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문재인 vs 박근혜 … 대선 전초전


양천구청장-부산 동구청장 선거 주목
야권단일후보 결렬된 인제군수 선거


조기성 기자 = 10·26 재보궐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 13일부터 시작됐다. 전국 42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에서 서울시장과 기초단체장 11명, 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19명을 선출한다. 이번 재보선은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둔 마지막 선거인만큼 여야는 사활을 걸고 총력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대 승부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선이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까지 투입해 전방위 총력 지원에 나섰으며 야권은 단일후보인 박원순 변호사를 지원하기 위해 민주당 손학규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범야권이 총출동하는 매머드급 선대위를 출범시켰다. 관전 포인트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회의와 새로운 인물에 대한 열망 속에 대권 잠룡으로 급부상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4년 만에 선거지원을 재개한 박근혜 전 대표의 대결구도다.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변호사의 선전 여부는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이정표다. 부산 동구청장, 대구 서구청장, 경남 함양군수 재보선은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민심의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특히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를 통해 야권이 부산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지 주목된다.

서울 양천구청장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기초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양천구청장 재선거에도 관심이 쏠려 있다. 서울시장 선거와 함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수도권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민선 3·4기 양천구청장을 지낸 한나라당 추재엽 후보와 5기 구청장을 역임한 이제학 전 구청장의 부인인 민주당 김수영 후보가 격돌한다.

한나라당은 전통적 강세 지역인데다 추 후보가 두 차례 구청장을 역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우세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을 기반으로 바람몰이에 나선다는 전략이어서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나라당 당내 경선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승제 후보의 득표력도 변수다.

부산 동구청장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없었다면 가장 이슈가 됐을 선거구가 바로 부산 동구청장 선거였다. 한나라당 텃밭으로 불렸던 부산지역의 민심 이반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인데다 내년도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판세는 정영석 한나라당 후보와 이해성 민주당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 ‘박빙 혼전’으로 분류된다. 정영석 후보는 30년간의 공직생활을, 이해성 후보는 야4당의 ‘단일후보’임을 앞세우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야권은 동구청장 선거를 부산 공략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 지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13대 총선에서 당선된 곳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형성된 반(反)한나라 정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은 “집권 여당에 대한 PK 민심이 좋지 않아 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지원에 기대를 걸면서도 부산 동구가 지역구인 정의화 국회 부의장을 포함해 부산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 한나라당 의원은 “정 후보가 행정가로서 안정감을 갖췄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PK의 민심이반을 감안할 때 이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면서 “우열을 가늠하기 솔직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혜훈 제1사무부총장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충분히 승산은 있다”고 전망했다.

강원 인제군수

강원 인제군수 재선거는 한나라당 이순선 후보와 민주당 최상기 후보, 민주노동당 박승흡 후보, 무소속 김좌훈 후보 등 4명으로 압축되면서 치열한 선거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각각 출마한 군청 고위공무원 출신 후보의 양강 구도로 전개되는 듯하던 이번 재선거는 야권단일화 무산 직후 민주노동당의 박 후보가 단독출마를 선언하면서 판세가 한층 복잡해졌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후보 측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진보신당 심상정·노회찬·조승수 전 대표 등 야권 거물급 인사들도 공동본부장직을 수락, 캠프에 대거 합류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이 이처럼 거물급 야권 인사들을 총동원하는 등 기초단체장 배출에 당력을 집중하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역에 미칠 영향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지역에서 폭넓은 인맥을 쌓아 온 무소속 김 후보 역시 시민정치 구현을 내세우며 물러서지 않고 있어 지역 표심의 향배가 주목된다.

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민노당 후보의 출마로 야권 각 후보의 파이가 작아지면서 한나라당에게 유리해졌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제주민들의 정치적 요구가 정당정치보다는 행정능력에 집중돼 있는 만큼 각 후보 공약에 따라 백중세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세를 얻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무소속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민노당 출마로 인한) 외부적 요인에 의지하지 않고 행정공약을 중심으로 표심을 얻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반면 민노당 측은 “진보정치의 거물급 인사들의 지원으로 인제군수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도내 영향력도 클 것으로 전망한다”고 주장했다.

도내 한 정당 관계자는 “민노당이 예상보다 강력하게 나오고 있어 초반판세가 예측불허로 돌아섰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선거기간 내내 이어질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시장-충주시장

충남 서산시장 재선거는 5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한나라당 이완섭 후보와 민주당 노상근 후보, 자유선진당 박상무 후보, 국민참여당 임태성 후보, 무소속 차성남 후보 등이다.

전통적 텃밭임을 내세우고 있는 자유선진당 박상무 후보와 이완섭·노상근 등 한나라당·민주당 후보 간 3파전이 예상된다. 서산시장 재선거는 국민중심연합과 통합을 추진하는 자유선진당이 후보를 낸 지역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진당에 대한 충청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충북 충주시장 재선거 현재 판세는 한나라당 이종배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민주당 박상규 후보가 맹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권 성향의 후보들이 각각 한나라당·미래연합·무소속 출신으로 출마해 민주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이 여의도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8일 실시한 지지도 조사(1341명 대상, ARS방식) 결과 이 후보는 37.0%로 박 후보(27.7%)를 9.3%포인트 앞섰고 미래연합 김호복 후보는 15.5%), 무소속 한창희 후보는 14.8%였다.

민주당이 실시했던 자체 여론조사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달초 실시한 민주당 여론조사(1501명 대상)에서 이 후보는 31.9%, 박 후보는 23.5%, 한 후보는 18.0%, 김 후보는 16.9%를 각각 얻었다.

CJB청주방송이 최근 19세 이상 충주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24.1%를 얻어 18.3%의 박 후보를 5.8%포인트 차로 앞섰다. 무소속 한창희 후보는 15.1%, 미래연합 김호복 후보는 11.5%였다.

나머지 재보선 지역들

한나라당의 아성이자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대구의 서구청장 선거는 한나라당 강성호 후보와 친박연합 신점식 후보가 서로 ‘친박’임을 자처하며 양자 대결을 펼치게 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전북 남원시장과 순창군수 선거는 민주당 텃밭에서 치러진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장 위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지역 다 적잖은 득표력을 인정받은 친(親)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군이 민주당 공천자와 경합을 예고하고 있다.

경북 울릉군수 재선거는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야당 및 무소속 후보들 간 치열한 각축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북 칠곡군수 재선거에는 한나라당 후보 1명과 무소속 후보 8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남 함양군수 재선거의 경우 여권 강세지역이지만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무소속 윤학송 후보가 김두관 경남지사의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 최완식 후보 및 무소속 서춘수·정현태 후보 등에 맞서 얼마나 득표할지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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