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 진동’ 휴가지서도 ‘불쑥 불쑥’

회사원 김인수씨(가명·33)는 퇴근길마다 같은 경험을 한다. ‘웅웅~’ 휴대전화 진동소리만 들리면 저절로 주머니로 손이 간다. 김씨뿐만 아니다. 옆 승객도 같은 반응을 보인다. 심할 때는 휴대전화가 울리지도 않았는데 주머니에서 헛진동 불쾌감 때문에 낮은 음으로 휴대전화 벨을 바꿔봤지만 헛 진동 경험은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울리지 않는 벨소리가 귓가에 울릴 정도다. 가족과 함께 떠난 휴가지에서도 헛진동 경험은 계속됐다. 영업직이다보니 직업병이라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불편이 커지면서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씨는 “주변 사람들도 모두 겪는 일이라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심한 휴대전화 중독증세가 아닐까 의심이 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최근 인터넷 누리꾼들에게 낮선 용어가 퍼지고 있다. ‘팬텀바이브레이션신드롬’. 휴대전화 헛진동 경험을 말하는 용어다. 포털사이트 다음 블로거 뉴스란에
팬텀바이브레이션신드롬에 대한 설명이 게재됐다. 누리꾼이 올린 글은 미국 언론 USA투데이가 게재한 휴대전화 중독에 대한 기사를 옮겨 놓은 것이다.

USA투데이 기사는 휴대전화가 실제로 진동하지 않았지만 진동하고 있는 느낌의 감각에 빠지는 증상을 팬텀바이브레이션신드롬이라는 용어로 명시하고 있다.

또 이 용어는 캐나다의 스티븐(28)이라는 웹 개발자가 휴대전화 헛진동 체험을 한 다음, 연구를 시작했으며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유사한 경험을 한 네티즌의 증상을 수집한 자료도 소개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행동의학전문가들은 휴대전화 이용자가 진동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증상 빈도가 많아진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이 진동하는 감각을 일정 간격으로 규칙 있게 경험하는 것으로, “뇌”가 이 감각을 학습해 버리기 때문이다. 진동에 대한 반응학습인 셈이다.

이 블로거 뉴스는 게재 당일 주요 뉴스로 랭킹 되면서 누리꾼에게 인기를 끌었다.


휴대전화 사용자 25% 중독수준

국내에서도 휴대전화 관련 증상들을 휴대전화 중독 증후군이라는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조사는 지난 2005년 처음 실시됐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청소년(14~19세)의 휴대전화 이용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4명꼴로 수업 중에도 몰래 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한 달에 문자를 1000건 이상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1명은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하다’고 답했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리서치 전문 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에 따르면 휴대전화 사용자 25%가 심각한 중독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지난해 말 발간한 ‘휴대전화 중독 원인분석’보고서를 통해 휴대전화 중독을 휴대전화의 지나친 사용으로 인한 신체, 심리, 사회적인 면에서 부적응, 일탈을 경험하면서도 집착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 중독 증상 중 가장 빈번한 것이 팬텀바이브레이션신드롬인 것으로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휴대전화 중독 중 강박과 집착 증상 분석 결과,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지 않을 때도 벨소리가 들리거나 진동이 울리는 착각을 한다’는 문항의 대답빈도가 가장 높았다.

‘수시로 휴대전화 단말기를 들여다 본다’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지 않을 때도 자신도 모르게 전화 버튼을 누르고 있다’가 뒤를 이었다.

직업별 중독증상 차이는 고등학생이 중독정도가 가장 심하게 나타났고 중학생, 대학생, 직장인, 자영업, 주부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도 휴대전화사용시간에 따라 중독 증상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대변하는 부분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휴대전화 사용 금단 현상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10대에서 20대를 거쳐 30대로 올라갈수록 휴대전화 중독현상이 낮아지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휴대전화 중독이 심해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 낮아질수록 중독 심해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20대 대학생시기부터 심각한 휴대전화 중독현상을 보일 경우 사회진출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독서 등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고 충고했다.

한편 휴대전화 중독증상은 휴대전화의 과다사용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며 금단증상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했을 때 초조함과 불안감과 함께 두통이나 불면증 등의 증상을 말한다. 또 내성은 한번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최소한 2~3통화를 해야 하는 경우로 휴대전화의 사용횟수를 통해 증세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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