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DJ’에 대한 고민 깊다… 朴 사과 ‘진정성’이 문제”

▲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달 19일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2012년 대선을 앞둔 호남 민심은 광주·전남과 전북이 정도의 차이는 보이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일요서울>이 추석특집으로 마련한 호남지역 유력 일간지 3곳의 정치부장에게 지역현안 및 정치적 사안을 묻는 질문에 호남은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곳이 민주통합당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을 걱정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아울러 ‘포스트 DJ’에 대한 고민도 상당했으며, 모두들 지역 정치인 발굴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각 언론사 정치부장들은 18대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꼽았다. 이어 30~40세대들의 투표율이 뒤를 이었다.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발언에 대해서는 저마다 ‘진정성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호남민심’은 지금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호남이 없다면 나라도 없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야권의 대선후보들이 호남을 바라보는 모습은 명량대첩 당시 왜적과 마주하던 이순신 장군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은 전통적으로 야성이 강한 지역이다. 또한 야당의 중요 고비마다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움으로써 전략적 선택을 해왔으며, 이는 곧 야권 전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대선을 3개월여 앞둔 지금 호남의 민심은 어떨까? 지난 2002년 ‘노무현’을 선택했던 이곳은 정치 변화와 쇄신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에 대한 바람만큼이나 민주통합당에 대한 걱정도 컸다.

“안 후보 지지 높아… ‘포스트 DJ’ 준비해야”

광주일보(광주/전남) 정후식 정치부장은 지난달 26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지역민심을 묻는 질문에 “여론조사를 보면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후보의 경우 그간 여러 차례 광주를 방문했고, 그렇기 때문에 과거 한나라당 후보에 비하면 좀 더 나은 편이지만 과거서 발언 등이 문제가 되면서 민심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정 부장은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야권단일화를 꼽았으며, 그 뒤를 3040세대들의 투표율과 복지문제 등이라고 지목했다. ‘포스트 DJ’와 관련, “현재 DJ를 이을만한 인물이 없다. 일단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시대정신을 이끌어 가지 못한 상태에서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발언에 대해서는 “호남의 경우 과거사 문제에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점에서 민심이 좋지 않다”고 언급한 뒤 “박 후보 기자회견 직후 50여 명의 지역원로들이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성명을 발표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고 했다.

문-안 단일화와 관련, “일단 연대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곳은 민주당의 지지기반이라는 점에서 문 후보에 대한 고민과 걱정도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단일화 방식, ‘노무현-정몽준’ 방식 유력”

무등일보(광주/전남) 박석호 정치부장은 각 후보들에 대한 지역민심을 묻는 질문에 광주일보 정후식 정치부장과 마찬가지로 “문 후보보다 안 후보에 대한 민심이 더 좋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과거 참여정부시절 호남 역차별에 대한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장은 특히 “호남에선 단일화 이후 박근혜 후보와 맞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크고 그런 점에서 안 후보를 더 지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는 단일화를 꼽았으며, ‘포스트 DJ’에 대한 물음에는 “지역 의원들의 정서가 좋지 않다. 특히 지역 정치권이 이를 육성하고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런 것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크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사과 발언에 대해서는 역시 ‘진정성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진정성의 문제인 것 같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단일화와 관련, “범야권 단일화라는 측면에서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으며, “과거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협상(Deal)을 통한 단일화도 거론되고 있는데,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 체제로 굳이 갈 필요가…”

전북일보(전북) 김준호 정치부장이 밝힌 전북지역 민심도 광주·전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부장은 “전반적으로 안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민주당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북에선 민주당에 대한 걱정보다는 ‘변화해야 한다’ ‘환골 탈퇴해야한다’는 쪽으로 더 기울어진 모습을 보이면서 ‘현 체제로 굳이 갈 필요가 있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광주·전남보다 체제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더 큼을 알 수 있다.

김 부장은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야권 단일화를 꼽았으며, 이어 3040세대들의 투표율을 지목했다. ‘포스트 인사’에 대한 질문에는 “과거 정동영 의원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포스트 인사로 떠올랐고, 이번에는 정세균 후보가 경선에 출마했지만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현재 그 뒤를 이을 인물은 딱히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사과 발언과 관련, “역사관이나 철학 등은 한 순간에 바뀌지 않는다”며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역사관이 바뀐 것은 진정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안 단일화 방식에 대해서는 “서로 양보하는 방식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면서 “문 후보가 공동정부론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결국 협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통령 감으로써 가장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는 단연 안철수 후보를 꼽았다. 그는 다만, “안 후보가 정치적 비전이나 희망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동력이나 힘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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