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례-김노식부터 현영희 김영주까지…

▲ <뉴시스>
“17대에선 돈을 안갖다 줘서 밟힌 사람이고 18대에서 돈을 줬으면 (지역구 의원이)됐다”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18대 새누리당 비례대표 A 의원의 한(恨) 섞인 말이다. 19대에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이 인사는 ‘특별당비’라는 명목하에 금뱃지가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개탄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현영희 비례대표 의원 ‘공천 헌금’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4억 원 상당의 돈을 건네고 금뱃지를 산 의혹을 받고 있는 현 의원에 대해 국회는 크게 놀라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여의도 정가에선 ‘돈을 주고 금뱃지를 사고 파는’ 것은 오랜 관행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에 불거진 금품 로비 의혹 역시 ‘빙산의 일각’이라는 데 토를 달지 않는다.

이미 18대 총선에서도 친박 연대 양정례 김노식 전 의원이 수십억원의 돈을 주고 뱃지를 사 당선 안정권인 비례대표 1, 3번을 받았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비례대표 공천을 빌미로 30억 원을 받은 비리로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19대에선 선진통일당의 김영주 비례대표 의원 역시 ‘50억원 차입금 제공을 약속하고 뱃지를 달았다’가 고발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자유선진당 비례 대표를 했던 박선영 전 의원 역시 최근 공천 파문을 보면서 “정당이 교회도 아니고 무슨 헌금을 내냐”며 “공천헌금이 아니라 공천 뇌물이 맞다”고 고발했다. 이어 그는 “비례 1번부터 10번까지는 얼마, 11번부터 20번까지는 얼마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고 회고했다. 급기야 그는 동료의원들로부터 “돈 한푼 안 내고 비례대표가 됐다고...”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결국 비례대표로 된 전국구 의원이 ‘전(錢)국구’라는 불명예스런 오명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돈을 주고 받는 배경’에는 권력을 좇는 인사들의 정치적 야망이 ‘특별당비’라는 여의도 직행 티킷을 접하면서부터 유혹에 시달린다. 현 선거법상 정당이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은 넓게 4가지다. 후원금, 기탁금, 당비, 국고보조금이다. 기탁금이 넓은 의미의 당비이고 정당은 정자법상 후원금을 모을 수 없어 국고보조금과 당비로 당 살림을 꾸려나가야 한다.

이중에서 ‘마약’처럼 활용되고 있는 게 ‘특별 당비’다. 특별 당비에 대해선 금액의 제한이 없어 중앙당의 유용한 정치자금 모금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 선거가 있는 해에는 ‘특별 당비’를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당원도 아닌 사람이 비례대표 공천권을 보장받는 배경에 열이면 아홉이 특별 당비를 내고 뱃지를 단다고 보면 크게 틀리 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특별 당비가 투명하게 회계처리 되고 중앙당과 당원들의 지역구 활동에 보탬이 된다면 정당 정치 활성화 차원에서 나쁘지만은 않다. 지역구민들을 위한 선의의 자금으로 쓰여 진다면 돈 많은 인사들의 특별당비를 굳이 정당이나 당원이 마다할 리 없다. 하지만 이런 돈이 당이나 당원 지역구민들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가거나 특정 정치인에게 흘러들어가는 것이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례 공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밀실 공천’이 아닌 ‘시스템 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공천 권한을 중앙당이 아닌 당원들에게 돌려주거나 유권자가 직접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 공천을 선거에 임박해서 발표하지 말고 총선 3개월 전 명단을 공개해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