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사장, 파트너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더니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올해 SK텔레콤(사장 하성민)의 경영 화두였던 ‘상생경영’이 한 해 마무리를 두고 무너지는 모습이다. SK텔레콤 본사가 대리점에게 지나친 패널티 금액을 부과함에 따라 대리점과 계약하는 판매점 역시 패널티로 힘들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SK텔레콤 측은 “대리점은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곳으로 본사가 관여할 수 없다”며 판매점의 고충을 외면했다. 그동안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파트너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협력사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겠다”며 상생경영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터라 논란이 예상된다. 고객 만족을 위해서라면 파트너가 힘들어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SK텔레콤. 그들의 상생경영이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일요서울]이 직접 들여다봤다.

SK텔레콤 “판매점은 대리점과 계약하는 곳으로 본사와 전혀 상관없다”
판매점 “잘 부탁한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고충 외면하나”

서울에서 A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에 따르면, 본사에서 지나친 대리점 패널티 정책으로 인해 대리점에서는 차감할 정도의 사항이 아님에도 판매점에게 지나친 차감금액을 책정한다고 주장했다.

보통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을 하는 고객은 통신사의 새 가입자이기 때문에 계약서를 작성한다. 특히 번호이동 고객은 SK텔레콤 규정에 의해 계약서에 기재돼 있는 ‘가입사실확인 연락처’란과 ‘번호이동할 전화번호’란 항목을 작성할 때 주의 깊게 작성해야 한다. 같은 번호를 기입할 경우, 소비자가 받는 피해는 없지만 판매점의 경우 항목에 맞지 않게 작성됐다는 이유로 벌금액(차감액) 5만 원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판매점에서는 차감금액을 피하기 위해 판매점 측에서 ‘가입사실확인 연락처’ 칸에 대리점 전화번호 혹은 직원 번호로 고친다. 문제는 대리점에서 확인할 때 같으면 차감, 다르면 통과 등 육안으로만 항목에 맞게 기입했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임의 수정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B씨는 “대부분 당일 즉시 핸드폰이 개통되기 때문에 가입사실 확인 연락처가 꼭 필요하지 않다. 주말이 껴서 개통이 늦어질 땐 연락처를 따로 받는다”면서 “해당 항목에 대해 꼼꼼하게 조사하는 것도 아니면서 차감금액을 책정한다”고 말했다.

판매점들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차감금액 책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객의 실수로 인한 사항도 판매점이 책임져야 한다.

새로 가입한 고객의 경우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계약서 원본(서류)을 수령했는지 안 했는지 본사에서 확인 전화(모니터링)를 건다. 이는 계약 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이내이다. 문제는 간혹 일부 고객이 서류를 받아 놓고도 받지 않았다거나, 설명을 들었지만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할 때이다.

B씨는 “모니터링은 랜덤으로 실시하는데 우리 판매점의 경우 한 달에 4~5명이 걸린다. 이 중 한 달에 1~2건은 꼭 불상사가 생긴다”며 “서류 관련한 차감금액이 건당 10만 원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아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점주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아 지적하는 것은 ‘해피콜’, 즉 ARS설문 조사이다. 해피콜은 신규가입과 기기변경 고객을 대상으로 ▲가입설명 충분도 ▲LTE 권장 ▲신청서 수령 여부 ▲자필서명 확인 등 총 4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질문 항목에 따라 고객의 답변이 점수로 환산되며, 점수에 따라 차감금액이 책정된다. ▲70점 이하 -2만 원 ▲60점 이하 -5만 원 ▲50점 이하 -10만 원 ▲40점 이하 -15만 원 ▲30점 이하 -20만 원 ▲20점 이하 -30만 원으로 점수를 낮게 받을수록 높은 차감금액이 책정된다. 해피콜 역시 모니터링처럼 랜덤으로 진행되지만, 모니터링보다 많은 대상에게 전화가 간다.

재밌는 사실은 ARS에 응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해당 질문에 1번이 좋은 점수일 것이라고 생각해 각 질문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1번을 누르고 끊는다는 것. 점주들에 따르면 SK텔레콤의 ARS 일부 질문 중에는 반대로 점수가 배치돼 있어 끝까지 듣지 않고 1번만 눌렀을 경우엔 제일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이에 지난달 한 판매점의 경우 자필서명여부와 신청서 수령 부분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아 총 40점 획득으로 15만 원이 차감됐다.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LTE폰을 적극 권장해 고객이 LTE폰을 구입했지만, 고객이 나중에 ARS답변에는 LTE폰 권장을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눌러 어이없는 피해를 본 경험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판매점 점주 C씨는 “대부분 사람들이 끝까지 듣지 않고, 막무가내 버튼을 눌러 설문조사에 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ARS를 통한 차감금액은 솔직히 억울하다”며 “이와 관련해 보안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SK텔레콤고객인 김씨는 “판매점의 부탁으로 전화가 왔을 때 ARS 설문 조사에 응했다”며 “보기 5번까지 들을 여력이 없어 질문 시작과 동시에 1번만 누른 적이 있다. 과연 끝까지 듣는 사람이 있긴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측은 판매점의 억지라고 주장했다. 먼저 판매점은 본사와 위탁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각종 문제는 개인 사업자인 대리점과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 더욱이 계약서 수령과 관련해 계약당사자인 고객의 말만 들은 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ARS와 관련해서는 “고객 만족 수준을 점검할 수단으로 ARS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고객이 끝까지 듣지 않고 번호를 눌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 보기를 달리 한 게 무엇이 문제가 되나”라고 말했다.

이에 B씨는 “본사는 자꾸 판매점과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데, 대리점에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그 영향이 판매점까지 내려오는 것 아니냐”면서 “본사 측에서 직접 내려와 SK텔레콤를 잘 부탁한다며 초과 판매량을 달성했을 때는 (대리점을 통해) 개당 1만 원씩 더 지급하겠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상관없다고 말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작은 애로사항도 듣고 수렴하기는커녕 억지라고 치부하니 상생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soojina60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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