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친노 흐름 끊었지만, 여전히 주류가…”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열린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기춘(가운데) 의원이 신계륜 후보, 김우남 선관위원장과 함께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대선 패배 이후 표류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을 이끌 신임 원내사령탑에 3선의 박기춘 의원(경기 남양주을)이 선출됐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친노 세력을 등에 업은 신계륜 의원을 제치고 제1야당의 원내수장이 됐다.

내년 5월 신임 지도부 선출까지 당을 이끌 박 신임 원내대표는 대선 패배로 인한 후유증을 수습하고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것은 물론 당 쇄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눈앞에 놓인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당초 겸임이 예정된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신임 원내대표의 공약대로 따로 선정돼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투톱 체제로 운영될 방침이다.

박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127명중 124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된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경선 결과 63표를 획득, 58표를 얻은 신계륜 의원(4선·서울 성북갑)을 5표차로 제치고 원내대표가 됐다.

중도색이 짙은 박 의원이 당내 주류로 인식되는 신 의원을 제치고 원내수장이 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신 의원이 지난 총선과 대선을 주도했던 친노 세력을 등에 업고 원내대표에 출마한 점을 감안할 때 대선 패배 책임론에 따른 ‘주류 심판’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신임 원내대표 역시 전임 원내대표인 박지원계에 속한 ‘범주류’ 인사라는 점에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박 신임 원내대표의 공약에 따라 조만간 비대위원장이 선출될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원내대표에 따른 각 계파 간 ‘입장차’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정견발표에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원내상황을 깔끔하게 진두지휘하고 내년에 실시될 전당대회를 중립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관리형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차기 당 지도부가 당과 민주 개혁진영 쇄신을 확실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일에 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내년 5월 차기 원내대표 선출 전까지 당을 이끌 예정이다. 아울러 내년에 있을 전당대회를 주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신임 지도부 선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박 신임 원내대표 선출에 따른 각 계파 간 입장차는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원내대표 선출은 범주류 인사인 박기춘 의원과 주류로 분류되는 신계륜 의원 그리고 비주류인 손학규계에 속한 김동철 의원 3파전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박 의원과 신 의원은 47표로 동표를 차지했고, 김 의원은 29표를 얻는데 그쳤다. 이후 결선투표까지 진행된 끝에 박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박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비주류 측에서는 신 의원이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출신인데다 범친노로 분류되면서 상당한 표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는 점에서 일단 여러 의원들이 비주류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비주류 소속 한 의원은 지난 28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친노의 흐름을 끊은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주류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비주류 측은 당을 뒤흔드는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비대위원장 선출 역시 비주류의 설자리가 없다며 현 체제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내년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주류 측 인사들이 신임 지도부에 대거 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손학규계를 비롯한 일부 비주류 인사들은 친노계를 포함한 주류 인사들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 다시 예고된 ‘친노-비노’ 공방

박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당내 계파 갈등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선 결과에 대해서는 “철저한 반성과 처절한 혁신, 그에 따른 평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당을 만드는 마음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당을 뼛속까지 바꿔나가도록 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민주통합당이 비대위 산하 대선평가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함에 따라 또 다시 ‘친노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대위원장이 계파 갈등 종식을 위해 ‘통합론’을 우위에 둘 경우 책임 공방이 수면 아래로 가라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비노 측 인사들의 반발은 극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비주류 측에서는 당 쇄신을 위한 ‘친노 퇴진’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면, 친노계에서는 특정계파가 아닌 모든 의원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동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의총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의원직 사퇴’ 문제가 거론되면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비대위원장 추대형식 선출

민주통합당은 지난 28일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신임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직을 분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2013년 5월18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갖고 공석인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중앙위에서 비대위원장 선출과 관련, “당의 원로들과 논의하겠다. 그 결정에 따라 당무위와 의총을 열어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비대위원장직을 놓고) 보이지 않는 계파 싸움이 있을 수 있다. 초선 의원들 모임에서 의견을 들어보니 교황 선출식 방법이 괜찮다고 한다”며 경선 보다는 추대 형식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강기정 의원은 이에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의 권한으로 의견을 수렴해서 비대위원장을 결정해 달라”며 박 원내대표가 총의를 모아 비대위원장을 지명할 것을 제안했다. 우원식 의원은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 권한 하에 추대위원회를 구성해 거기서 비대위원장을 내정하고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 옳을 것 같다”며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비대위원장이 추대형식으로 선임될 경우 힘의 균형에서 밀린 비주류 측은 일단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대위원장 선임 기준을 둘러싸고 적잖은 공방이 지속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비주류 모임인 ‘쇄신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을 제대로 뽑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하다”며 “추대형식으로 가되 기준을 세워서 선임해야 할 것이다. 계파와 무관하고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인물은 일단 배제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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