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간의 공통적인 정강정책으로 대두됐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는 물론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도 경제민주화를 즐겨 쓴다.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지배구조 개혁,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빈부격차 해소, 사회복지 확대, 과세체계 개혁,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이룩된다.

우리나라 헌법에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삽입된 것은 1987년이었다. 개헌 헌법 119조 2항에서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1980년대 중반 폭발한 정치민주화 운동 소산이기도 하다. 

경제민주화 용어가 헌법에 명시된 지 25년 만에 다시 이 땅에서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크게 불거져 나왔다. 그 이유는 역사상 유례없는 경기침체, 대기업의 성장과 중소이업 퇴락, 실업자 속출, 빈부격차 격화, 정치권의 얄팍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등에 연유한다.

작년 봄 미국에서 일기 시작하여 전 세계로 확산된 ‘1% 대 99%’의 소득격차 반(反)월가(월스트리트) 시위도 영향을 주었다. 미국 판 ‘경제민주화’ 시위였다. 미국의 경우 1948년~1973년 사이 산업 생산성은 두 배 향상됐으며 노임도 두 배 따라 올랐다. 생산성 향상만큼 임금도 인상된 것이다. 그러나 1973~2011년 사이 생산성은 80.1% 뛰었는데 반해, 임금은 고작 4.2%밖에 오르지 않았다. 그만큼 빈부격차가 악화됐음을 반영하였고 반 월가 시위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짐작된다.

미국의 반 월가 시위는 정치권에 의해 선동되지 않았고 시민들의 공원 점거와 시가지 행진으로 그쳤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야 정치권이 서로 다퉈가며 경제민주화를 대선 이슈로 들고 나섰다. 일부 정치인들은 경제민주화 포퓰리즘에 편승, 대기업 목조르기로 치닫는다. 민주당 측에서는 “재벌들이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중소기업이 붕괴하는 현실”에서 “재벌개혁 없는 경제민주화는 생각할 수 없다”며 재벌 때리기의 계기로 삼는다. 재벌이 골목상권을 잠식한 것은 잘못된 짓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재벌 짓밟기로 몰아간다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본을 흔든다는 데서 자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경제민주화를 위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계가 반성할 점들이 적지 않다. 불공정 하도급 체계, 비정규직 박대, 임금인상 억제 등 많다. 오래 된 일이기는 하지만 1914년 미국 포드 자동차의 헨리 포드 회장의 파격적인 임금인상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포드 회장은 신 모델 ‘T’를 출시하고서는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일당 5달러로 인상, 지불키로 했다. 당시로서는 전무후무한 파격적인 인상이었다. 그는 자신의 임금 인상이 사회 정의적인 차원에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똑똑한 경영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임금이 낮으면 근로자들이 불안해져 소비를 줄여 시장이 위축된다고 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올려 주면 경제적 여유가 생겨 포드 자동차를 살 수 있게 돼 포드 회사도 안정된다고 하였다. 노사가 다 같이 승리하는 윈윈(승리승리) 경영철학임이 틀림없다. ‘기업 성장의 선(善)순환’ 이기도 하다. 포드는 이미 100여 년 전 경제민주화를 실천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윈윈 경영철학에 유의, 불공정 하도급, 비정규직 박대, 임금인상, 등에 여유를 보여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정치권의 대기업 목비틀기로 접근되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의 탐욕은 억제되어야 하지만, 대기업이 활기를 잃으면 중소기업도 윤기를 잃고 일자리도 잃게 된다. 국제경쟁에서도 낙오된다. 물론 기업들은 포드의 노사 윈윈 경영철학에 충실, 노사 모두 승리하는 슬기를 발휘해야 한다. 거기에 비로서 경제민주화는 성숙돼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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