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선 가도…安과 단일화 때문?

▲ 지난 6일 광주광역시 염주종합체육관에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이 치러진 가운데 광주전남에서 1위를 차지한 문재인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1위를 독차지하며 현재(7일)까지 8연승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지역 순회경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손꼽혔던 광주·전남에서조차 문 후보는 2위인 손학규 후보와 15%가량의 격차를 보이며 대세론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그 대세론 뒤에는 후보 간 갈등과 앙금 그리고 민주통합당의 내홍이 고스란히 스며있어 향후 이어질 경선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1차 경선에서 후보가 확정되지 못한 채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 이 같은 내홍이 더욱 표면화되면서 최종 후보 에겐 ‘상처뿐인 영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후보와 당 지도부의 마음도 편할 리 만무하다.

경선룰 갈등... 지도부 ‘성토’

“당심을 왜곡한 임채정 선관위원장과 이해찬 대표는 물러나라”

지난 6일 민주통합당의 텃밭이자 이번 경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지목된 광주·전남 경선에서 임채정 당 선관위원장과 이해찬 대표를 비난한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경선장은 고성과 막말 그리고 욕설로 얼룩졌고, 급기야 ‘민주당은 죽었다’는 내용의 근조 플래카드까지 걸렸다.

대선을 앞두고 그간 전략적 선택을 해왔던 호남민심은 모바일 표심에 묻혀 사라졌고, 곳곳에선 당이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와 당원들은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보다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 더욱 컸다. 바로 공정치 못한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선 전 이해찬 대표와 임채정 선관위원장의 인사말은 장내 야유와 고성으로 묻혔고, 임 위원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모든 눈과 귀가 광주에 집중돼 있다”며 자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일부 지도부들은 이날 경선장에 정문이 아닌 후문을 통해 입장했다. 또한 경찰과 현장 진행요원이 곳곳에 배치됐으며,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소동이 일면서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모바일투표의 비밀

민주통합당 경선이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국민적 관심은 결선투표 실시 여부에 쏠려 있다. 현재까지 누적 득표수를 보면 문재인 후보는 9만5813표(46.8%)를 획득해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과반득표에는 여전히 못 미쳐 결선투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2위 다툼이 치열했던 손학규 후보는 5만3113표(25.9%)를 획득했고, 그 뒤를 김두관 후보가 3만8435표(18.8%)를 얻었다. 정세균 후보는 1만7340표(8.5%)를 기록했다.

문 후보가 8연승을 하며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경쟁 후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경선이 끝난 뒤에도 파장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여론도 문 후보에게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경선 결과를 보면 손 후보는 대의원투표에서 여타 후보를 상당부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경우 현장에서 직접 투표한 대의원은 431명이었고 이 중 149명이 손 후보를 지지했다. 문 후보는 이보다 다소 적은 130표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모바일투표에서 문 후보가 이를 월등히 만회함으로써 대의원투표는 의미가 없어졌다.

전북 경선에서도 손 후보는 대의원투표에서 177표(문재인 79표), 투표소투표 1259표(문재인 782표)를 차지했지만 모바일투표에서 두 배 가까운 차로 득표한 문 후보가 결국 1위를 차지했다.

광주·전남 경선도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대의원투표와 투표소투표에서 각각 179표와 1385표로 3, 2위에 그쳤으나 모바일투표에서 52.94%(3만2345표)로 과반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손 후보는 대의원(375표)·투표소(2182표) 투표 모두 1위를 차지했지만 전체 표의 90% 이상을 차지한 모바일 투표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현장 분위기는 손 후보나 여타 후보에게 유리하지만 모바일투표에서 월등히 앞서는 문 후보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결국 손학규, 김두관 후보가 ‘문재인 대세론’을 극복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선장 곳곳에서 당원들과 대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가중치를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손 후보는 지난달 30일 충북 경선에서 “3만 명은 이미 모바일로 투표를 마쳤는데 여기 앉아 있는 수백 명 대의원들에게 표 달라고 열변을 토하니 웃기는 경선 아니냐”고 토로했다. 광주·전남 경선장에서 만난 손 후보 측 지지자는 “어떻게 매번 비슷한 패턴으로 문 후보가 모바일투표에서 우세하게 나올 수 있느냐”며 이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모바일투표 곳곳에서 ‘잡음’

현재 손학규·김두관 후보 측은 모바일투표의 근본적인 결함을 지적하며 문제점을 시정하기 전까지 모바일투표의 개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손학규·김두관 후보 진영에서는 오류를 일일이 열거하며 이해찬-문재인 담합설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두 후보 측 대표단은 지난 5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의 경우 2876명이 다섯 번의 전화를 모두 수신하지 못했고 울산의 경우에는 777명이 전화를 받지 못했다”며 “로그파일 확인결과 재투표하기로 한 599명과 리서치회사 기록에는 있으나 통신사 기록에서는 빠진 350여명 등 총 3800여명의 투표권이 박탈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일반 투표 방식에 비유한다면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배부하지 않은 결정적 오류로 유권자의 투표권을 박탈한 심각한 사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모바일투표 특성이 가진 한계”라며 불공정성 논란을 일축했다. 김승남 선관위 간사는 “모바일투표 관리업체와 통신사에 다섯 차례 모두 시도했는지를 확인해 본 결과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떠나 그 구조의 함정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수신 불량이나 전원이 꺼져있는 경우 원활한 통화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 측도 당 선관위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 후보 측 문용식 대변인은 “모바일투표는 언제든지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틀에 걸쳐 총 5회의 투표 기회를 보장해 준 것”이라며 “이것을 가지고 투표권 박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단일화 때문 아니겠어?”

문재인 후보 측은 지금의 여세를 몰아 남은 경선에서 반드시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1차 경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오는 16일 후보를 확정짓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 측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를 감안할 때 1차 경선에서 반드시 끝내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후보 연대를 하기에는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 23일 후보가 확정되고 곧바로 추석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단일화 논의는 자연스레 10월로 늦춰질 수 있다. 아울러 결선투표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 간 갈등과 상처를 줄이기 위해서도 이른 후보 확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상당수 지지자들은 여타 후보에 비해 안 원장과 정치적 유대관계가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문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후보로 확정됨으로써 좀 더 적극적인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

문 후보는 경선 전부터 ‘안철수 원장과의 공동정부론’을 제안, 대통령-총리의 역할 분담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상호 연대하는 과정에서 문 후보 측이 안 원장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양보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공당으로서의 자존심과 제1야당으로서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순수 당원 및 지지자들의 이탈 상황도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민주통합당의 모바일투표 도입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 후보와 ‘당 대 당’(또는 세력)으로 연대할 경우 또 다시 모바일투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적 지지도나 세력이 큰 후보(당내 경선과정에서 모바일투표로 일단 검증)가 선출돼야 한다는 이유에서 더욱 그렇다.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통합당과 안 원장의 후보 단일화는 불가피하다. 자칫 민주통합당의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되지 못할 시 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내 경선 과정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지도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에게 양날의 칼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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