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딸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음모설부터 진승현게이트의 연루설, 사생활 보호 논란 등 DJ의 딸이라는 김모(35)씨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한창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18년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경호해왔던 함윤식씨가 DJ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김씨의 생모에 대해 구체적인 증언을 하고 나서 주목된다. 함씨는 지난 1969년부터 김 전 대통령의 경호 및 수행비서로 활동해 왔으나 1987년 6월, 김 전 대통령과 결별을 선언한 뒤 <동교동 24시>란 책을 펴내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6개월쯤 앞두고 나온 이 책을 둘러싸고 국정원(당시 안기부) 사주를 받은 전형적인 ‘DJ죽이기’ 책이란 오명이 따라 다녔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경호책임자로 누구보다도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보좌하면서 김 전대통령의 주변사람들에 대한 은밀한 대화 내용 및 사생활부분이 소상하게 기록돼 있어 위·변조 논란에도 불구, 관심을 끌어 왔다. 문제는 87년도에 완성된 <동교동 24시>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DJ 숨겨놓은 딸’과 관련, 이 여인의 생모인 김모여인에 대한 짤막한 언급이 있다는 점이다. <일요서울>은 지난 22일 2시간에 걸쳐 이 책의 저자인 함씨(현재 모 교회 장로)를 만나 ‘DJ 숨겨놓은 딸’의 생모인 김여인에 대한 함씨의 주장을 들어보았다

.- <동교동 24시> 발간 이후 심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활해 왔나.▲<동교동 24시>가 발간된 후 한 목사의 전도로 기독교를 받아들여 현재는 집 근처의 교회에서 장로로 활동하고 있다. 벌써 18년전 일이다. 모든 것에 감사하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 최근 김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 논란으로 정가가 시끄럽다. 함씨는 이미 87년도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책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그때가 1971년 4·27 대통령선거 때로 기억한다. 제 7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씨는 박정희 후보에게 94만6,928표차로 패했다. 4월 29일 김대중씨는 대통령 선거 후 첫 성명을 발표하고 크게 낙담한 가운데 며칠간 호텔에서 쉬면서 총선구상을 한다며 내게 광화문 근처의 E호텔에 예약을 맡겼다.

- 그때 김 전 대통령이 김모 여인을 만나게 된 것인가.▲만난 건 아마 그 이전부터였던 것 같다. 다만 한 사건으로 인해 김대중씨와 김여인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이 그때였다는 것이다.

- 그 사건이란 무엇인가. ▲그날 김대중씨가 아래층에 손님이 찾아왔다고 하면서 두시간 가량 아래층으로 내려간 적이 있었다. 나는 예정에 없던 출타였기 때문에 서둘러 나가서 수행하려고 했는데 잠깐이면 된다고 하면서 (같이 안가도) 괜찮다고 했다. 전에도 가끔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중요한 손님을 만나시는가 보다’고만 생각했다.

- 그 중요한 손님이 누구였나.▲당시에는 중요한 손님인줄만 알았는데, 김대중씨가 돌아온 후 방에서 좀 자겠다고 하여 당분간 시간의 여유가 있을 것 같고, 배도 출출해서 호텔앞의 분식집에 가서 칼국수나 한그릇 먹을 생각으로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그런데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호텔 직원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어 쳐다보니 내가 잘 알고 있는 여인이었다. 내가 아는 척을 하며 ‘웬일이냐’고 물으니까 ‘내가 선생님하고 같이 있다 나오는데 호텔방 값을 나보고 지불하라고… 이럴수가 있는거야’라며 불쾌해 하는 것이었다. 순간 당혹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이모(DJ집사)씨가 후다닥 뛰어나오며 ‘그 방값은 내가 계산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후 이씨가 내게 지금 있었던 일은 절대 입밖에 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함씨는 이같은 내용을 이미 87년 발간된 <동교동24시>에서 밝힌바 있다>

- 그 여인은 누구였나.▲그 여인은 광화문 소재 N호텔 뒤에 있는 J 요정의 종업원이었다. 평소 김대중씨가 자주 가던 곳으로 늘 그 여인이 김대중씨의 수발을 들곤 했다. 내가 늘 보좌를 하곤 해서 서로 ‘오빠, 동생’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바로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김모씨다. (김 전 대통령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여인의 생모를 두고 SBS 뉴스추적에서는 한정식집 종업원이라고 하고 오마이뉴스 등 일부언론에서는 그 여인이 김 전 대통령의 비서라고 밝힌 바 있는데, 함씨가 주장하는 바로는 한정식(요정을 겸한) 집 종업원이 맞다고 한다)

- 당시 사건이 71년이면 김씨가 김 전 대통령의 딸을 낳았다고 한 시점과 맞지 않은데.(김씨의 딸은 1970년 7월 6일생이다)▲김씨가 딸을 낳았다는 얘기는 나도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알게 됐지만 김대중씨는 이 여인과 이전부터 만나왔고, 이 사건 이후에도 계속 만났다. - 김씨는 어떤 여인이었나.▲그런 곳에서(요정) 일할 정도의 여인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유명 대학교 출신에 지성과 미모를 갖춘 여인이었다. 163cm 키에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적당한 체구로 전형적인 한국 여인상이었다. 또 약간의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쓰면 애교가 넘치는 목소리였고 특별히 김대중씨에게 관심을 보였었다.

- 김 전대통령은 박정희 정권 때 뿐만이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 요주의 인물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다시피 해왔다. 정보기관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만도 한데.▲그건 김대중씨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워낙에 자기관리가 철저했기 때문에 김여인에 대한 것도 당시에는 지근에서 보좌해 온 몇 명만 알 뿐이었다. 당시 정보기관에서 이를 사전에 알았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동교동 24시>를 쓰고 나서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았는데.▲그 책을 쓰고 나서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 사람은 김홍업 밖에 없다. 책 나온지 5~6년 후에 강남의 모 호텔에 조찬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홍업이를 봤는데 ‘너한테는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홍업이가 ‘이해한다’고 말하더라.

- 오랜 기간동안 김 전 대통령을 모셔왔는데 결별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존경심과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차츰 김대중씨를 보면서 실익에 밝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임기응변이 능하고 절대 자기가 손해 볼 일은 안한다. 말로만 민주와 평등을 외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면서 너무 실망스러웠다.

- 일각에서는 함씨가 85년 신민당 연수국장으로 내정돼 있다가 김홍일씨와의 불화로 다른 사람이 임명된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는데.▲나는 그런데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나의 철학과 신념을 믿고 살아왔고, 그래서 여러 차례의 감옥살이 중에도 반성문 한번 써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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