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 골목상권 철수 말바꾸기 논란

자전거 대리점 ‘바이클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일자 사업 철수 선언
철수 결정 1년 지났지만 여전히 성업 중…구 회장은 ‘양치기 소년’

[일요서울|강길홍 기자] LS그룹(회장 구자열)의 자전거 사업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사업 철수 약속을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자로 LS그룹의 수장으로 올라선 구자열 회장도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LS그룹의 자전거 사업이 구 회장의 못 말리는 자전거 사랑에서 비롯된 탓이다. LS그룹은 지난해 초 재벌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확산되자 자전거 사업에 대해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을 피해갔다. 그러나 철수 방침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벌써 1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S그룹이 아직까지 자전거 사업 철수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구 회장의 애착이 너무 강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의 독특한 자전거 사랑이 LS그룹의 기업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있다.

구 회장은 ‘만능 스포츠맨’으로 유명하다. 특히 자전거 사랑이 남다르다. 2002년에는 독일에서 열린 ‘트랜스 알프스 산악자전거 대회’에 참가해 아시아인 최초로 7박8일 동안 650여㎞를 완주하기도 했다. 또한 2009년에는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을 맡으며 자전거 전도사를 자처했을 정도다.

구 회장의 자전거 사랑은 결국 LS그룹이 자전거 대리점 사업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구 회장이 평소에 좋아했던 자전거 브랜드를 직접 수입해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LS그룹은 2010년부터 LS네트웍스를 통해 자전거 대리점 사업을 시작했다. ‘바이클로’라는 브랜드로 문을 연 LS네트웍스의 자전거 대리점은 서울 반포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초까지 15개로 늘렸다. 대부분의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바이클로에는 수백만 원대 수입 자전거가 주로 판매되며 1000만 원이 넘는 자전거도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이른바 ‘재벌빵집’으로 불리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가 논란이 되면서 바이클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대기업인 LS그룹이 자전거 대리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에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던 중소상인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LS그룹은 지난해 2월 서둘러 사업 철수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그러나 사업 철수는 여태껏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사업 철수 방침을 밝힌 이후 LS네트웍스는 바이클로의 마포·구로·울산 등의 직영점을 정리하면서 약속에 나서는 듯 했지만 더 이상 문을 닫는 대리점은 없었고 아직까지 11개 대리점이 운영 중이다. 지난해 5월 열린 ‘서비스업 적합업종 관련 공청회’에서도 LS그룹이 자전거 사업 철수 약속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자는 “LS그룹의 자전거 사업으로 영세업자들의 매출이 35%가량 줄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LS그룹 측은 철수를 진행 중이라고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고, 여전히 사업 철수에 뜸을 들이고 있다.

LS그룹은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등을 고려해 철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처음 철수 약속이 나온 지 벌써 1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이 때문에 LS그룹이 사업 철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바이클로 매장 가운데 문을 닫은 4개 직영점도 성업 중인 매장과 비교해 상권이나 매출이 떨어지는 곳이었기 때문에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는 LS네트웍스가 철수 시늉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부 매장 문 닫고 철수 시늉만?

LS그룹이 자전거 사업에서 쉽게 철수하지 못하는 것은 구 회장의 미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이 자전거 사업에 대한 애착이 강해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 자전거 시장은 3000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으며, 2500여개의 소매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대기업이 진출하기에는 협소한 시장 규모다. 중소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취미 생활로 시작한 사업을 지켜나가는 구 회장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LS네트웍스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결과를 기다린 후에 철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자전거 대리점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되지 않는다면 자전거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철수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구 회장은 장기적으로 자전거 국산화를 위해 해외 유명 브랜드의 유통을 시작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LS네트웍스 측이 자전거 개발에 나섰다는 움직임은 전혀 없는 상태다. 오히려 바이클로를 통해 고가의 수입자전거부터 일반 제품, 각종 자전거 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을 뿐이다.

구 회장은 올해 LS그룹의 4대 경영목표 중 하나로 사회적 책임과 역할 이행을 내세웠다. 구 회장이 말뿐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면 자전거 사업을 서둘러 철수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자영업자 간 점포거래 전문사이트 점포라인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새 정부에 가장 바라는 자영업 관련 정책’으로 ‘영세 자영업자 및 골목상권 보호’를 선택한 응답자(36%)가 가장 많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점차 가중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LS그룹이 자진해서 자전거 대리점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이 구 회장이 밝힌 LS그룹의 경영방침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통해 공정한 시장경제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당선 후 재계 방문 첫 행선지를 중소기업중앙회로 결정했고, 전경련을 방문해서는 중소기업·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강조하기도 했다. 따라서 LS그룹의 자전거 사업은 기업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새 정부의 타깃을 자처하는 길이 될 수 있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소매업 확장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하고 자전거 대리점을 15개 매장에서 11개로 줄이는 등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며 “완전한 사업 철수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동반성장위원회의 방침이 나오는 대로 결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sl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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