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기록물 이관, 준비 작업 돌입
김대중 전대통령(DJ)의 퇴임 직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대통령 기록물은 모두 15만건에 달했다. DJ정부의 공과를 담은 기록들은 이전 역대 정부의 기록물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DJ의 경우 ▲일정 및 행사계획표 1만 35건 ▲국정노트, 연설초고 등 친필 자료 89건 ▲대통령 재가문서 및 지시사항 시달 366건 ▲대통령 주재 회의 자료 4939건 ▲대통령 행사 중 발언 자료 1291건 ▲외국 정상과 교환한 서한 및 외교문서 등 외교활동 자료 328건 ▲민원접수 자료 8만 2135건 ▲사진 동영상 테이프 1만 7216건 등이었다. 임기 말로 접어든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도 본격적인 대통령 기록물 정리에 착수했다.



“대통령의 모든 것 남긴다”
지난 2000년 시행된 관련 기록물을 보면 보존해야 하는 대통령 관련 기록물의 범위는 방대하다.

대통령이 결재하거나 보고 받은 기록물은 기본이고 그 보좌기관이 생산하거나 접수한 자료들도 보존해야 한다. 대통령 또는 차관급 이상의 보좌기관이 참석하는 회의록 또한 이 범주에 속한다.

대통령이 업무와 관련해 기록한 메모, 방문객 명단 및 대화록, 연설문 원문 등도 기록해야 하는 ‘통치 사료’ 들이다.

최근 들어서는 대통령과 관련된 시청각 기록물과 온라인 자료 등도 급증하고 있다. 대통령 가족의 경우 공적 업무활동과 관련된 기록물이라면 보존해야 한다.


‘온라인 기록물’ 급증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부는 대통령 기록물, 이른바 ‘통치 사료’ 보존에 인색했던 게 사실이다. 노태우 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 비서실에서 생산된 기록물이 각각 5년간 34건, 227건에 그쳤다.

명지대 이승휘 교수는 “정말 이 정도만 생산됐다면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수많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기록이 생산됐을 텐데 남은 게 이 정도라는 것은 어딘가로 유출됐거나 폐기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기록 보존을 강조했다. 지난 봄부터 시행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이로 인해 대통령 기록물을 근거 없이 무단파기하거나 퇴임과 동시에 개인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참여정부는 여기에 정책추진 과정에 참여한 이들의 의견을 낱낱이 기록한 ‘e-지원시스템’을 운영해 왔으며 이를 통해 생산된 전자기록물도 이관할 계획이다.

지난 2005년에는 정부기관 가운데 최초로 기록물관리 전문요원(기록연구사)을 선발해 배치하기도 했다.

전임인 DJ도 빽빽한 메모로 유명했지만 노 대통령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두 시간 짜리 행사에서 10장이 넘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는 것. 때문에 즉흥적이라고 비판받는 발언들도 “실상은 모두 준비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무’ 출신 기록관리관
기록학 전문가들은 전문가가 아닌 정치권 인사들을 기록관리 책임자로 임명할 경우 자료의 유불리에 따라 선별할 위험이 없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초대 기록관리비서관이었던 안봉모 전비서관은 친노성향 언론인 출신이었고 현재의 임상경 비서관은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정무비서를 지
내 그 한계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노 대통령은 “기록관리 개선은 정부혁신 과정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가 된다”며 충실한 기록 관리를 강조한 바 있다. 내년 2월 이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될 대통령 기록물의 양과 질이 이를 증명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 관계자는 “오는 8월부터 국가기록원과 논의한 뒤 본격적인 정리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기록물’ 정리 어떻게 분류·정리→평가→보존 4단계 과정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함께 재임 5년간의 통치사료들은 정부 대전청사에 있는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퇴임 당시 이곳으로 이관된 기록물은 모두 15만여건으로 이전 역대 정부를 모두 합친 12만건보다 많았다.

국가기록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정도 기록물을 정리하는 데에는 대략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대통령 기록물 사료 정리는 크게 4단계로 나눠진다. 가장 먼저 거치는 단계는 이관물과 이관물 목록을 일일이 확인하고, 이를 철과 끈으로 정리하는 ‘분류·정리’ 단계다.

이어 자료들을 체계에 맞춰 목록에 등록하고 그 내용과 가치를 평가해 공개와 비공개 여부를 가리는 ‘등록·평가’ 작업이 진행된다. 다음은 사료들을 마이크로 필름과 광파일 등으로 옮기는 ‘보존’ 작업이 이뤄진다.

이후에야 원본과 보존매체를 서고에 옮긴 뒤 그 내용에 따라 요청자들이 열람할 수 있는 ‘보조·열람’ 작업이 시작될 수 있다. 실무 관계자는 “15명 정도의 인원이 작업을 진행하는데 업무 특성상 소수 정예가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의 대통령 기록물은 전자파일 양식이 주를 이를 것으로 보여 과거에 비해 신속하게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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