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보수에 중도층까지 이탈 … “정권 붕괴 초읽기”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지난 5월 29일 대검찰청으로 출두하고 있다.

[전성무 기자] = 이명박 정부가 집권 4년차를 맞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대통령 측근비리, 반값등록금, 중도보수층 이탈현상 가속화 등 이른 바 3대 위기가 MB의 레임덕(권력누수)을 넘어 정권 존립 자체를 흔들어 놓을 지경이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결별 수순에 들어 갔고, 보수층도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의 위기를 분석해 본다.

김창권 “MB 인선 방충망(충성 막는 망)이 문제”
정부, 공직사회 감찰 강화…“레임덕 차단에 ‘올인’”
김미현 “실패한 정책, 위기관리 부재로 레임덕”


최근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물방울 게이트‘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말 국정운영에 제동을 거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사태의 추이를 보면 앞으로 대통령 측근 비리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정 장악력이 점차 약화되고 레임덕 현상은 본격화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1. MB 측근비리 -
출범부터 ‘화끈’


이 대통령의 측근비리는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그 전조가 엿보였다. MB정부 출범 초기부터 화끈한 출발을 한 셈이다. 17대 인수위 관계자 9명은 2008년 2월 인천시 관계자들로부터 ‘장어향응’을 받았고, 이 가운데 당시 국가경쟁력특위 소속의 인수위원인 허증수 기후변화 에너지 TF팀장과 접대 자리를 주선한 박창호 비상임 자문위원이 자진사퇴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강부자·고소영 정부’라는 오명을 집권 4년차에 이르기까지 떨쳐내지 못한 것은 ‘인사검증시스템’이었다. 즉 ‘사람’의 문제였다.

2008년 당시 박은경 환경부 장관 재정자,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자녀의 이중국적 등과 관련된 의혹으로 자진사퇴했다. 2009년 7월에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가가 스폰서 의혹과 위장전입 논란으로 청문회에서 중도 하차했다. 특히 올해 초 ‘함바 비리’ 사건으로 배건기 청와대 감찰팀장과 최영 강원랜드 사장, 장수만 방위사업청장 등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맺은 인맥과 인사들의 비리연루로 옷을 벗은 것도 MB의 레임덕을 부추키는 한 축으로 작용했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비리 의혹에 연루돼 공직에서 물러났거나 구속된 이 대통령의 측근이나 친인척은 10여 명에 이른다.

2. 대학반값등록금 -
“공약을 지켜라”


청와대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올해 4·27 재보선을 통해 ‘민심 이반’을 경험했다. 이를 책임지고 여당의 지도부가 총 사퇴했다. 당정청의 쇄신이 봇물처럼 밀려 들었지만, 청와대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들이 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촉발된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투쟁은 이명박 정부를 궁지에 몰아 넣고 있다. 이 대통령은 17대 대선 당시 반값등록금을 공약했지만 이후 “당의 방침이었을 뿐 내 공약은 아니었다”는 식으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여 대학생들의 투쟁 심리에 불을 지펴 놨다. 반값등록금 투쟁을 두고 사회전반에서는 터질게 터졌다고 입을 모은다.

3. 중도보수층 이탈 현상 -
한나라당,
MB와 공동침몰 위기감 확산


대통령 측근비리, 대학등록금 문제 등의 굵직한 이슈가 정국을 강타하면서 당·청간 불협화음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대학등록금 문제의 경우 한나라당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사전 조율이 없었던 점에 불쾌감을 표시한다.

사실상 현 정부와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이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역시 청와대의 위기상황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

공성진 현경병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한나라당 의석은 172석에서 170석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으로 내정된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면 한나라당 의석수는 조만간 169석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대통령의 임기 말에 170여 의석을 확보한 거대 정당이 사분오열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집권정당 지지율도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한때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20%p 가량 앞서던 것은 옛말이 됐다.

2007년 대선을 시작으로 2008년 총선을 거쳐 정점을 찍었던 한나라당 정당 지지도는 해가 거듭할수록 민심이 이반됐고, 지난 4·27 재보선 참패 이후 급격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5월 첫째 주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27.3%에 그쳤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2009년 6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이34.5%로 한나라당의 31.2%를 3.3%p 앞섰다. 중도보수층의 한나라당 이탈이 본격화 된 것을 입증한 셈이다.

역대 정권 집권 4년차 딜레마 악순환 고리 끊어야

물론 역대 정권도 사정은 이명박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집권 3~4년차에 정국을 뒤흔드는 대형 사건과 스캔들이 발생하면서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노태우 정권은 집권 3년차인 1991년 서울 수서지구 택지 특혜 분양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다. 이후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여당과 대통령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와의 권력투쟁은 노 대통령의 마지막 저항의지마저 꺾어 버렸다.

김영삼 정부의 경우 집권 3년차에 치러진 6·27 지방선거에서 참패가 위기의 도화선이었다. 6개월 뒤 단행한 ‘노동법 날치기’ 파동으로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집권 5년차에 터진 한보 부도 사태는 김영삼 정권을 회생불능의 궁지로 몰아세웠다. 김대중 정권은 집권 4년차에 한꺼번에 몰아친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가 잇달아 터지면서 레임덕이 도래했다. 특히 진승현 게이트의 경우 당시 김은성 국정원 2차장과 정성홍 경제과장이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국정원 초유의 사태를 야기해 김대중 정권의 진을 빼 놓았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 3년차에 러시아 유전 개발과 행담도 개발 등 소소한 스캔들이 터지면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5·31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를 겪으며 국정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졌다. 임기 말 부동산 정책의 실패 등으로 인해 거센 민심 이반을 겪으며 정권은 레임덕에 빠졌다.

이명박 정부도 최근 집권 4년차를 맞으면서 측근 비리가 연이어 터지자 청와대에서조차 레임덕이 도래했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집권 4년차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
“MB본인이 위기 자초” 지적-
MB는 귀기울여야


그러면, 정치 및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현주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레임덕 요인을 민심을 엿보지 못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적요인이 레임덕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이다. 개각 인사를 단행 할 때의 인선 기준을 보면 능력 여부를 떠나서 방충망(충성을 막는 망)같은 인물들을 곳곳에 배치해 각종 현안에 정확한 결단을 하는데 방해요인이 된다. 이 사람들은 쉽게 말해 대통령에게 좋은 얘기만 하고 꼬집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보수층의 외면도 한 요인이다. 과거 2007년 대선 때만 해도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선전이 먹혀들어갔지만 지금의 트렌드는 그것이 아니다. 4월 분당을 선거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나. 정부가 트렌드를 이해 못하고 민심과 이반하는 정책을 내놓으니까 엇박자가 나는 정책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본다. 특히 반값등록금 같은 경우는 결정적인 레임덕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명확한 리드를 못하니까 당연히 레임덕이 오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가 레임덕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

“실패한 정책에 의해서 레임덕이 온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가 (위기)관리에 실패한 측면도 있다. 저축은행사태의 측근 연루, 반값등록금 문제가 요즘 레임덕을 부추기는데 가장 큰 요인인데, 저축은행사태의 경우 지금까지 문제가 누적돼 오다가 이번에 와서 한꺼번에 터져 버리는, 일종의 관리 부재의 형태다. 반값등록금 문제는 사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제기된 문제다. 다만,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 걸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당선 이후 말이 안 맞기 때문에 4대강 같은 공약은 지키고 대학등록금 공약은 안 지켜도 된다고 본인 스스로 룰을 깨고 있다. 학생들은 이런데서 분노를 느낀다. 결국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본인이 레임덕을 자초한 것이다.”(김미현 동서리서치 소장)

근본적 처방 없이는
레임덕은 반복


위기를 느낀 정부는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기강잡기에 나섰다. 감찰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번 감찰 강화에 나선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집권 4년차에 접어들면서 본격화된 레임덕에 따른 공직사회 기강해이를 방지하자는 취지라는 해석이다.

지난 14일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국무위원은 “오죽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입에서 ‘이제 한계가 왔다. 이대론 안 된다’는 말이 나왔겠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지난 정부에서부터 끊임없이 반복된 정권 말 레임덕 증후군을 차단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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