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현역 의원 90여명 명단 공개

지난 4월 치러진 19대 국회의원 선거 전체 당선자 300명 가운데 90여명이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공안부(부장 임정혁 검사장)가 지난 7월 발표 당시 123명의 현역 의원이 입건됐지만 그 중 41명을 불기소 처분해 모두 82명의 국회의원 당선자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무소속 현영희 의원 등이 추가로 더해져 현재 90명이 넘는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공소시효 만료일(총선 후 6개월)이 10월 11일인 만큼 입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8대 총선과 비교해 선거사범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법원의 판결에 따라 내년 상반기 대규모 재선거가 예고되고 있다. 

앞서 18대 총선 때는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당선자 192명이 입건됐으며 그중 48명이 재판에 넘겨져 13명이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이에 더해 선거 회계책임자 선거 범죄로 당선이 무효된 경우까지 합하면 모두 15명이 의원직을 잃었다.

이재균-박주선 1심서 ‘당선무효형’

19대 당선자 중에선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주선(무소속·광주 동구) 의원과 이재균(부산 영도구) 새누리당 의원이 이미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박 의원은 사조직을 조직하는 등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이 의원은 유권자에게 선물을 돌린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 받았다.

당선자는 벌금 100만 원, 당선자의 배우자 및 회계 책임자는 벌금 3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반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김관영(전북 군산), 김상희(부천 소사) 민주통합당 의원과 김정록(비례), 박상은(인천 중ㆍ동ㆍ옹진) 새누리당 의원 등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김관영 의원과 김상희 의원이 1심에서 각각 벌금 80만 원을, 김정록 의원은 벌금 90만 원, 박상은 의원은 벌금 50만 원을 각각 선고 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선 일단 벗어나게 된 것이다.

한편, 원혜영(부천 오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1년6월을 구형받았다.

현영희, 사전구속영장

이재균-박주선 의원에 이어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한 이가 바로 무소속 현영희 의원이다.

현 의원은 지난달 22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에 따르면 현 의원은 3월 15일 새누리당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탁 등의 자금 명목으로 조기문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3억 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의 출처가 남편 임수복 ㈜강림CSP 회장의 개인 돈이라고 설명했다.

현 의원은 또 차명으로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현경대 전 의원 등 친박근혜계 인사에게 500만 원씩 후원하고, 자원봉사자 등에게 1608만 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손수조 후보를 포함한 부산지역 총선 출마자 사무실에 350여만 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부산지역 의원들이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별도로 하태경(해운대ㆍ기장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조현룡-박성호-민홍철 기소

경남에서는 여섯 명의 현역 의원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 중 조현룡(경남 함안·의령·합천), 박성호(경남 창원 의창구) 새누리당 의원과 민홍철(김해 갑) 민주당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강기윤(창원 성산구)·김성찬(창원 진해구) 새누리당 의원은 불기소 처분했다.

김태호(김해 을) 새누리당 의원은 아직 수사 중이다. 김태호 의원은 유권자들에게 노래방비, 대리운전비를 제공한 혐의(기부행위 금지)로 수사대상이 됐다.

TK, 5명 수사 중

대구지검은 지난달 27일 현역 국회의원 5명(대구 2명, 경북 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선거법 위반 수사 대상자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대구지역의 경우 홍지만(달서갑) 의원과 주호영(수성을) 의원 이며 경북은 장윤석(영주) 의원, 최경환(경산) 의원과 ‘제수 성추행 의혹’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무소속 김형태(포항 남·울릉) 의원이다.

검찰은 총선 관련 선거사범의 공소시효가 오는 10월 10일까지 40여일 남은 만큼 수사를 빨리 진행시켜 오는 9월중 해당 사건 관련자들의 기소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대구지검 김기동 2차장 검사는 “다른 지역과 달리 대구·경북은 특정정당의 지지세가 너무 강해 드러난 불법이 많지 않다”며 “신속하고 엄격한 수사로 법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권성동-김근태-박덕흠 수사대상

이 밖에 서울에선 민주당 서영교(중랑갑) 의원이, 경기도에선 새누리당 고희선(화성갑) 이현재(하남), 민주통합당 신장용(수원을) 이원욱(화성을) 의원이, 강원도에서는 새누리당 권성동(강릉) 김진태(춘천)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충청권에선 새누리당 김근태(부여ㆍ청양) 박덕흠(충북 보은ㆍ옥천ㆍ영동), 민주통합당 양승조(천안갑) 박완주(천안을) 의원 등이, 호남 지역에선 민주당 박민수(진안무주장수임실) 전정희(익산을) 황주홍(장흥·영암·강진) 의원 등이 수사를 받고 있다.

혈세 낭비 논란

이렇듯 19대 총선 당선자 중 90여 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면서 내년에 대규모 재·보궐선거가 예고된다. 당선 무효에 따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 비용이 평균 수십억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혈세 낭비 논란이 일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4·27 재·보선까지 총 650억6400만 원의 선거 관리비용이 소요됐다. 이 중 국회의원 재·보선에는 총 227억1100만 원이 들어갔다. 여기에 지난해 10·26 재·보선(비용 산정 단계)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만 320억84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최근 4년간 재·보선 관리 비용은 1000억 원대에 육박한다.

대부분 선거법 위반에 따른 당선무효로 인해 재·보선이 치러졌으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아 피선거권(선거에서 당선인이 될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상실한 경우도 포함됐다.

대법원 양형기준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사건 중 금품수수 사범에 대해 원칙적으로 당선무효형인 징역형 이상을 선고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1·2심 모두 각 2개월 내에 처리하는 등 엄격한 법 집행을 약속한 바 있어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의원들이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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