의 구심력을 만들어내려면 중도 실용의 길을 가야 한다”며 “중도실용은 우리가 둘로 나누어보았던 자유와 평등, 민주화와 산업화, 성장과 복지, 민족과 세계를 모두 상생의 가치로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제시한 중도실용 노선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에 제시한 MB노믹스와 상충했다. ‘줄푸세’ 정책, 즉 세금은 줄이고 규제를 풀며 법질서를 세운다는 MB노믹스는 바로 감세, 규제 완화, 사유재산 질서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여전히 MB노믹스의 핵심인 종부세 인하, 금산분리 완화와 파생금융상품 허용과 같은 금융시장 규제 완화, 4대강 사업 등의 정책은 지속되고 있다. 이 정책은 부자, 재벌, 금융자본가, 수도권 건설 대기업에 유리한 친부자 정책이고 빈민, 노동자,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일자리, 생활과 사업을 악화시킬 우려가 큰 반서민 정책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금융위기와 환경파괴를 초래할 위험이 큰 정책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결국 입으로는 친서민을 표방했지만 정책적으로 구체화된 것은 ‘미소금융’ 등 일부 서민금융대책에 국한됐다. 대학학자금 문제도 대학생들에 대한 융자를 확대하겠다는 데에 그쳤다. 서민들을 더 ‘빚’의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결과만 낳고 있다.

2010 ‘공정사회’

이 대통령은 2010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선 ‘공정사회’라는 아젠다를 꺼내들었다. 이 대통령은 “첫째,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이고 둘째, 개인의 자유와 개성, 근면과 창의를 장려하고 셋째, 패자에게도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라고 세 가지 측면의 공정사회를 말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어디까지나 ‘말잔치’에 불과했다. 실제 특임장관실이 전국 16개 시도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무려 7명 이상이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우리사회의 공정성 평가’에서 “별로 공정하지 않다” 57.6%, “전혀 공정하지 않다” 14.9%로 부정 평가가 무려 72.6%에 달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해 “별로 공정해지지 않았다” 53.3%, “전혀 공정해지지 않았다” 19.9%로 나타난 것도 ‘공정사회’를 화두로 내건 이명박 정부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공정한 사회와 구현을 위한 정부의 노력 평가’에 대해서도 “노력하지 않음”이라는 응답이 51.4%에 달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공정사회’ 구호는 말잔치에 지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했지만, 지금까지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 관련자는 알려진 것만 해도 무수히 많다.

2011 ‘공생발전’

이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선 ‘공생 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을 집권말기 새로운 국정철학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2009년 ‘친서민 중도실용’, 2010년 ‘공정사회’에 이어 ‘공생발전’ 또한 국민들과의 실질적인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말 잔치’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생발전’을 뒷받침하는 정책이나 법률안 제, 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총리조차 “현 정부가 공정사회와 공생발전에 대한 실천 의지와 능력이 모두 의심받는 게 사실”이라며 “이 대통령이 이에 대해 결연한 의지를 보였는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정 전 총리는 “7% 성장, 1인당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국 달성이 MB 노믹스의 목표로 고환율·저금리 정책이 거기서 나왔고 대기업이 혜택을 봤지만 세 가지 목표는 달성된 게 없고 물가는 치솟았다”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이 커지자 동반성장과 균형발전의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정부·여당 사람들이 ‘딴지’를 걸어 제대로 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감세 등 이른바 친기업 정책을 과감히 밀어붙인 결과 양극화는 심화했고 서민들의 삶은 더 곤궁해졌다.

경제 성장의 과실은 대기업 등 소수에게 몰리고 국민 대다수의 입에선 “못 살겠다”는 한숨이 떠나지 않았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추상적 개념에만 매몰된 탓이다.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는

이 대통령이 올해 8.15광복절 경축사에서는 ‘경제’를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임기가 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꺼내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지지율 반등을 노렸다는 점에서 깜짝 카드를 내어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지난 10일 독도를 전격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배경에는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되는 등 측근비리 문제가 불거지고, 인천공항매각과 4대강 사업 등 정책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며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추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이야기다.

<위키리크스> 문건에 의해 이 대통령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교과서에 싣겠다는 주장에 대해 일본 측에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한일군사정보협정’을 국회 동의 없이 체결하려던 것도 드러나면서 ‘친일 논란’까지 일었지만 독도 방문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독도 방문 이후 이 대통령이 자신의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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