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4년제 사립대학교가 8개월째 총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총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부총장마저 휴직계를 제출해 학사행정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의 대학은 경남 진주시 문산읍 상문리 산270번지에 소재한 진주국제대학교. 지난 1977년 ‘학교법인 일산학원’을 설립해 진주전문대학으로 출발한 이 대학은 2002년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4년제대학 설립인가를 받아 다음해인 2003년 3월 개교했다.그러나 4년제 대학으로 승격되기 전부터 이 대학의 파행운영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2003년 당시 진주전문대학 학장이던 강경모 전 총장(54)이 그 해 2월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었던 것.

거액 비자금 조성혐의 구속, 이사장 장남 총장 취임

강 전 총장은 당시 검찰로부터 2000년 7월 진주시 계동 대학 기숙사 신축공사를 하면서 공사비를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17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 중 8억원 가량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2003년 2월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에서 1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수감 48시간만에 풀려났다. 이후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던 2003년 3월 ‘학교법인 일산학원’ 이사장인 윤일선(81) 이사장의 장남이기도 한 그가 4년제로 승격된 진주국제대 초대총장으로 취임해 대학의 실권자가 됐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징역3년을 구형하면서 안팎으로 총장사퇴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강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16일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총장직을 사퇴, 당시 교무처장이던 오시환 교수(행정학)의 직무대행체제로 들어갔다. 사퇴일로부터 20여일이 지난 11월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창원지법 재판부는 “학교와 법인, 개인회계가 뒤섞여 횡령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단순한 회계상의 착오’였다며 유죄판결에 불복, 부산고등법원에 항고해 현재 재판계류 중이다.

“2월분 임금체불, 횡령금 반환”

오시환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갔던 대학은 지난 3월 10일 이찬근 교수를 부총장으로 임명하고 총장직무대행을 맡기면서 정상을 되찾는 듯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진주국제대학교지부(지부장 정윤석)는 전체 대학구성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총장을 선출키로 한 학교정관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 부총장의 총장직무대행체제를 반대하고 나섰다. 노조는 특히 지난 2월분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대학 정문을 비롯해 본관 등 캠퍼스 곳곳에 체불임금 청산과 강 전 총장의 구속 및 비리횡령금 반환 등을 요구하는 펼침막을 걸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대학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면서 교수 2명이 노조원 전원을 업무방해 및 폭행,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사법기관에 고발했다.이찬근 전 부총장 명의의 이 고발장에는 출산휴가 중인 노조원 조 모씨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찰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그런데 총학생회에서도 ‘학습권을 침해한다’며 노조측이 부착한 펼침막 강제철거에 나서 노조와 마찰을 빚었다. 이에 맞서 노조측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와 학생회 간부 등을 명예훼손과 재산손괴 혐의로 사법기관에 고소하는 등 대학 구성원간 반목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학측이 출산휴가 조합원까지 폭행 등 혐의로 고발”

대학 관계자는 이와 관련 “내달부터 2005년도 신입생 수시모집 일정이 시작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대학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데는 대학 구성원간 이견이 없다”면서도 “노조와의 반목이 워낙 심한 상태여서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임금체불과 관련해 “2월분 임금은 당시 학교재정이 어려워 지급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하고 “이미 확보해 놓은 내년도 예산을 앞당겨 지급하자고 했으나 회계업무 직원이 노조원이라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특히 대학측이 고발한 노조원 명단에 출산휴가를 간 조합원이 포함돼 있다는 노조측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조씨가 경찰수사 과정에서 그런 주장을 했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실제로 출산휴가를 갔는지는 확인해 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진주국제대 사태를 지켜본 지역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대학 구성원간 반목과 갈등의 중심에는 강경모 전 총장이 있다”면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강 전 총장이 직접 사태수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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