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 의원 “국정원이 2009년 4월부터 7월까지 박근혜 사찰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2일 열린 국회본회의에서 국정원의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사찰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사찰팀이 국정원에서 가동됐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국정원이 2009년 4월 원내에 20여 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려 박 전 대표를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사찰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일부 언론에서 2007년 대선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이 박 전 대표에 대한 사찰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이 들썩였던 적이 있다.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박 전 대표에 대한 사찰 의혹 진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 진위 여부 놓고 해석 ‘분분’
사실로 드러나면 파장 엄청날 듯


지난 2일 오전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폭탄발언이 나왔다. 이석현 의원이 주인공이었다. 이 의원은 올해 초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 차남의 서울대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로 판명돼 소송을 당한 뒤 국정 현안에 침묵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사찰’이라는 핫 이슈를 들고 화려하게 여의도 정치에 복귀했다.

국정원 사찰팀
박근혜 사찰 규모는?


이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2008년 12월 세종시 문제로 파란을 격은 후 박 전 대표 한 명에 대한 사찰팀이 국정원에 꾸려졌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이 사찰팀은 20명 규모로 이상도 팀장의 지휘 아래 2009년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동안 박 전 대표에 관한 모든 사안을 집중 사찰했다”며 “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집사 역할을 하고 구청장을 지낸 사람을 찾아가 박 전 대표의 신상문제와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고 가까운 친인척을 조사했다”고 했다.

그는 또 “사찰팀이 육영재단, 영남대, 정수장학회, 부산 MBC 등을 통해 박 전 대표의 재산관계를 파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08년 청와대 비서실 일각에서 형님(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출마 반대자들에 대한 일부 사찰이 있었다는 것을 내가 이미 밝혔었다”며 “이 때 박 전 대표는 여러 (사찰) 대상자들 중 하나였다”며 이번 사찰은 앞서 밝혔던 박 전 대표에 대한 사찰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한편 “‘민간인 사찰’ 당시 하명에 따라 움직인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은 기소됐으나 정작 청와대 사람들은 하나도 기소되지 않았다”며 “공직윤리지원관실 간부가 경찰 모르게 수도권 주택에 사찰과 관련한 서류 6박스를 감춰놨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민간인 사찰’ 사건의 재수사 및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또 “국정조사를 한다면 내가 직접 참여하겠으나 검찰이 재수사한다고 한다면 내가 감춰진 장소를 경찰에 알려줄 용의가 있다"며 “재수사해서 윗선을 처벌해야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정치권 안팎은 술렁이고 있다.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박근혜 사찰’이라는 이슈가 재점화 되면서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박 전 대표의 친인척들부터 언론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박 전 대표의 제부(박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학 겸임교수 역시 사찰팀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서울]은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3일 수차례에 걸쳐 신 전 교수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전원을 꺼놓은 상태였다. 박 전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 ㈜EG 대표이사도 마찬가지였다. 박씨는 워낙 언론을 꺼려 인터뷰는 모두 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박근혜 사찰 논란


박 전 대표에 대한 ‘윗선’의 사찰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월간지 ‘신동아’는 전 국정원 직원의 인터뷰를 통해 “김유환 총리실 정무실장이 2007년 대선 당시 국정원 고위간부 신분으로 박근혜 뒷조사 TF팀 핵심멤버로 참여했다”며 “‘박근혜 TF팀’이 존재했고, 김 정무실장은 2007년 대선 당시 국정원 B실장으로 재임하며 ‘박근혜 TF팀’의 보고 라인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사찰 내용은 보고서 형태로 작성됐고, 2007년 대선 당시 박 전 대표에 대한 뒷조사 결과를 정리한 이른바 ‘박근혜 파일’의 존재를 강조했다. ‘박근혜 파일’의 존재 여부는 2007년 대선 이후 끊임없이 정치권에서 입소문으로만 나돌며 온갖 추측을 양산해 왔었다.

국정원은 이 때문에 ‘박근혜 TF팀’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 실장은 당시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신동아 보도는 “전혀 사실 무근이다”고 부인했고, 국정원 역시 사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사태는 일단락 됐다.

하지만 그동안 박 전 대표에 대한 사찰 시점이 2007년 대선 당시였던 반면, 이번 이 의원의 폭로는 2009년 세종시 문제와 관련됐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또 다른 정국의 뇌관이 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측근들 역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 의혹제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이석현, “불법사찰
재발 방지 차원서 폭로”


이 의원실 측은 이번 폭로를 박 전 대표 중심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이번 발언을 한 것이지, 박 전 대표를 향한 이슈몰이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발언은 굳이 박 전 대표를 언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법민간인사찰이 권력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을 근절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사실 연평도 사건 등으로 인해 민간인불법사찰에 대한 이슈가 가라앉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상도 팀장이 사찰을 지휘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 팀장이 지휘했다는 제보를 받았던 것”이라며 “국정원에서 부인한다면 좀 더 내용을 봐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나 검찰의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실은 만약 검찰의 재수사가 이뤄진다면 지원관실이 박 전 대표에 대한 사찰과 관련된 서류를 감췄다는 장소를 검찰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 의원의 폭로 이후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뜨겁다. 주목받기 위해 박 전 대표를 이용해 ‘이슈몰이’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와 제보가 구체적이라는 점 때문에 신빙성이 있다는 의견까지 해석이 분분하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 의원의 정보력을 강조하며 이번 컴백을 반기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이와 관련, 사건 당사자인 박 전 대표는 침묵하고 있고, 국정원은 “이 의원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당시 그런 사찰팀을 꾸린 적이 없으며, 국정원의 조직상 20명이나 되는 인력을 한 명의 사찰 인물을 위해 편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불거진 박 전 대표의 사찰 의혹은 온갖 추측을 낳으며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로 급부상 할 전망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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