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대 ‘경선룰’ 놓고 계파간 샅바싸움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이번에는 ‘경선룰’이다. 대선 패배 후 주류-비주류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5월 이내 치러질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또 다시 정면충돌했다.

지난해 6월 치러진 전당대회와 9월 치러진 대선경선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지목된 ‘모바일 투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양측의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비주류 측은 대표성 논란 및 조직 동원 등의 이유로 ‘전면 폐지론’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주류 측은 이미 민주통합당의 상징이 되어버린 모바일 투표를 무조건적으로 폐지해선 안 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비주류 재선인 문병호 비대위원은 지난 13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모바일 투표에 반대한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모바일 투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난 대선 경선에서 보니 문제가 많았다. 위헌적 요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계인 민평련 출신의 설훈 비대위원 역시 한 언론인터뷰에서 “모바일 투표는 흠결이 많은 제도이기 때문에 절대로 도입해선 안 된다”며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면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민주통합당은 날아간다”고 강한 우려감을 표했다.

비주류 중진인 김영환 의원은 “당을 다시 세우는 것은 모바일 투표 폐지와 전 당원 투표에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정치 관심이 없고 냉소적인 상황에서 소수의 조직화된 대중들이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며 “모바일 투표는 잔말 말고 폐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비주류의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류 측은 여전히 모바일 투표의 고수를 주장한다. 친노 주류인 박범계 의원은 지난 15일 한 라디오인터뷰를 통해 “모바일 투표는 이미 두세 번의 전당대회에서 썼던 방식”이라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민주통합당의 역사가 되었고 이 과정에서 100만 명이 훨씬 넘는 국민들이 참여했다”고 폐지론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모바일 투표 방식이 갖고 있는 단점과 폐해가 있다면 그것은 기술적으로 조정하고 보완하면 되는 것”이라며 “역사를 하루아침에 도려내고 없애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자 전당대회준비위원장에 임명된 김성곤 의원은 지난 18일 모바일 투표 존폐 여부와 관련 “모바일 투표를 폐지할지 말지, 살린다면 몇 퍼센트를 반영할지 얘기하기는 이르지만, 대원칙은 당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당원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담아내는 방법을 고민해서 결정하겠다”고 상황 정리에 나섰다.

모바일 투표를 두고 양측이 이 같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이 제도가 계파별 유불리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향후 전당대회 준비과정에서 이 문제는 최대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투표는 ‘국민참여경선’ 방식의 하나로 도입됐지만, 세대별 편중과 특정세력의 조직 동원 등 불공정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1월(한명숙 대표) 전대와 6월(이해찬 대표) 전대, 9월 대선 후보 경선(문재인 후보)까지 세 차례에 걸쳐 모바일 투표를 실시했지만, 당심과 모바일심이 상반되는 결과를 보이면서 계파간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당 밖의 강력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친노세력이 모바일 투표를 통해 당내 열세를 뒤집는 상황을 만들면서 비주류 측은 그간 모바일 투표에 대한 제도 개선 및 폐지를 주장해왔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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