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외곽조직에서 2014명 추천명단 朴에게 전달

▲ 정대웅 기자
추천명단 P씨 취합, P씨→박근혜 핵심 A씨에게 전달
박 캠프에 활동한 전·현직 의원 8~15명 추천하기도
박근혜 선택 주목…핵심 공신 심으면 낙하산 인사 불가피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내각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깜깜이 인사’로 초대 내각 구성에 어떤 인사가 포함될 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박근혜 캠프에 활동했던 핵심을 중심으로 챙겨야 될 인사를 선정, 희망부서 신청서를 작성해 박근혜 핵심 측근에게 전달한 사실이 취재과정에서 확인됐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논공행상’ 발언에도 불구하고 박 당선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공신들이 한자리 꿰차길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요서울]이 박 캠프에서 활동했던 복수의 인사들을 접촉한 결과 ‘대선 이후 당과 외곽조직에서 공신들을 추천했다’는 얘기를 접할 수 있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2014명의 명단이 보고됐다”고 숫자까지 정확히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만큼 이에 합당한 예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핵심 측근을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2014명 중 일부는 챙겨도 큰 문제가 없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귀띔했다.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일등공신들의 시선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쏠렸다. 박 당선인이 ‘초대 내각 구상’에 들어갔기 때문. 박 당선인은 외부일정을 최소화한 채 인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박근혜 달라졌다?
측근 기용 불가피

그러나 박 당선인은 인사스타일을 봤을 때 공신들에 대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인수위원 인선과 관련, 박 당선인은 ‘밀봉 인사’라는 논란을 무릅쓰고 깜짝 발탁했고, 인수위원회에 들어가려고 했던 박근혜 캠프 관계자들을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친박계 인사들은 “박 당선인은 두 차례 대선을 치르며 ‘사람 빚’을 지지 않으려 부단히 애썼다”며 “누구에게 도와 달라 요청하며 어떤 자리를 약속하는 걸 극도로 꺼려서 따로 챙겨야 할 사람도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대선 선대위에 몸담았던 한 핵심 인사는 한 측근에게 “선대위는 빈껍데기에 불과했다”며 “인선해줄 것이라고 믿고,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그래도 측근들을 챙길 것”이라는 말들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언론과의 불통을 막기 위해 인수위에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뒤늦게 투입한 점이 그렇다. 최근 박 당선인은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언론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을 대거 합류시키는 등 언론 창구를 강화했다.

박 당선인이 ‘낙하산 인사’에 거부감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일부 공신들은 ‘강력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측근들을 기용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설명한다.

당 한 관계자는 “집권 초 강력한 국정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박 당선인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을 많이 중용해야 한다”며 “이는 정권 성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초 측근들의 권력다툼으로 시간을 허비한 것을 가까이서 봐왔기 때문에 측근 챙기기는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희망신청서 작성
2014명 명단 분류

특히 당 안팎에서는 측근들이 올린 추천명단을 박 당선인이 참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박 당선인은 십 수 년간 만난 이들에 대한 손버릇, 말투 등을 세부적으로 적어놓은 ‘일기장’을 최우선시 하고, 그 다음으로 측근들이 추천한 명단을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에 추천 인사들을 받았고, 이를 토대로 일부 인사들은 인수위에 참여했다”며 “이명박 정부에선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들을 선정한 뒤 당에서 올린 인사들을 끌어들이지만, 박 당선인의 경우는 다르다. 당에서 올린 인사들 중 일 잘하는 인사 일부를 먼저 인수위에 참여시킨 뒤 인수위원장들을 임명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핵심과 가깝게 지내는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박근혜 캠프 외곽조직 뿐 아니라 선대위에서 추천 인사들을 올렸다”며 “이들이 추천한 인사명단을 종합했을때 총 2014명이 추천됐다. 박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던 P씨가 명단을 취합했다. P씨는 박근혜 핵심측근인 A씨에게 전달, A씨는 박 당선인의 자택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박 당선인에게 전달한 A씨가 추천명단을 검토한 결과 20~30여명은 챙겨도 큰 문제가 없다는 말을 전해왔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2014명 중 2차로 240명으로 추려졌다”며 “측근들이 추천한 명단을 지금도 더 추려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요서울] 취재과정에서 지난해 대선이 끝난 이후 박 캠프에서 활동한 핵심 인사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조직 및 인사들 중 일부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18대 대선 소속처와 직위, 활동내역 등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 양식은 희망 신청서라는 명칭으로 돼 있다. 희망 신청서 내용에는 희망부서를 기재했고, 그 이유를 작성했을 뿐 아니라 1·2·3지망까지 기재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박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권영세·김무성·홍문종·최경환 등 전·현직 의원들을 비롯해 외곽조직 핵심인사들이 8명~15명이상 추천 명단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현직 의원들 중 일부가 내각에 참여할 경우 이로 인한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신들을 믿고 따라왔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선 만큼 이에 대한 예우를 해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줄대기 작업 끝
박근혜 선택 남았다

이처럼 박 당선인 주변에선 정부나 공기업에 측근들이 가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치고 들어와 변화와 쇄신을 거부할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성공할 수 없다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공신들 중 일부는 자신이 줄이 된 인사가 내각에 들어가 자신을 챙겨줄 것으로 보고, 열심히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 당선인이 캠프에 대한 실망을 많이 했고, 때문에 측근들에게 진 빚은 거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더구나 박 당선인은 “최근 공기업ㆍ공공기관 등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이런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는데 다음 정부나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이라며 “(인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추천 명단을 제출했을 때 희망 신청서에 지원이유와 관련성을 기재한 것도 ‘측근 심기가 아닌 전문성을 고려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과연 박 당선인은 측근들이 올린 명단 중 일부를 챙길 지, 아니면 그들을 외면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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