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림잡아 100여평이 넘어보이는 이 매장은 겉보기부터 범상치 않다. 또 매장 안에는 젊은이들 뿐 아니라, 아이를 데리고 온 주부들 및 중년부인들도 눈에 띈다. 수북히 쌓인 옷가지와 잡화 앞에 몰려든 손님들은 저마다 원하는 스타일의 상품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물품을 고른 이들이 가는 곳은 뜬금없이 저울 앞. “100g이니까 2,500원이네… 진짜 싸다”, “바구니에 하나가득 채웠는데도 겨우 1만2,000원? 도대체 몇벌이야?” 자신이 고른 상품을 저울에 올려본 고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나온다.

놀랍게도 이곳에서 가격은 물품의 종류에 관계없이 무게로 계산된다. 소위 ‘눈금 마케팅’으로 불리는 이 영업방식은 미국이나 유럽의 벼룩시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마케팅 기법에서 고안해냈다는 것이 매장 관계자의 말이다. 티셔츠의 경우 보통 70~120g 정도 나오는데, 2,000~3,000원 선이면 해결된다. 비싸도 보통 5,000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1만원짜리 한 장이면 옷 서너벌은 구입할 수 있어 알뜰족에게 더없이 환영을 받고 있다. 물론 소재가 얇은 셔츠의 경우 1,000원대도 부지기수. 무엇보다 이 마켓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신발이나 벨트, 가방같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들을 다양하게 구비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속옷까지도 무게로 판매된다는 사실. 얼마전부터 이곳은 ‘팬티를 g당 판매합니다’라는 발칙한 마케팅 전략으로 또 한번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통 디자인이나 기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이 속옷이지만, 이곳에서는 철저히 무게로만 계산될 뿐이다. 15~20g 가량의 팬티는 보통 1,000~2,000원선, 그보다 좀 더 무거운 브라는 2,000~3,000원선인데, 간혹 몇 백원짜리 팬티를 고르는 횡재를 누릴 수도 있다. 망사로 되어 있거나 부피가 작고 가벼운 ‘야한’ 속옷일수록 저렴하다는 점도 신세대들에게 인기를 끄는 비결.그러나 가격이 싸다고해서 품질이 형편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한 여성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잘만 고르면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세련된 제품을 고를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수많은 물건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뭐라 표현할 수 없다. 마치 모래속에서 진주를 찾은 기분”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재 이대, 이태원, 대학로, 천호 등 4개점이 운영되고 있는 이 패션마트는 매장당 월 2억~2억 5,000만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 짠돌이들 다 모여! 1000원 매장 돌풍

1,000원 가지고 뭐하나 제대로 하기 어려운 요즘, ‘1,000원’짜리 상품들로 호황을 누리는 이색마켓이 있어 화제다. 서울 및 전국 6개 지역에 매장을 두고 운영되는 대형 의류상설 할인매장 P아울렛은 행사때마다 10만여점에 가까운 유명브랜드의 옷을 1,000원이라는 파격가에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명동의 한 패션몰 5층에 위치한 D매장. 일본 초저가 시장의 대표적 케이스인 100엔숍에서 착안한 이 150평 규모의 매장에는 욕실·주방·사무용품 등 없는 것이 없다.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1,000~2,000원이라는 사실. 만원 한장이면 양손가득 푸짐한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점, 팬시용품부터 주방용품까지 1만여종이 넘는 다양한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학생들부터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멀티숍이다. 가게 개업을 앞둔 이들이 한꺼번에 수십만원어치의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해가는 모습도 이곳에서는 흔한 일. 다양하고 질좋은 물품들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입소문으로 국내 점포수만 300개가 넘는 이 매장은 상반기 매출액만 37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매년 20%이상 성장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또 문구를 100g당 1,000원에 판매하는 종로구의 P문구점이나 유행지난 문구를 30~70%저렴하게 파는 P매장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불경기에 더욱 빛을 발하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 온라인 천냥하우스 “싸구려티 벗고 훨훨”

온라인 쇼핑몰도 ‘짠돌이’ 고객 잡기에 나섰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옥션의 ‘천냥하우스’. 이곳에서는 무려 5,000~6,000여종의 제품들을 1,000원이라는 파격가에 선보이고 있다. 문구류와 장난감은 기본이고 욕실용품, 컴퓨터용품, 차량용품, 등산용품, 주방용품, 미용소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어 저렴한 물품을 다량으로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천냥하우스의 성공은 가격대비 높은 품질 만족도에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중동, 유럽, 남미로부터 다양한 물품을 공급받아 중간 유통구조를 없애고 소비자와 직거래를 함으로써 가격의 거품을 뺐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중국산 싸구려’의 오명을 털어내기 위해 제품의 질적인 향상을 꾀했던 것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것. 천냥하우스가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자 인터파크, 디앤샵, G마켓과 같은 다른 인터넷 쇼핑몰들도 990원샵, 1,000원샵, 5,000원샵 등과 같은 저렴한 균일가 장터를 마련, 알뜰 고객 모시기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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