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측근 그룹 ‘물갈이’ 시작됐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정무분과 업무보고에 참석해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김용준 국무총리 추천 놓고 문고리 권력 파워게임?
박근혜, ‘충성파’ 보좌진들에게 “당으로 복귀해라” 왜?
김용환 7인회 의견 수렴?…최경환·유정복 등 선친박 중용설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적쇄신 카드’를 꺼낼 것으로 알려져 정가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고리 권력에 대한 비판여론이 강하게 불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박 당선인이 직접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선 과정에서 ‘파워 게임’이 벌어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박 당선인은 보통 상대방이 신뢰를 먼저 저버리지 않는다면 계속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박 당선인은 최근 ‘충성파’ 보좌진들을 대거 ‘당으로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인적쇄신이 시작된 것이라는 판단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박근혜發 인적쇄신’ 실체를 따라가 보았다.

삼청동 인수위 주변에서는 자진 사퇴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추천한 인사가 누구냐에 관심이 쏠렸다. 당장 ‘문고리 4인방’의 한 명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이재만 보좌관이 거론됐다. 이 보좌관은 매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비서실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전과 밤에는 어디에 있는지 비서실 구성원들조차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의 P호텔에서 인선작업을 한다 등의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인수위 곳곳 파열음
충성파, 박근혜 불만

문제는 김 총리 후보자 인선관련 이 보좌관의 실명이 거론됐다는 점이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자체파악에 나섰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그 결과 박근혜 정부의 일등공신이었던 A씨 책임론이 불었고, B씨는 ‘보안사고’로 인해 인수위를 떠났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 모두 ‘박근혜 충성파’다.

인수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만남에서 “이 보좌관이 ‘김용준 추천했다’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는데, 인수위에서는 A·B씨를 지목했다”며 “박 당선인은 ‘보안사고’를 이유로 B씨를 인수위에서 내보냈고, A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씨가 언론을 통해 이 보좌관을 공개했고, 실명을 거론했다는 게 보안사고의 주된 골자다. A·B씨가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이 보좌관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B씨의 경우는 ‘문고리 권력 4인방’중 한명인 정호성 비서관과 친분이 깊은 인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문고리 권력에 대한 견제는 불발됐고, A·B씨는 “음모론”이라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 파워게임’이 진행됐던 셈이다.

또 일부에서는 B씨가 ‘인사검증팀 멤버’로 활동한 만큼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등의 소문이 파다하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박 당선인은 최근 인수위에 합류한 보좌진 출신 실무진 10여명에 대해 ‘당 복귀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이전부터 박 당선인을 보좌해 온 사람들이 박 당선인 곁을 모두 떠났다. 합류한 실무진들이 박 당선인에게 건의한 내용이 화근이 됐던 것이다.

실제 [일요서울]과 만난 한 관계자에 따르면 경선캠프에 참여하고 있던 다수의 실무진들은 비례대표 의원실에 배치됐고, 이들은 캠프에서 근무했다. 때문에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은 이 같은 보좌진들을 자기식구로 인식하지 않고 대선 때까지 임시직으로 자리 하나를 내어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실무진들이 인수위로 발령이 나자 자연스레 비례대표 의원들은 이들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해당보좌관이 “청와대 발령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면직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항의했고, 이 같은 뜻을 박 당선인 측에서 의원들에게 전달해주기를 원했다. 이 보고를 받은 박 당선인은 “의원실로 복귀시켜라”고 지시했고, 해당 실무진은 “고생한 실무자들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 당선인이 한 번 기용하면 계속 쓴다는 스타일이 무너졌다. 이로 인해 ‘인적쇄신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용준 출구전략
당 인적쇄신 봇물

정치권 안팎에선 박 당선인이 출구전략을 찾기 위한 묘책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박 당선인은 자체적으로 검증팀을 운영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 조차 손쉽게 검증하지 못하면서 박 당선인은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인사검증팀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이 보좌관 등 핵심 측근을 중심으로 ‘나 홀로’ 인사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인사검증 전문가들과 정부기관 파견자들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인사검증팀 등의 구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또 문고리 권력에 편중되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 또한 거세다. 당 지도부도 박 당선인에게 이러한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설 특사문제에 대해 박 당선인이 제동을 건 것은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문고리 권력에 편중 역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박 당선인이 문고리 권력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인적쇄신 등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정치사를 돌이켜봐도 인적쇄신론은 위기를 돌파할 ‘히든카드’로 등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대선 패배 이후 줄곧 인적쇄신론이 튀어나오고 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과거 10년 집권 기간에 (당에) 귀족주의가 배어 있었다”며 “(비대위가) 국민들 눈에 볼 때 적절치 않게 보이는 사람들의 인적 쇄신 문제를 잘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권 내에서도 “친노인사들이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들부터 인적쇄신을 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지금도 터져 나오고 있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라는 얘기다.  

정치권에서 ‘극약처방’으로 박 당선인이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선 친박 인사들이 중용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특히 박 당선인이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도 “당과 박 당선인이 긴급회동을 했고, 이 자리에서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는 건의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검증 강화가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당 지도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는 미지수다. 첫 총리 후보자 낙마에 따른 여론 수습 차원에서 철저한 검증을 말로만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박 당선인이 구상 중인 인적쇄신 시나리오는 어떤 것일까. 우선 김용환 전 의원, 최병렬 전 대표, 안병훈 기파랑 대표 등 7인회 멤버, 이른바 박근혜 원로그룹을 적극적 활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원로그룹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원로그룹의 경우 인수위 원장 인선 문제 등에 적극 개입하지 않았고,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에 걱정이 앞섰다는 후문이다.

그 다음 단계는 선 친박 인사들의 대거 중용이다. 당초 새 정부 비서실장에는 당선인과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으면서도 업무 수행능력이 높은 후친박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실무형 인사’가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인사 잡음 등으로 새 정부 구성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선 친박 인사들을 대거 기용할 태세다. 비서실장 후보로 3선의 최경환 의원 유정복 의원이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원로그룹·선진박 역할 대두
 문고리 권력 견제 필요

친박계 핵심 실세로 꼽히는 최 의원은 박 당선인의 믿음이 두터운 데다 현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내면서 행정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10월 ‘친박계 2선 후퇴론’의 책임을 지고 당시 대선 후보 비서실장에서 사퇴, 백의종군했다는 점에서 이제 복귀할 때가 됐다는 말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 의원은 당 대표 비서실장을 지내고 현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정책능력과 ‘정무적 감각’을 두루 갖춰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도 인적쇄신과 관련해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의 임기 초기 인사 문제로 위기를 좌초한 과정을 모두 지켜봐 왔다. 이젠 대통령이 된 이상 당 대표로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행보를 취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한 번 쓰는 인사만 무조건 고집할 것이라 아니라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인사들을 대거 중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인사문제에 대한 논란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임기 초반 강력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인적쇄신은 불가피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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