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세대 별 대결 구도

(위)지난 13일 구로동 벤처기업협회를 찾은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동행한 박근혜 전 대표와 홍준표 대표가 선거운동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아래)본격적인 선거유세가 시작된 지난 13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원순 후보의 출정식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 박원순 후보, 한명숙 전 총리가 박수를 치고 있다. photo@dailypot.co.kr

6·2 지방선거 이후 젊은층 투표율 높아져
투표율 45%가 승패 가늠자


내년 총선·대선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10·26 재보궐선거는 기존의 이념과 지역 대결에서 벗어나 세대별 대결 구도 속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심화된 사회 양극화 등으로 인해 분노가 극에 달한 20~30대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야권이 유리해지는 형국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한나라당은 50대 이상 보수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표 대결이 결국 이번 재보선의 주요 변수로 꼽히는 이유다.

전국 단위 선거였던 지난해 6·2 지방선거는 지역 구도가 세대 구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50대 이상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는 20~40대에서 각각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세대별 대결 양상을 보였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투표자의 56.7%가 한명숙 후보를 지지한 반면,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 비율은 34%였다. 30대의 경우 64.2% 대 27.8%로 한명숙 후보에 대한 지지가 두 배 넘게 높았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인 경남지사 선거에서도 야권단일후보였던 김두관 후보가 20~40대에서 크게 앞서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도백의 자리에 올랐다.

6·2 지방선거 패인을 분석한 한나라당의 평가서 ‘솔직한 고백’에 의하면 당시 20대의 투표율은 28.3%, 30대는 40.5%, 40대는 36.9%, 50대 31.2%, 60대 28.9%로 집계됐다. 출구조사 결과에서 50~60대는 한나라당 지지가 높았지만 20~40대에서는 야당 지지율이 높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한나라당은 20~40대, 젊은 표심에 의해 패배한 셈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20대, 냉소적인 30대’라는 기존의 인식이 깨지면서 한나라당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선거 결과를 토대로 이후 진행된 여러 조사와 분석, 그리고 한나라당 자체 진단에서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젊은층과 소통이 되지 않고 젊은층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여당은 경제가 좋아졌다고 수치를 나열하고 자랑하지만 일자리·청년실업 문제는 해결될 조짐이 없고, 국민과의 소통이 없는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 정책 등도 여전해 젊은층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20~40대,
정치 변화 주역으로 등장


지난 4·27 분당을 국회의원 보선에서도 세대 투표 양상은 도드라졌다. 중산층 밀집 지역으로 야권이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분당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당선된 데에는 20~40대의 압도적 지지가 있었다. 선거 다음날인 4월 28일 동서리서치가 투표자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63.9%가 손학규 민주당 후보를, 33.5%가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 30대 유권자들의 反한나라당 성향은 더욱 강했다. 손학규 후보는 75.5% 대 21.1%로 크게 우위를 보였다.

이렇듯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20~40대가 정치 변화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신자유주의 물결로 인한 양극화 심화로 이른바 ‘20 대 80의 사회’가 고착 국면으로 들어서자, 이로 인해 열패감과 저항의식을 품게 된 젊은층이 정치에 눈을 돌리게 된 셈이다. 실제로 20대는 대학 재학 중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대학등록금에, 졸업 후에는 청년실업 문제에 직면한다. 30대는 고용불안, 전·월세난 등의 문제에 처해 있다. 20~30대가 강한 야당 지지 성향을 보이고, 정치권에 복지와 분배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민생 위기가 세대별 투표 성향의 차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젊은층이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성향을 결정짓는 ‘계급 투표’의 모습을 보인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3일 서울시장 야권 통합후보 경선에서 나타난 20~30대의 높은 참여율은 정당 구도에 얽매이지 않는 변화의 바람도 보여주고 있다. ‘안철수 현상’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젊은이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에서 보듯 세계적 상황이 됐다.

20대는 ‘불통’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반발하며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세대이기도 하다. 출범 초기였던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자 촛불집회에 나섰던 고등학생들은 이제 투표권을 갖게 됐다. 20~30대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고민을 공유하는 문화적 특수성도 갖고 있다. 40대는 야권 성향인 젊은층과 여권 성향인 50대 이상 노·장년층 사이에서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세대로 분류되고 있다.

20~30대 높아지는 투표율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부터 나타난 20대와 30대의 높은 투표율이 지난 4·27 재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도 위력을 떨칠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연령별 투표율은 20대 후반 29.6%, 30대 전반 37%, 30대 후반 45.6%였다. 하지만 4년 뒤 6·2 지방선거에서는 20대 후반 37.1%, 30대 전반 41.9%, 30대 후반 50%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4·27 재보선의 전체 투표율은 39.4%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0년 이후 치러진 재보선 투표율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4·27 재보선에서 도지사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그 투표율이 더 높다. 강원도지사 선거는 47.5%, 분당을과 김해을 그리고 순천 선거는 각각 49.1%, 41.6%, 41.1%를 기록했다.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분당을의 경우 투표율이 2008년 총선보다 3.9%p나 상승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세대별 유권자 비율은 19살 1.7%, 20대 17.9%, 30대 21.4%, 40대 22.4%, 50대 17.2%, 60대 이상 19.4%였다. 20~30대를 합치면 50~60대를 합친 것보다 많아 젊은층 투표율이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세대 대결 양상 뚜렷

한때 20~30대 젊은층은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로 불렸다. 투표율로 보면 이런 경향성은 뚜렷하게 보인다. 전체 투표율이 51%로 집계된 2006년 지방선거에서 20~30대의 투표율은 30~40%대에 그쳤다. 전체 투표율 63%였던 2007년 대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47.0%였으며, 투표율 60.6%를 기록한 2008년 총선에서는 20대 유권자의 28.5%만이 투표를 했다. 평균치보다 낮은 셈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까지 20~30대는 주로 한나라당 지지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젊은층의 여론은 급속하게 反MB-反한나라당 정서로 옮겨갔다.

최근의 조사에서도 젊은층의 反MB-反한나라당 성향은 두드러진다. 지난 1일 아이랜리서치컨설팅이 서울지역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4.0%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MB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있다’는 응답을 했다. 20~30대의 경우 각각 63.4%, 66.3%가 MB 심판 성격이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장 보선 여론조사에서도 40대 이하에서는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가 완승을 거두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보통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50대 이상에서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다.
지난 6일 서울신문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20대 55.8%, 30대 65.3%, 40대 51.7%의 지지를 얻어 나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반면 나 후보는 50대에서 47.6% 지지율로 박 후보를 앞섰고 60대 이상에서는 61.5%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 4일 한국일보 여론조사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박 후보는 20대와 30대, 40대 응답자들에게서 모두 50%가 넘는 지지를 얻었다. 50대에서는 나 후보가 46.7%로 박 후보(36.7%)보다 10%p 앞섰고, 60대 이상에서는 나 후보 지지율이 51.5%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대결 구도가 이번 서울시장 보선 국면에서 극명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장 보선 투표율 높아질 듯

재보궐선거는 휴일이 아닌 평일에 치러져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평균 30%대 수준을 보여 왔다.
하지만, 10·26 서울시장 보선은 여야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이달 초 서울지역 유권자 500명으로 대상으로 투표의향을 조사한 결과,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변한 적극적 투표층이 65%에 달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77.9%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74.0%), 40대(68.6%), 30대(59.5%), 20대 이하(48.0%) 순으로, 젊은층일수록 적극적 투표층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를 중심으로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비투표의향층(7.0%)과 무응답(1.6%)을 포함한 무당파 부동층 비율은 8.6%에 그쳤다.

선관위 관계자는 “실제 투표율은 적극 투표층의 비율보다 통상 20% 정도 낮다”며 “이번 조사기준으로 본다면 40%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미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 후보 지원에 나섰고, 이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까지 박 후보의 지원사격에 나서 양측 경쟁이 격화한다면, 투표율은 이보다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투표율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투표율 45%가 승부를 가르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율 25.7%의 대부분이 한나라당 지지층이라고 가정한다면 대략 투표율 45% 수준에서 여야 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투표율이 45%를 밑돌 때는 나 후보가, 50%에 육박하거나 넘을 경우 박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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