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윤락업계가 뒤숭숭하다. 성매매 방지와 피해자보호에 대한 법률, 성매매알선 처벌에 관한 법률을 내용으로 하는 이번 특별법은 성매매알선업자와 성구매 남성에 대한 처벌조항이 엄중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따라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업주들과 윤락여성들은 신경을 바짝 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업주들은 집단 반발 등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어 법 시행후 적지 않은 잡음이 예상되고 있다. 특별법 시행을 하루 앞둔 청량리 윤락가 풍경을 취재했다.

“우리는 미치면 못할 짓이 없다.”

22일 오후 9시. 조금 이른 시간임을 감안하더라도 청량리 588일대 윤락가는 예상보다 훨씬 한산했다. 골목에는 속칭 뱀프(나이들어 영업에서 밀려난 여성)라고 불리는 중년여성 서너명이 술을 마시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걸핏하면 여기를 타깃으로 삼아 두들겨패니…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한다. 추석 앞두고 너무 잔인한거 아니냐!”성매매 특별법 시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업주들은 한결같이 잔뜩 흥분된 모습이었다.

정화위원회 사무실에서 업주측을 대표해서 기자와 만난 박지일(50·가명) 위원장은“이런거(집창촌) 가지고 불법이니 뭐니를 논하면 안된다. 어른들의 휴식처 아닌가. 돈 많은 사람들이야 고급술집 가면 그만이지만 서민들은 어떡하란 말이냐”며 정부 방침에 대해 울분을 토로했다. “하도 심란해서 오늘 아침 6시까지 술을 마셨다”는 박 위원장은 기자와 함께 윤락가의 한 포장마차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면서도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는“(정부도)상태를 보고 건드려야 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미치면 못할 짓이 없다”는 말로 극도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옆에서 술을 마시던 업주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청량리에서 자라 12년째 이 일을 해왔다는 업주 김무진(40·가명)씨 역시 이번 성매매 특별법 및 청량리 윤락가 철거 방침에 대해‘미친 짓’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자들은 소설쓰지 말라!

업주측은 공중파 방송과 언론매체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 업주들은 윤락가에 대한 흥미위주의 매체 보도는 ‘횡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무진씨는 “TV나 언론 등에서 보도되는 것과는 실상이 다르다”며 “어느 한 부분만을 마치 전체의 실상인 듯 부풀리는 것에 울분을 느낀다. 소설 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잠시후 윤락가에서 일하는 보배(24·가명)씨와 진주(28·가명)씨가 차례로 술자리에 합석했다.이번 정부 방침에 대한 그녀들의 생각도 업주측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보배씨는 “막말로. 우리는 이걸로 밥먹고 산다. 아무 대책없이 무작정 없애버린다는게 말이나 되나”고 반문했다.

그녀는 이어 언론에 보도되곤하는 업주들의 횡포와 감금 실태에 대해 “내가 원해서 하는거다. 요즘이 무슨 쌍칠년, 쌍팔년 시대도 아니고. 감금당하고 맞아가면서 일할 애들 주위에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 TV에서 “오늘밤 자정을 기해서 특별단속에 들어간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이를 지켜보던 업주와 아가씨들은 실소와 흥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이번 법안이 내세우고 있는‘성매매 여성들의 보호와 건전한 성문화의 정착’등과 같은 멘트가 나올 때는 여기저기서 웅성거림과 함께 간혹 욕설도 튀어나왔다. 진주씨 역시 “악덕업주가 있을 수도 있지만, 98%는 아니다. 우리는 그들을 삼촌이라 부르는데 그들은 우리를 달래주기도 하며 같이 공생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계속 윤락하겠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업주측의 집단 움직임 및 집회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대책회의를 갖고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주는 “이런다고 윤락이 없어질 것 같냐. 절대 못없앤다”며 정부의 정책을 비난했다. 또 다른 업주는 “여기 있는 아가씨들이 사회에 음성적으로 흘러들어가면 그땐 정말 대책이 없다”며 “당장 보건 관리 문제며 강간과 같은 성폭력 문제는 누가 책임질거냐”며 언성을 높였다.업주측은 이구동성으로 “얼마 지나 흐지부지되지 않겠나. 정부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라고 정부 정책을 꼬집었다. 이들은 나아가 “계속 이 일을 하겠다. 다른 곳에 집창촌을 만들 생각도 있다”며 우리사회에서 윤락가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아가씨들도 “계속 윤락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업주는 “삼촌. 여기 없애면 나 오피스텔 얻어줘. 거기서라도 삼촌이랑 영업할래”라는 아가씨도 많다고 전했다.윤락가 앞에서 대기중이던 한 택시기사는 “하여간 여자들(여성부를 일컬음)이 설쳐서 잘 되는 꼴을 못봤어. 없어질 것이었다면 벌써 없어졌을 것”이라며 정부 대책을 비꼬았다.

인터뷰 청량리 3년차 보배씨 “유명연예인도 단골손님”

다음은 청량리에서 일한지 3년 정도 됐다는 보배씨와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정책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미친 짓이다. 우리가 벌어들이는 외화만 생각해봐도 어이없다. 일본손님이 70% 이상이라면 말 다한거 아닌가. 일본 여행사에서는 아예 청량리 588을 관광코스에 포함시켜 놨다.

-윤락가에서 탈출해 악덕 업주를 고발하는 여성의 인터뷰를 본적이 있는데 실상은 어떤가.▲보도되는 것이 모두 실상은 아니다. 과거에 자신이 안고 들어온 빚을 벗어버리려고 덮어씌우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 얼마나 받나. ▲요즘 정말 최악이다. 3~4명 정도다.

-월 수입은.▲(수입부분에 대해서는 말하기 꺼려했다). 400정도. 씀씀이가 크다보니 반 이상 지출한다.

-보통 어떤 사람들이 오나. 혹시 연예인도 오는가▲거의 일반인들이다. (연예인에 대해서는 망설이다가) 온다. 3인조 모 그룹, 모 매니지먼트사 사장 K씨, 가수 겸 영화배우 K씨와 L씨. 이혼한 탤런트 K씨, 스타급 운동선수 H씨, 탤런트와 결혼한 탤런트 K씨, 유학파 출신 가수 S씨 등이다. (그녀는 줄줄이 이름을 늘어놓은 뒤 “놀랐죠?”라고 물으며 웃었다)

-정말인가.▲물론이다. 진상 부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모 그룹의 경우 멤버들이 하나같이 진상을 부린다.

- 진상은 어떻게 부리나.▲연예인이니까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한다는 식이다. 일일이 말할 수는 없지만 행태들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그밖에 특별히 기억나는 유명인이 있나.▲(한 업주가 옆에서 거들었다) 물론 있다. 유명 법조인 출신인 K씨도 몇 차례 손님으로 오기도 했다.

-관할 경찰서 등 성 상납 관행은 여전하나.▲아니다. 요즘은 술 한잔도 얻어 먹지 않는다. 과거에 비하면 대단한 변화다.

-남자친구는 있나.▲있다. 여기서 일하는 것도 안다.

-뭐라고 하나.▲빨리 열심히 돈 모아서 행복하게 살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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