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계속되는 언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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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세력 등장엔 천안함 사건 믿지 못한 시민연대가 자리 잡아”
“좌우 편 가르기로 사회 분열시키지 말아야”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보수언론의 ‘박 시장 공세’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선거 이후 공식적인 서울시장 업무가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에 열을 올렸다. 박 시장의 승리를 두고 패닉적 반응을 보이며 박 시장을 향해 경고하고 나섰고, 박 시장을 지지한 세력을 좌파로 분류하며 앞으로의 서울 시정에 대해 우려했다. 보수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박 시장이 야권 통합 후보로 단일화에 성공했을 때는 물론이고, 선거운동 기간 동안 박 시장의 후보검증에 목소리를 높이며 편파보도를 이어왔다.

지난달 26일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 7% 이상차이로 승리하자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색깔공세에 나섰다.

“박원순, 좌파세력 지지로 당선”

중앙일보는 지난달 28일 보도된 사설에 이번 선거결과와 관련, “박 시장은 이제 시민운동가가 아니다. 서울시장이 쓰는 돈은 기부금이 아니라 시민이 내는 세금에서 나온다. 서울시 살림의 허리끈을 마구잡이로 풀다보면 서울시가 쪽팍을 찰 수도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는 앞서 “민주당의 영입 제의를 뿌리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은 정당정치에 굴욕을 안겨준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사설에는 “그의 당선을 보는 서울시민의 마음속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그를 지지한 사람은 기대감이 크겠지만, 나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에겐 불안감이 앞선다. 평생 진보 NGO 활동에만 몸 바쳐온 박 시장이 과연 서울시장이란 막중한 공직(公職)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에 대한 검증이 혹독했던 것은 이런 보수 유권자들의 우려가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역시 지난달 27일 선거결과와 관련해 “1995년 광역단체장 선거가 시작된 이래 무소속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박 후보 개인만의 승리가 아니라 그를 지원한 좌파 시민단체 세력이 정치 전면에 등장한 것을 의미한다”고 폄훼했다.

같은 날 사설에도 “이번 선거의 수수께끼는 박원순 후보를 승자로 만든 서울시민이 승자의 본 모습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서울시민이 이번 선거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시민운동가로서의 박 당선자 얼굴밖에 없다. 박 당선자가 반대하는 세력은 분명해졌으나 그가 누구와 어깨동무하고 1000만 서울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짐작하기도 어렵다”며 비판에 나섰다.

그러면서 “그의 오른쪽엔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해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그의 왼쪽엔 UN에 천안함 사건의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서를 보낸 참여연대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며 “이제 박 당선자가 행동을 통해 자신의 머리에 담고 있는 생각을 서울시민에게 그대로 드러내고, 서울시민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결과를 지켜볼 차례다”라고 경고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을 통해 “박 시장은 진보좌파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지만 좌우 편 가르기나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세력에 대한 배척으로 우리 사회를 더 분열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좋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기도 했다.

시종일관 ‘박원순 때리기’

보수언론의 박 시장에 대한 비판 공세는 선거 운동 기간 중에도 이어졌다.

보수언론은 시민사회운동 자체를 비난할 뿐 아니라 아름다운가게 운영과 기업 후원금을 두고 ‘협찬 인생’이라고 평가하는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와 더불어 색깔론을 펼쳤다.

한나라당이 선거 운동 막판 ‘종북좌파’를 거론할 때도 이에 힘을 더했다. 한나라당은 박 시장의 국가보안법 폐지 및 평택미군 기지 확장 반대 운동 등을 종북으로 몰았고, 조중동도 ‘종북 조종사’에 대한 기사를 쓰며 색깔 공세에 나섰다.

동아일보 사설에는 “아름다운재단의 사업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제주 해군기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좌파 시민단체 지원에 쓴 것은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고 보도된 바 있다.

앞서 박 시장이 지난달 범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확정됐을 때도 보수언론은 견제와 비판을 일삼았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된 데 대해 박 변호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박 변호사, ‘뭘 할 건지’ 앞서 ‘뭘 해왔는지’ 설명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 변호사는 안철수 풍선의 상승세에 이끌려 제1야당 후보를 물리치고 범야권 후보 자리까지 차지했다”며 “박 변호사가 ‘안철수 효과’를 타고 하루아침에 급부상한 관계로 서울시 유권자들은 불과 20여일 남은 선거를 앞두고 박원순이 누구인지를 속성(速成)으로 배워야 할 상황”이라고 박 후보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도 “본격 검증 앞에 선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라는 제목의 사설로 박 후보에 대한 의혹을 부각하며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다.

선거 당일인 지난달 26일에도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서울시장 후보가 어떤 길을 걸어왔으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따지는 것은 유권자의 바른 선택을 돕기 위한 필수 절차다. 검증 없는 선택은 민주주의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검증은 오히려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반면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언론은 박 시장의 병역기피 의혹이 논란이 됐을 때 이에 대해 네거티브 공세로만 단정해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겨레신문은 지난달 10일 박 시장의 병역기피와 관련해 ‘박원순 병역기피 네거티브 공세’라는 제목으로 박 시장 측 해명을 보도하고 ‘10대 공약’을 자세히 보도했으나, 나 후보 측 보도는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한 부분에 그쳤다.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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