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투표율’이 좌우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의 박빙 승부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는 선거 6일 전까지 실시된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야권·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이룬 이후 박 후보의 지지율이 나 후보를 앞섰지만, 지난 10일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혼조세를 이어가 판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여론조사로 승패가 엇갈림에 따라, 선거 당일 유권자가 얼마나 움직이느냐가 선거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율 사이의 숨은 표가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나-박 ‘초박빙’ 결과 ‘예측불허’

서울시장 선거 투표일 이전 마지막으로 실시된 몇몇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는 치열한 접전을 이어갔다.

지난 20일 발표된 4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두 곳은 나 후보가, 두 곳은 박 후보가 앞선 것으로 조사돼 혼전 양상을 보인 것이다.

서울신문과 엠브레인이 지난 18~19일 서울지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MMS(유선전화·휴대전화 병행조사) 방식을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 47.0%, 나 후보 42.9%의 지지율을 얻어 4.1p 차로 오차범위 내(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p)에서 박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 투표층(66.6%)에서도 박 후보 47.6%, 나 후보 46.1%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11일 실시한 서울신문 여론조사는 박 후보 44.5%, 나 후보 47.6% 지지율을 얻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결과가 뒤집혔다.

지역별로는 강북권에서 박 후보가 48.4%로 나 후보(41.5%)에 비해 강세를 보였다. 또한 서남권에서도 51.0%를 기록, 41.0%까지 하락하던 것이 반등했다.

헤럴드경제와 케이엠조사연구소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박 후보가 나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이는 지난 17~18일 서울지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1대1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p), 박 후보가 43.5%를 지지율을 얻어 나 후보(42.3%)를 1.2%p 차로 앞섰다. 적극 투표층에서는 박 후보가 43.6%, 나 후보가 43.5%로 나타나 두 후보의 격차는 0.1%p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17~18일 서울지역 유권자 16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RDD방식·임의 번호 걸기·신뢰수준 95%, 오차범위 ±2.4%p)에서는 나 후보(45.9%)가 박 후보(42.3%)를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실시된 지난 14~15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선 1.0%p 차로 박 후보가 나 후보를 앞섰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또한 국민일보와 GH코리아가 지난 18일 서울지역 유권자 800명을 상대로 전화 여론조사(RDD방식·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46%p)에서도 나 후보는 지지율 42.2%로 박 후보(39.3%)를 2.9%포인트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적극 투표층(65.4%)에서는 나 후보 지지율이 45.6%로 박 후보(40.3%)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앞서 나 후보는 야권 단일화 이후 40~50% 지지율을 유지하던 박 후보에 뒤쳐졌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나 후보의 상승이 눈에 띄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격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본격적인 지원 유세 등 위기감을 느낀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이 결집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 직전 박 전 대표의 지원에 맞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 후보 지원에 나설 경우 ‘안철수 효과’가 작용해 선거 승패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88만원 세대, 승패 가른다

이렇듯 각종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승패가 엇갈리는 현상을 보이면서 선거 당일 두 후보의 승패는 88만원 세대(2007년 전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0대)로 대변되는 젊은 층의 투표참여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88만원 세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서 투표참여를 호소하며 선거에 적극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은 기간에도 이 같은 젊은 층의 투표 독려 운동으로 인한 투표 참여율이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부분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 모두 오차범위 안에서 지지율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실제 선거 세대별 투표율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세대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로 20~30대에선 박 후보가, 50~60대에선 나 후보가 앞서면서 세대별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지난 16~17일 서울지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p)결과, 20대(이하)의 경우 나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은 32.5%, 박 후보 48.9%로, 박 후보가 크게 앞섰다. 30대에서도 박 후보(57.5%)가 나 후보(26.3%)보다 우세하게 나타났다.

반면, 50대 이상에서 나 후보는 63.0% 지지율을 얻어 박 후보(20.3%)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5일 서울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 여론조사(RDD·신뢰수준 95%, 오차범위 ±4.4%p)결과, 세대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30대에서는 박 후보가 64.3%로 35.7%를 얻은 나 후보를 크게 앞섰고, 50~60대에서는 나 후보가 각각 60.6%, 78.3%를 얻어 강세를 보였다.

CBS와 나이스알앤씨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서울지역 유권자 7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RDD 방식·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p) 결과, 20대와 30대는 박 후보가 각각 44.6%와 55.7%를 얻어 나 후보(39.1%, 33.0%)를 앞섰지만, 50대와 60대에서는 나 후보가 49.2%와 59.2%로 박 후보(35.8%, 23.0%)보다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투표율이 관건

아울러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율 사이의 숨은 표는 이번 선거의 당락을 가를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았던 유권자의 숨은 표가 실제 투표장에서 표를 얼마나 던지느냐에 따라 당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숨은 표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선거일 직전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15%p 가량 앞섰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0.6%p차이(오세훈 47.4%, 한명숙 46.8%)로 간신히 이긴 것이다.

이는 천안함 사태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야권 지지자들이 속마음을 숨겼다가 트위터 투표 독려 운동에 자극받아 투표장으로 나왔던 결과다.

이에 따라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숨은 표가 최대 15%까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반면, 야당 성향의 숨은 표뿐만 아니라 여당 성향 숨은 표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 초반 안철수 열풍으로 박 후보 지지율이 크게 앞서 일부 여당 지지자들이 침묵을 지켰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여당 지지자들의 숨은 표가 그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종구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최근 여러 선거 결과는 야당의 숨은 표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야당의 숨은 표를 경계했고, 나 후보 측의 안형환 대변인은 “최소 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박 후보 측은 최대 7%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선거운동 초기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으로 박 후보 지지층 일부가 유보층으로 돌아섰다”며 “하지만 지지세가 확 빠지지 않고 있음을 감안하면 박 후보가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숨은 표는 결국 투표율로 좌우됨에 따라, 남은 기간 여야는 지지층을 결집해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 들이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김미현 동서리서치 소장은 투표 참여율과 관련해 “나경원 후보는 오전 투표율에, 박원순 후보는 오후 투표율에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이어 “지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일)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겠다는 응답자는 60% 중반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실제 투표율은 통상적으로 조사 때보다 약 20% 정도 낮게 형성되므로 약 40% 중·후반대로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0% 중·후반대도 이번 선거가 평일에 치러지는 보궐선거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낮은 수치는 아니다”라며 “그러나 선거 열기가 높아질수록 선거 참여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지금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투표율이다. 투표율에 따라 두 후보의 당락이 갈릴 수 있다”며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 차기 대선주자들의 지원, SNS 등을 통한 젊은 층의 투표참여 등을 볼 때 그렇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지지기반으로 볼 때 젊은 층의 투표 참여는 박 후보, 50대 이상의 투표참여는 나 후보에 유리할 것”이라며 “투표율은 40% 초반대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김규리 기자]oymoo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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