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국무총리 내정자로 임명했다.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삼성동 자택에서 이뤄진 모두의 예상을 깬 인선이었다. 이를 두고 박 당선인의 ‘비밀인사팀’ 내지는 개인적인 ‘인사검증팀’이 재가동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돌고 있다. 인사검증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보안이 극심한 탓이다. 여권 내부 인사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비밀인사팀-인사검증팀’이 가동되고 있다는 것에 동감하는 분위기다. ‘박근혜-당선인 비서실-외곽 삼성동팀’등 3각 편대가 인사추천과 인사검증을 하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비서실-삼성동팀을 정치권에선 이른바 ‘박근혜 별동대’로 불린다. 여기에 핵심인사가 자택에서 인선 작업에 몰두하라고 박 당선인에게 자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일종의 교집합 같은 것이 존재한다. 바로 박근혜 핵심 측근들이 추천→검증까지 한꺼번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국무총리 내정하자 재차‘깜깜이 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불통’, ‘독단’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박 당선인은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삼성동 자택에서 인선 구상을 마쳤다.

하지만 이로 인한 후폭풍이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오면서 인수위 출범부터 지금까지 ‘인사스타일 논란’을 재차 부추기는 양상이다. 특히 박 당선인도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나 좀처럼 바꾸지 않고 있다. 그 이면에는 핵심 측근의 조언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 핵심으로 불리는 인사가 박 당선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인사가 만사다’며 인수위 구성과 공약을 지키기 보다는 인선작업에 더 신경을 써야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핵심인사가 누구냐는 질문에 “최경환 의원”이라고 지목했다. 최 의원은 박 당선인이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삼성동 자택에서 인선 작업에 몰두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인 셈이다.

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으로 통한다. 그는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 2분과위 간사를 맡았으며, 친박계 내에서 인수위 활동을 해 본 몇 안 되는 경험자로 누구보다 정권이 탄생하는 과정을 잘 알고 있다. 일부에서는 박 당선인에게 인수위와 관련된 조직 개편안을 내놨지만 박 당선인이 일부 ‘컷팅을 했다’는 얘기가 여의도 안팎에 널리 퍼져 있다.

외곽조직 ‘삼성동팀’
비대위부터 관여

그런데 인사 추천과 검증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삼성동팀인 것으로 지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선 “박 당선인 자택과 멀지 않은 곳에 사무실을 둔 ‘삼성동팀’이 가동되고 있다”며 “최태민의 사위 정윤회씨가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대선 당시에는 정무적인 판단을, 인수위에서는 인사 추천 및 조율, 그리고 검증까지 하고 있다는 것. 삼성동팀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의 바로미터가 ‘인사’가 될 것으로 예상해 바짝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맹활약했던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지난 22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동팀은 비대위 인사나 이후 경선·대선 캠프를 구성할 때 역할을 했고, 이번 인수위에서도 역할을 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전화를 걸어 각종 인사 문제에 대한 검증을 요청하거나 추천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벌써부터 새누리당 내에서는 삼성동팀을 두고 ‘제2의 박영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동팀의 핵심인사인 정씨의 경우 국회에서 근무할 때부터 박 당선인의 절대적인 신임을 통해 국회 내에서도 ‘박근혜 그림자 보좌관’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실 삼성동팀은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과정에서 한 차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의 ‘비밀팀’으로 불렸던 것. 삼성동팀은 경선과정에서 불거졌던 각종 의혹에 대한 전략을 짜는 등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수장학회 악재 등으로 박근혜 과거사 관련 위기가 찾아왔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 지에 대한 정무적 판단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4·11총선 전 비대위 구성과 캠프 구성 과정에서 A씨를 적극 추천, ‘삼성동팀 입’으로 활용했다는 것도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때문에 일부 인사들은 인사 추천서를 넣기 위해 삼성동팀 핵심인사에 대한 전화번호 등을 수소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문고리 권력 핵심 인사들에게 주선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박 당선인 측은 “비선 조직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당선인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라며 삼성동팀 실체를 부인하고 있다. 박 당선인 측 한 관계자는 “10여년 간 축적한 수첩과 자료를 갖고 직접 사람을 고르고 필요하면 적당한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정도”라며 “인사의 전체적인 ‘그림’을 혼자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부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는 박 당선인 혼자서 인선 작업을 하기엔 인사의 폭이 너무 넓다고 고개를 내젓는다. 후보 검토 대상자만도 수십여 명이 넘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박 당선인 측에서는 ‘삼성동팀’ 실체를 부정하지만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삼성동팀의 실체가 있고 인사추천·검증까지 모두 하고 있다’라는 말에 신빙성을 두고 있다. 

‘문고리 권력’ 비서실
인사 추천 및 검증

여기에 ‘당선인 비서실’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비서실은 삼성동팀과 마찬가지로 박 당선인으로부터 ‘인사 추천·검증’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동팀 핵심 인사와 연결된 인사들도 존재한다. 핵심인사로는 정호성, 이재만 보좌진 등 문고리 권력이 포진해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일요서울-977호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공신록 이렇게 건네졌다!]의 기사를 통해 당선인 비서실에서 선거 때 활동했던 인사들에 대한 인사추천서를 종합해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서실이 ‘인사추천·검증’까지 하고 있다는 것.

실제 비서실에서 희망공직 신청서를 받아 일부 인사를 거르고 있으며, 이중 20~30여명은 박 당선인에게 추천할 것이라는 게 박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문고리 권력의 핵심 인사들은 박 당선인이 지시한 인사에 대한 ‘인사 스크린’을 담당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검찰, 국정원, 국세청 등 사정기관에서 파견된 청와대 공직기강팀을 통해 1차 인사 검증에 관련된 자료를 받아 검토한다.

그리고 비서실에서 별도로 조사를 한 뒤 박 당선인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박 당선인이 만났던 인사들에 대한 평가를 해 놓은 수첩까지 포함돼 있다.

일단 박 당선인의 인사 추천·검증의 시작은 ‘비서실-삼성동팀’에서 관여하는 것으로 삼청동 주변에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박 당선인이 ‘A인사’에 대한 검증 오더를 내리면 ‘비서실-삼성동팀’에 주변 평판 등을 세세히 파악, 보고한다. 결국 박 당선인의 별동대로 불리는 ‘비서실-삼성동팀’ 양 축이 인사 추천·검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공직기강팀 한축
“역할 미미…검증만”

또한 청와대 공직기강팀에서도 박 당선인의 인사 검증에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이 “검증에 관해서는 청와대 검증팀과 협조를 하고 있다”면서 “청와대에서 활동하고 주목할 만한 분의 인사 파일을 대체로 갖고 있고 이는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필수”라고 말한 것처럼 비서실에서는 청와대 공직기강팀과 협조해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보안’을 극도로 생각하는 박 당선인 측에서 청와대 공직기강팀에 대해 큰 역할을 부여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사검증에 대한 시스템을 활용하는 정도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지난 23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박 당선인으로서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활용하려면 인사에 대한 보안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며 “또 박 당선인이 추천한 인사에 대해 MB정부가 ‘사전 탈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박 당선인이 인선한 인사들 역시 MB정부와는 교감을 이루지 않고, 박 당선인의 개인적인 인재풀을 통해 임명하고 있다”며 “비서실이나 삼성동팀만큼의 힘을 실어주지 않을 뿐더러 아예 배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향후 대통령 실장부터 청와대 비서관, 장차관 인선과정에서 박 당선인으로부터 힘을 받고 있는 ‘박근혜 별동대’의 역할이 막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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