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에서는 때아닌 대마초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대마초의 유해성 및 위법 여부가 다시 한번 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이번 논란은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대마초를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위헌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다시 불이 붙은 것이다. 그동안 대마초 옹호와 반대 양편으로 갈려 있던 대마초 논쟁은 다시 한번 뜨거운 공방전을 맞게 될 조짐이다.

대마에 대한 편견

대마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대마초는 향락, 퇴폐, 사회 부적응자, 무절제, 방종 등과 연결되는 극히 부정적인 이미지다. 한발 더 나아가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을 지니며 결국에는 삶을 망쳐버리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은 마약의 유해성과 다름 없다.대마초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대마초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대마를 위한 변명(실천문학사)’의 저자 유현(43)씨는 1937년 미국에서 ‘대마 금지법’이 발표되면서 대마의 운명이 바뀌었다고 주장한다.즉 대마 산업의 발전에 위협을 느낀 섬유업계와 제지업계가 결탁하여 대대적인 반대마 캠페인을 펼친 결과, 대마초는 ‘저급한 인종들이나 사용하는 미치광이들의 약물’이라는 현재의 이미지로 굳어지게 됐다는 것.

"이 땅에 대마를 허하라"

대마초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에 있거나 그것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이들로 인해 대마초에대한 논란은 더욱 뜨겁다. 우선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대마초 금지는 기본권 침해”라는 입장을 밝혔다.2000년 12월부터 대마초를 4차례 피운 혐의로 지난 7월 15일 구속기소된 김부선씨는 20일 대마관련법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김씨는 이날 ‘대마초는 환각제가 아니며 무해하다’고 밝힌 A4용지 5장 분량의 주장을 소장에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인 전경수 교수(광운대)가 “대마초는 마약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해 김부선씨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전 교수는 “대마 잎사귀에 THC라는 환각성 물질이 들어있기는 하나 대마초는 마약이 아닌 식물로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대마초의 옳고 그름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한 뒤 “대마초를 필로폰이나 코카인, 헤로인 등과 같은 마약으로 보는 시각, 또 그것들과 같은 수준의 마약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법의 융통성있는 적용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약이 아닌 대마초를 마약으로 뭉뚱그려 관리 및 처벌하는 것은 가혹한 면이 있지 않겠나”라며 “환각성 물질 규제법과 같은 적합한 대체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마관리법에 의해 적용받았던 대마초가 2000년 초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통합된 것을 문제 삼은 것.전 교수는 “대마초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처벌할 경우 마약전과범만 양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마초의 중독성과 유해성에 대해서 일부 인정하기도 했으나 “담배보다 나을 수도 있다”며 전반적으로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대마를 위한 변명’의 저자 유현씨는 전 교수보다 한층 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마초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알자는 것’이라며 ‘대마초의 합법화’를 주장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마약관리조항에서 대마초와 관련된 모든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며 “이에는 대마관련 처벌뿐 아니라 재배 및 관리, 허가 조항까지 모두 포함돼야 할 것”이라 강한 어조로 말했다.

"국가의 계획이었다"

대마가 권력의 횡포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것이 당시 시대적 상황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고 설명한다. 즉 75년 4월 긴급조치 4호, 민청학련사건, 5월 긴급조치 9호, 유신헌법 찬반 투표실시 등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극약처방이 다양하게 실시되던 때였다는 것과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대마초에 관대한 입장을 갖고 있는 한 측근은 “전 국민이 미친 듯 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상황에서 대마초는 국민을 나른하게 만들어버려 국가의 근대화를 망쳐버릴 위험한 물질이었던 셈”이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마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듯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심각한 환각증세를 유발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마초금지와 국가 권력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많은 이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75년은 이 땅에 일명 ‘대마초 연예인 파동’이 불어닥친 무시무시한 해였다.김민기의 ‘아침이슬’이 금지곡이 되었다는 점 또한 눈여겨 볼 일이다. 반사회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던 뮤지션들을 통제하기 위해 대마초는 더없이 좋은 수단이었으며 그 실례가 대마초 연예인 검거 파동이었다.”

"마약은 마약이다"

그러나 대마초에 대해 여전히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마약은 마약”이라는 것이다. 청소년 약물보호 단체의 최태민(가명)씨는 “대마초를 담배와 비교하는 자체가 옳지 않다”며 “대마초가 담배보다 해롭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마초는 흡연에 의한 통제력의 손상과 환각증상, 제 3자와 사회에 대한 위험증상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건강의 측면에서도 대마초를 금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그는 “담배 한 개피가 12밀리그램의 타르를 함유하고 있는 것에 비해 대마초 한 개피에는 50밀리그램의 타르가 함유돼 있다”며 “담배보다 대마초가 낫다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며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마약반대운동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대마초의 THC(환각물질)함량이 담배보다 20배나 높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건가”라고 되물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간사 이동근씨는 “대마초 흡연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정설”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대마초가 일부 연예인들에 의해 옹호되는 측면이 있지만 법이란 어느 특정인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성과 일반성을 띠어야 하지 않겠나. 대마초가 합법화되어 사람들이 환각을 일으키고 일상생활 자체가 나른해진다면 그것은 사회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또 범죄와의 연결고리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모든 것들을 누가 책임질건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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