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재단 박근령 이사장 약혼 둘러싼 잡음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차녀 박근령(53) 육영재단 이사장의 약혼자인 신동욱 백석문화대 교수와 심용식 육영재단 전 대변인 간에 공방전이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신 교수와 박 이사장의 결혼문제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음모론으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신 교수. 그는 심 전 대변인의 배후에는 8명 이상이 있으며 그들이 정치적 음모를 꾸미는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심 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지추측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또 두 사람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신 교수 측은 자신이 차량테러에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심 전 대변인은 신 교수가 자신에게 앙심을 품고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이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과 재단 관계자 등을 만나 사건의 전모를 알아보고, 갈수록 점점 달아오르는 쌍방 간의 논쟁을 둘러싼 막전막후를 취재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박 이사장이 신 교수와 약혼 발표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말께 신 교수는 육영재단 자문위원에 응시했고, 서류를 제출한 후 이틀 만에 기획조정실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때부터 신 교수는 전권을 행사하기 시작했으며, 기존 원로 임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에 내부에서는 여러 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약혼 발표 이후 심-신 ‘갈등’ 시작

심 전대변인 및 재단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육영재단에는 기획조정실장이라는 공식직책이 없었다. 이 때부터 이사장의 경영능력 부족과 명확한 기준 없이 직원을 채용하는 ‘불법운영’ 등 재단 비리문제가 일부 간부들의 입방아에 심심찮게 올랐다고 한다.

또한 과거 박 이사장에게 ‘흑심’을 품고 접근했던 사람들이 많아, 심 전대변인 입장에서는 신 교수의 신상에 대해 강한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심 전대변인은 신 교수의 서류를 집중 검토, 뭔가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신 교수가 제출한 이력서에 ‘사생활’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는 것.

이런 와중에 박 이사장은 재단 간부들을 소집, “깜짝 놀랄 소식이 있다”며 신 교수와의 약혼을 발표했다. 모두가 박수치며 박 이사장과 신 교수를 축복했지만, 심 전대변인은 이를 강력 반대했다.

당시 자리에 참석했던 한 간부에 따르면, 심 전대변인은 “신 교수는 엄연히 부인이 있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100일도 채 되지 않은 딸까지 있어 사실혼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이때부터 신 교수와 심 전대변인 사이에 ‘갈등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


심씨, 성희롱 등 이유로 ‘해임’ 처분

심 전대변인은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박 이사장, 신 교수, 재단관계자 등 불특정 다수에게 보냈다.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보낸 메시지도 있었지만, ‘1004’라는 암호를 사용해 마치 다른 사람한테 메시지가 전달된 것처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심 전대변인은 “‘1004’는 박 이사장을 추모하는 모임인 ‘1004 포럼’을 빗대 쓴 것이며, ‘하나님이 다 보고 계시니 행동 조심하시오’라는 의미에서 이 숫자를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은 ‘근령씨, 이성 찾아요. 등산길에 가짜교수와 추태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연인관계 곧 인터넷 도배 개봉박두’, ‘젊은 놈에 몸 잡히고 재단 망치려는 불효를 즉시 중지할 것’, ‘최근 근황을 일일이 폭로하기 전에는 계획적 접근한 xxx 털어낼 것’ 등 다소 민망하고 협박성이 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박 이사장은 지난달 16일 심 전대변인을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명예훼손, 공갈협박, 성희롱 등이 고소 이유다.

그 뒤 심 전대변인은 육영재단 측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그러나 심 전대변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해고되었거나 촉탁업무가 해제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에 심 전대변인은 사건 당일(9일) 육영재단에 출근했다.


신씨 교통사고 둘러싼 양측 공방

심 전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그는 자신의 카니발 승용차를 몰고 어린이회관 정문을 통과하려 하자 갑자기 경비와 신 교수가 나타나서 차를 가로막으며 진입을 통제했다.

심 전대변인은 안에 들어가려고 하는 과정에서 차량 공회전을 시키며 진로방해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 신 교수는 심씨에게 “박 이사장을 성희롱한 혐의로 피소상태인 사람을 내부에 들일 수 없다”며 “들어오려면 주차권을 끊어 바깥쪽에 주차하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실랑이를 벌이는 도중, 경찰이 도착했다.

격분한 신 교수는 “심씨가 나를 죽이려 한다”면서 ‘살인미수’ ‘차량테러’ 등의 혐의로 서울 광진경찰서에 심 전대변인을 고소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심 전대변인은 사건 당일 신 교수가 육영재단에 도착했을 때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실랑이가 오갔고, 이에 갑자기 심 전대변인이 차에 올라탄 후, 신 교수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2차례 밀어붙여 1m 가량 밀려났다는 게 신 교수의 주장이다.

이후 신 교수는 인근 한라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측은 ‘상해 치상 2주’ 진단을 내렸다.

신 교수는 “심 전대변인이 우리의 결혼을 반대하고, 배후세력과 공모해 박 이사장과 나에게 인신공격과 위협, 협박이 섞인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이 때문에 심 전대변인을 해고했는데 심 전대변인이 출근해서 이 같은 소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괴문자 때문에 사람들을 경계하는 등 한동안 정신적인 충격에 시달려야 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심 전대변인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면서 “내가 두 사람의 결혼을 극구 반대하고, 신 교수의 사생활을 폭로해 나한테 앙심을 품고 거짓진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심 전대변인이 신 교수를 상대로 무고와 명예훼손, 교통방해 혐의로 고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53년 동안 살아오면서 억울한 일을 수없이 당해왔지만 이제껏 참고 살아왔다”면서 “신 교수 같이 무가치한 사람을 상대로 고소해 나의 무고소 전력에 먹칠을 하고 싶지 않다”며 고소할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신 교수는 “오히려 고소를 해 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태.

신 교수는 “진실은 곧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이 사건은 단순히 박 이사장의 결혼을 반대하는 차원이 아닌, 박근혜 전대표를 죽이기 위한 일종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정확한 증거를 묻는 기자에게 그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이는 지난 5월 박 전대표를 테러한 ‘지충호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이번 사건에 총 8명 이상의 세력이 포함돼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퇴원하는 대로 나와 나의 전처, 아이들을 능멸한 죄값을 반드시 치르게 하겠다”며 “이번 사건으로 세간의 도마에 올라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전처와 큰 아들, 그리고 이번에 태어난 딸아이에게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직도 심 전대변인 행동 이해 안가”

지난 15일 오후 성동구에 위치한 한라병원에서 만난 박근령 육영재단 이사장의 표정은 어둡다 못해 수심이 가득했다. 심용식 전대변인과의 실랑이 과정에서 빚어진 교통사고로 인해 박 이사장의 약혼자인 신동욱 교수가 현재 입원해 있는 상태에다가, 심 전대변인의 기자회견 이후 박근혜 전대표에게 불똥이 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날 박 이사장과 그의 약혼자인 신 교수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2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인터뷰 진행은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 박 이사장에게 질문하는 내용 하나하나에 신 교수의 견제가 다소 강했던 탓이다. 다음은 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일로 마음고생이 많을 것 같다. 심 전대변인의 기자회견 등에 대한 입장 및 심정은.
▲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나에겐 (신 교수와의 약혼에 대한 이의제기에) 화해의 뜻을 표하고 뒤에선 재단관계자 등에게 ‘괴문자’를 보내며 이중플레이를 한 것에 대해 분노한다.

- 협박문자 등에 시달렸다고 들었다. 문자를 받았을 당시 기분은,
▲ 당시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기자가 이런 문자를 받았다고 생각해봐라.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이런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문자에 상처받았다.

- 심 전대변인이 왜 이렇게까지 한다고 생각하는가. 신 교수와의 감정이 안 좋을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나는 아직도 심 전대변인이 왜 신 교수를 그렇게 공격하고 비방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어쩌면 심 전대변인의 배후에 다른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박 전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뭐라고 하나.
▲ 언니는 이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일로 인해 열심히 뛰고 있는 언니한테 누를 끼치게 될까봐 염려되고 죄송할 따름이다.

- 신 교수와의 관계는 아무 이상 없나. 재단 주변에서는 사이가 소원해지고, 최근 다툼이 많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 우리사이엔 아무 문제 없다. 업무상 의견이 한번 씩 충돌해 싸우는것처럼 보일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사적으로 다퉈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 그렇다면 계획대로 결혼을 할 예정인가.
▲ 우린 지금 약혼을 한 상태고, 좋은 감정을 갖고 만나고 있다. 이번 일이 결혼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

- 육영재단 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이 터져 더 시끄러울 것 같다.
▲ 그렇지 않다. 내부에선 생각보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활력 있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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