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임기 말 수상한 크루즈 선상 카지노 허가

MB정부 임기 말 제주도를 모항으로 출항을 앞둔 한·중·일 국제 크루즈 선박에서 선상 카지노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이 역대 정부에서 고질적으로 불거졌던 카지노 스캔들을 재현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상카지노 도입은 2013년 출항을 앞둔 한중일 삼국을 오가게 될 3만 톤급 국제카페리 사업자가 지난 11월 제주도특별자치도 측에 선상카지노 도입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본격화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업계와 시민사회는 “자칫 특혜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MB정부가 선상 카지노 사업과 관련해 검은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제안서에 따르면 총자본금 20억 원을 투입해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해당선사가 참여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 선상 카지노를 운영한다는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선상카지노 도입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제적으로 미칠 파급효과가 미지수일 뿐 아니라 기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는 관광객 전용카지노 도입 시 오는 2016년까지 매출 규모 6000억 원과 영업 이익 1800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지만, 실제 제주도는 선상카지노 도입에 따른 매출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 집중 토론회’에서 국제카페리 내 카지노 허용 문제를 논의한 후 필요성에 대해 정부와 업계가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에 정부는 당초 외국인 전용 선상카지노의 내국인 통제에 대해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지난 11월 13일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포함하고 있는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선상 카지노 유치 필사적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는 본격적인 관광진흥조례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제주도는 전년도 외국인 수송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선상 카지노 허가조건을 삭제하고, 선상 카지노를 갖추려면 1만톤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항은 2만톤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조례가 개정되면 새로 취항하는 2만 톤급 이상 크루즈의 경우 선상 카지노 운영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은 기존의 업자들을 배제시키고 새로 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을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임기 말 카지노 사업이 수상하다”는 의심어린 지적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카지노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데다 선상 카지노 허가추진 과정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제주도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내수활성화 차원에서 선상카지노 도입을 신규과제로 채택했지만 현 정부가 임기 말이어서 추진 동력이 얼마나 될지 의문시 되는데다, 대선을 앞두고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확신할 수 없어서다.
제주를 기점으로 외국 항만을 운항하는 크루즈 선박에 대한 외국인 카지노 허가권은 제주도지사가 가지고 있다. 법제처에 따르면 제주와 외국을 왕래하는 여객선에서 카지노업을 하려는 자는 제주특별법 제171조에 따라 제주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선상 카지노는 내년 2월쯤 취항 예정인 제주크루즈라인(주)의 국제 카페리 크루즈가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제주크루즈라인은 3만 톤급 선박을 매입해 선급 변경 검사를 마치고 현재 부산항에서 수리작업을 하고 있다. 이 배는 중국 상하이와 제주, 일본 모지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당초 사행성감독위원회가 도박산업의 추가 허가를 반대하는 등 선상 카지노 설립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정부가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해 크루즈 산업 활성화에 나섬에 따라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기로 했다. 선상 카지노 도입은 크루즈 경쟁국인 홍콩이나 일본 등과 대등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검토돼왔다.
이 사업에서 분명치 않은 점은 사업자가 자꾸 바뀌는 것이다.

바뀌는 사업자 미스터리

당초 이 사업에서 사업자로 유력시 됐던 업체는 ㈜하모니 크루즈였다. 이와 관련해 한 언론은 “㈜하모니 크루즈는 (크루즈 관광) 불모지와 다름없는, (한국에서)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사업허가를 받아 내년 2월 취항을 앞두고 있다며 이 회사는 포항, 광양 제철소의 철광석 운반회사인 폴라리스 쉬핑의 자회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회사는 이 사업에 더 이상 언급되지 않고 있다. 허가에 중요한 외국인 운송실적과 조항이 없어졌는데도 실제로 카지노 설치 준비까지 하고 2만 톤이 넘는 배까지 도입한 회사가, 왜 카지노 사업에 손을 뗏는지 이유가 명확치 않다.
지난 7월경 선상 카지노 사업자는 ‘한국 로터스마인(Lotus Mine)’으로 바뀌어 있었다. 당시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제주-상하이 첫 크루즈 운항은 로터스마인이 추진하며, 이 회사가 중국 최대여행사 CITS와 합작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한국 로터스마인은 지난 8월 14일 중국 최대여행사인 중국국제여행사(CITS)와 함께 합자법인 『CL 크루즈』(양사 각 머릿글자)를 설립하는 계약식을 베이징 CITS 본사에서 체결했다. 합자법인은 자본금 200억 위안(3조 6000억)으로 로터스마인이 51%, CITS가 49%다.
정리하면 2011년 11월 크루즈 카지노의 허가설이 처음 보도됐을 때는 ‘하모니 크루즈’가 등장했고 올 8월 재보도가 됐을 때는 ‘로터스마인’이 등장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다시 제주크루즈라인㈜이 사업자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로터스마인이 구체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다시 제 3의 업체로 넘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로터스마인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지 모호하다.
일각에서는 사업 진행과정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전 1년간 운송실적 필요부분을 삭제하는 특혜를 주고 그 특혜의 첫 수혜대상으로 예상되던 회사가 다른 크루즈 회사로 바뀐 부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내년 2월에 맞춰 한중 크루즈가 취항하기로 한 점도 공교롭다는 시각이 정치권에 만연하다.
이에 대해 정치권 주변에서는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로터스마인이라는 회사에 대해 알아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다분하다.
로터스마인은 방사능 물질 처분시스템 회사로 ‘방사능 폐기물 보관 용기’를 생산한다. 저ㆍ중ㆍ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원전 폐기물과 폐연료봉 등을 넣어 안전하게 보관하는 용기를 제작하는 회사로 국내에 국제적 기준에 적합한 이 기술을 가진 다른 회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의혹제기로 주목을 끈 미래경제연구소의 황장수 소장은 이에 대해 “폐연료봉이 누적되어 2014년이 되면 포화상태에 이르고 고준위 폐기물(폐연료봉) 중간 처리장도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밀식 보관을 위해 필요한 장치”라며 “이 사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며 원자력 안전위원회의 『기준』과 원자력 안전연구원 『기술표준』 및 지경부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분야”라고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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