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제스처 취한 朴,답변은 1월로…

▲ 호남 총리 카드로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급부상하고 있다.
“황우여·한광옥·이정현 등 물밑접촉 있었다”
박근혜 “삼고초려해서라도 모셔라” 특명 내려

내년 2월 출범할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호남 출신 인사 기용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서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호남 총리 카드’를 언급했다. 대통합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박 당선인이 직접 박준영 전남도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실제로 [일요서울] 취재과정에서 만난 박 당선인 핵심측근들 주변에서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대통합·대탕평을 강조함에 따라 박 당선인의 ‘호남 총리카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박근혜 정부’ 개막을 앞두고 강력한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박 지사에게 손을 내민 이유를 파헤쳐봤다.

10월 초 박근혜 캠프에선 초대총리로 박준영 전남지사가 영입리스트에 올라왔다. 박 지사의 상징성과 함께 박 당선인에게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안철수-문재인 단일화에 맞설 수 있다는 것 등이 주된 골자다. 

대선전부터 ‘영입 후보’

‘박준영 영입설’에 대해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전남지사로서 전라도 표심 뿐 아니라 대통합 행보에도 유리할 뿐 아니라 현역지사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박 캠프에서는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며 영입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민주당 당직을 가지고 있어, 박 지사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며 “대선 판도가 박 당선인에게 쏠리자 박 당선인을 지지하려했지만 측근과 지지자들의 반발로 합류하지 못했다. 이른바 ‘박주선 사태’와 비슷한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지사는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등 MB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았느냐”면서 “3선 지사로서 다음 지방선거 때는 불출마해야 하니 여러 가지 여건상 물밑접촉을 하더라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봤다”고 전했다.

특히 박 캠프 내부에선 “대통합보다는 중국과의 관계 등을 봤을 때 박 지사를 어떻게 해서든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박 지사와 앞으로 5년간 중국을 이끌 최고 지도자로 시진핑 국가 주석과의 ‘인연’ 때문이다. 또한 북한과의 관계설정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한-중 관계를 고려했을 때 박 지사가 적임자라는 것도 박 지사 ‘영입’에 나선 이유 중 하나로 전해지고 있다.

사실 박 지사와 시 주석의 인연은 두텁다. 지난 2005년 당시 저장성 서기였던 시진핑은 자매 결연을 맺고 있던 전남도를 방문했다. 이후 박 지사가 답방하면서 관계가 돈독해졌다. 2007년 7월에는 상하이 당 서기로 옮긴 시진핑을 만나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를 남겨달라고 부탁하는 등 여러 차례의 교류를 통해 서로 호감과 신뢰가 쌓였다.

이 외에도 시 주석이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로 박 지사를 소개하면서 당초 예정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진지한 환담을 할 정도로 가깝다. 이 외에도 박 지사는 민선 3선으로 임기 말로 접어들었고,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4대강 사업의 하나인 영산강 사업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 때문에 박 캠프에선 ‘중국과의 외교’ 문제를 봤을 때 박 지사가 적임자일 뿐 아니라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결코 영입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봤다.

대선 과정 당시 박 지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정현 공보단장, 한광옥 신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대선 기간 내내 호남에 머물렀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황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도 어느 한 분을 삼고초려(三顧草廬) 아닌 십고초려(十顧草廬)도 하고 그러는데 지금 마지막 하나로 (영입을 위해) 추스르는 것이 있다”고 밝혔다. “그 인사가 누구냐”는 질문에 “(영입이) 안 될 분을 얘기하는 건 되는데, 될 분을 얘기하는 건 큰일 난다”며 함구했다. 그러나 박 지사가 거절하면서 대선 전 영입은 물 건너갔다.

朴, 박준영에게 전화했다?

흥미로운 점은 대선 이후에도 박 당선인의 ‘박준영 카드’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중대사’부터 시작해 ‘호남총리’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핵심 측근과 가까운 한 지인은  “박 당선인이 박 지사를 삼고초려해서도 모셔야 한다”고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박 당선인이 ‘박준영 총리 카드가 불가능하다’는 반응과 동시에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지사 측은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지사 측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박 당선인 측에서도 보궐 선거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해 섣부르게 호남총리로 지명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청념도, 국정경험, 호남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총리직을 수락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호남지역이 대선 패배에 대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에 총리로 거론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은 만큼 1월에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며 “지역여론 수렴 후 당적 문제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총리로 간다면 당적 문제를 정리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박 지사는 박 당선인이 총리로 지명할 경우 얼마든지 갈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박 당선인 측에서는 박 지사에 대한 구애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박 당선인이 직접 박 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호남총리 카드’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양측은 “전화통화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도 박 지사에 대한 인사검증을 했고, 별 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박 당선인이 박 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낸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들 역시 “박 지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내에서 총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초대 호남총리가 되지 못하더라도 ‘영원한 총리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박 당선인의 의중에 따라 ‘박준영 총리’카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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