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고집 ‘명박산성’ 어청수, 경호처장으로


서울시장 패배로 MB레임덕 가속화
정두언 “대통령 자신이 문제”…대통령과 각 세우기 본격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박원순 범야권단일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안철수 신드롬’ 등으로 약세를 보이던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의 구원등판으로 잠시나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결과는 7.2%p라는 비교적 큰 격차를 보이며 패했다. 선거결과를 접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허탈감에 빠졌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통해 정국주도권을 잡는 것은 물론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당은 혼란에 휩싸였고, 선거 책임론까지 일었다. 여의도에서 불어 닥친 책임론은 어느새 청와대로 향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청와대에서 터져 나온 핵심 참모들의 잇따른 비리연루와 내곡동 사저 논란은 국민들에게 현 정부의 도덕적 결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고, 이는 한나라당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선거패배에 따른 청와대 책임론은 인적쇄신 요구로까지 이어지면서 선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MB의 고집, 또 측근 전면배치

선거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한데 이어, 한 달 가까이 미뤄왔던 지식경제부 장관과 경호처장 후임 인사를 발 빠르게 처리한 것은 선거 후폭풍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재보선 직후 단행된 인사는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현실 인식이 실질적으로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변화로 나타날지 의문이 들게 한다. 이날 후임 경호처장으로 내정된 어청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첫 경찰청장으로 미국산 쇠고기수입반대 촛불시위에 ‘명박산성’이라 불린 차단벽으로 대응해 비난을 샀던 인물이다. 이후 불교계와 마찰을 빚으며 퇴진했지만 보은인사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어 내정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지 59일 만에 경호처장으로 영전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KOTRA 사장으로 취임한 지 100일 만에 지경부 장관으로 영전해 이 대통령이 좁은 인사풀에서 또 회전문인사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날 트위터에 “젊은 세대의 뜻을 새기겠다고 밝힌 대통령이 어 전 청장을 경호처장을 임명했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라는 글을 올려 어 청장의 내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 핵심 측근들의 잇따른 비리연루와 구속수감

“임기 중 측근 비리는 없다”고 공언하던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불어 닥친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개인비리’로 애써 묵살하려 했지만 국민적 질타는 거셌다. 결국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MB측근 비리와 관련해 “송구스럽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MB맨으로 통하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부산저축은행그룹 측 로비스트 박태규 씨로부터 구명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수감됐으며, 이에 앞서 SLS그룹 이국철 회장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에게 장기간에 걸쳐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고, 청와대의 MB측근들에게 수시로 상품권 등을 전달했다”고 폭로해 청와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국철 회장이 거론한 이름만도 신재민 전 차관를 비롯해 박영준 전 총리실 차장,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등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이 대통령의 사돈인 김윤옥 여사 형부의 동생 황모씨는 불법 게임장 투자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황씨는 특히 ‘내 친형이 대통령과 동서지간이고 대통령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고 강조하며 금품을 뜯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갖 의혹이 얽혀있는
내곡동 사저


선거 초반에 터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문제는 국민적 공분을 낳았다.

이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내곡동 사저부지 일부가 장남 시형씨 명의로 매입된 것이다. 더욱이 시형씨는 그 부지를 공시지가보다 싸게 구입했으며, 대통령경호실에서 매입한 토지는 공시지가보다 높게 구입한 것이 알려지면서 ‘다운계약서’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대통령 아들이 부담해야할 취득비용을 대통령실에서 국민세금으로 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대통령 아들이 사저 부동산을 매입한 것도 의문이지만 시형씨의 부동산 매입자금에 대한 출처도 불명확했다. 더욱이 시형씨가 매입한 사저건물의 공시지가가 1년 새 16억 원 가량 떨어진 것이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재산세 등 세액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시가격을 축소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청와대는 “내곡동 사저 땅을 대통령 앞으로 즉시 옮기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비판여론은 확산일로로 치달았고, 급기야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없던 일로 하면 끝이냐’며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시형씨를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청와대 책임론’
확산될까 전전긍긍


한나라당 지도부는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청와대 책임론’을 애써 쉬쉬하며 조용한 사태수습을 원하는 모습이다.

홍준표 대표는 10·26 재보선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서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며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당 지도부가 책임공방 자체에 대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청와대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은 “대통령 자신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청와대에 별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청와대의 내각 개편 얘기가 나왔지만, 관심이 별로 없다”며 “대통령 스스로 민심에 승복하고 민심을 수용하는 제2의 6·29선언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남경필 최고위원 역시 “내곡동 사저 문제가 터지면서 ‘그러면 그렇지’라는 국민적 실망감이 더해졌다”며 “인적쇄신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데서 답을 찾고 내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일단 ‘선(先) 민심수습, 후(後) 인적개편’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임태희 대통령실장에 대한 사의표명도 반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민생을 한 치 흔들림 없이 챙기겠다”고 말해 선거 패배에 따른 흔들림 없는 국정 수행을 표명했다. 그러나 선거 패배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한 만큼 ‘청와대 책임론’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이 대통령의 레임덕 또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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