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논공행상 없다더니… 측근 챙기기 나서

▲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A의원. A의원이 소속됐던 외곽조직 일부 관계자들의 희망신청서./박형남 기자
이력서·희망부서·희망사유·활동보고서 작성
1지망 노동부·2지망 주택공사·3지망 도로공사 지원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인사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박 당선인 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박 당선인의 일등 공신들은 일부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측근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실제 박근혜 캠프 핵심으로 자신의 외곽조직에 있었던 측근 인사 4명을 챙기기 위한 이력서를 박 당선인에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희망 신청서’ 문건에는 대선 소속처 및 직위, 18대 대선 활동내역, 희망공직 등이 적시돼 있다. 박 당선인 측이 논공행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 같은 문건의 실체가 확인되면서 이를 둘러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공직희망신청서’ 문건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수도권 A의원이 깊숙이 개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선 당시 A의원이 소속된 부서 관계자들의 이력서에는 박 정부에서 희망하는 부서를 제3지망까지 적시하고 있었다. A의원은 박 당선인에게 이를 전달할 목적으로 이력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의 전달자가 박 당선인의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최측근 인사로부터 나온 자료라는 점에서 박 당선인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공신들, 공직 욕심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당에서 희망 신청서를 박 당선인에게 전달했다”고만 밝히며 말을 아꼈다. 당 안팎에서는 각 부처 위원장급에 새누리당 19명, 자유선진당 출신 9명을 챙겨야 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선거 뒤에는 이른바 논공을 하고 행상을 하는 일이 남아 있지만 이것을 정부 인사에 반영하는 것은 국가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발언을 무색케 한다. 

그렇다면 [일요서울]이 입수한 문건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을까. 공직희망신청서에는 희망 부서 및 희망사유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일례로 박근혜 캠프에서 위원장을 지낸 B씨는 청와대 시민사회 비서관을 희망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희망사유는 보수계의 NGO전문가, 이론가 그리고 시민운동가의 역할을 했고, 정부의 손길이 못 미치는 일에는 그 일을 대신하기도 했다는 등 장문의 글을 담고 있다. 박 당선인이 낙하산 인사 대신 전문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B씨도 이 분야에서는 전문성이 있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B씨는 박 당선인의 영어 약자를 활용 President Growth Happiness(국가 경제를 반석위에 올려서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는 대통령의 사명을 감당함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대통령) 용어를 만들기도 했다. 희망사유 마지막 문장에는 B씨에 대한 평판을 알려면 A의원에게 문의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B씨와 함께 했던 C씨는 희망부서 3곳을 기재했다. C씨는 제1지망 문화관광비서관, 제2지망 국영기업체 감사, 3지망 특정지역 경마장을 희망했다. 지원이유와 관련성 여부에 대해서는 “각 정당 활동을 통한 정치 활동은 물론 전 문화공보부에 재직했다”며 “대북·물류·건설 등 기업 대표이사 및 경영자로서의 경력을 겸비했다”고 피력했다.

2지망의 경우 “국영기업체 경영난 해소”라는 이유와 함께 컨설팅 자격소지로 인한 전문성과 기업운영 경력을 강조했다. 마지막 3지망은 지역 출신으로 지역복지현안 파악의 장점이 있고 지자체 현안 사업 참여한 경력을 내세웠다.

C씨는 또 18대 대선 활동에서 대선활동 조직 구성을 비롯해 ▲특보단장 산하 분과위원장 520명 임명 ▲현 창원시장  도지사 경선조직 흡수로 대선조직 전환 ▲직능별 조직편제구성 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16대 대선부터 당에서 활동했던 D씨는 고위공무원 역량 평가 통과서까지 제출할 정도로 공직 진출에 대한 욕심이 많다. 이력서만 해도 무려 5장이다.

신청서를 보면 D씨는 경제·노동·학술단체 등에서 활동했고, 1995년부터 2012년까지 꾸준히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노동과 관련된 책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래서일까. D씨는 제1지망에 고용노동부를 지원했다. 노동법률 전문가로서 20년 이상의 실무경력과 각종 노동정책과제 연구 수행해 왔고, 서울과 강원지역 노동위원회에서 활동했다는 게 주된 골자다.

2지망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사장·한국주택금융공사 이사장, 3지망 한국건설관리공사 이사장·한국도로공사 부사장을 희망했다. 각종 건설프로젝트의 법률자문, 광교신도시 등 도시개발에 참여했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토목공학과 법학으로 전공한 실무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공사자리를 탐냈다. B씨는 또 18대 대선 활동에서 조직 관리를 비롯해 ▲대선조직원 결성 ▲캠프조직원 교육 ▲선거참여 독려 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신인 E씨도 1·2·3지망을 모두 지원했다. 문건에 따르면 제1지망 청와대 행정관, 제2지망 총리실 행정관, 제3지망 캐나다 주재관 자리를 바라고 있다.

이와 관련, E씨는 “서울대행정대학원 정책학전공을 바탕으로 한 정책 지향적 기본 자질 및 F대학 겸임교수로서 행정에 대한 소양을 보유했다”며 “정보통신·벤처 등 다양한 중견 기업의 전략기획팀장을 역임했고, 분쟁조정·경영·인사 컨설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눈에 띄는 점은 제3지망의 경우 캐나다 현지에 밝고, 일부 지역에 지인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어에 능통하는 이유만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들 4인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선 만큼 이에 상응하는 예우를 받아야 된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박 당선인의 최측근이 인사에 개입된 것으로 향후 대선 공신들을 중심으로 ‘자리 챙겨주기 위한 이력서'가 넘쳐날 전망이다. 

무차별 추천, 오히려 독

그러나 새누리당과 삼청동 안팎에서는 무차별 추천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공적 중심의 비밀 인사 추천은 전문성 등이 다른 이들에 비해 낮은 인사들을 발탁했다는 점에서 ‘낙하산 논란’ ‘측근 인사'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사 청탁을 하거나 개입된 핵심 인사는 박 당선인의 눈 밖에 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A의원은 대선 캠프 내내 적잖은 잡음을 일으킨 당사자로 지목됐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수첩’ 다음으로 최측근들이 올린 인사들을 참고한다고는 하지만 막무가내식으로 인사를 추천할 경우 오히려 눈 밖에 날 소지가 많다”며 “박 당선인 인선 스타일을 봤을 때 기다림의 미덕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 당선인 핵심 측근들이 불만이 있어도 외부로 표출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 박 당선인의 인사 검증을 돕고 있는 B씨와 가까운 한 인사는 “추천 인사 명단 중 20~30명 정도는 눈여겨 볼 만 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 20~30명 명단에 누구 포함됐는지 궁금증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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