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쌓인 뭉칫돈 내 것 만드는 것은 ‘통찰력’

강박증세 보이는 투자자들 많아… 통찰력 기르는 법 터득하는것 시작해야
투자행위에 몰두하는 것만큼 시간을 쪼개어 사색해야 더 좋은 결과 얻어

석유문명에 기반한 현대사회는 인류가 그 이전에 겪었던 그 어느 시대보다 역동적이다. 조금 주의를 게을리하면 어느새 저만치 뒤쳐질 정도로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 오늘 유행한 것이 내일도 유행하리라는 보장이 없고 무엇 하나 확실하게 장담할 수 없는 그야말로 불확정의 상황이다. 최근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는 슬로우 라이프와 힐링은 그 어지러운 상태에 대한 당연한 반동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영국 등 주요 산업국들이 2백년 이상 걸려 달성한 성취를 불과 수십 년 만에 압축적으로 달성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오히려 타국보다 빠르고 치열해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전혀 이상하거나 기괴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OECD 국가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자살률과 수년 째 수위를 지키고 있는 초저출산국이라는 객관적 지표는 우리나라의 치열하고 고단한 현실을 웅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디지털 환경은 우리를 24시간 내내 온라인 상에 접속된(Plug-in) 상황으로 몰아넣어 가뜩이나 번잡한 생활을 더욱 여유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상시 접속된 이 상황에 길들여져 언플러그드 상태가 됐을 경우 지극히 불안해하는 강박증상까지도 보이게 된다. 요즘의 아이들에게 가장 심한 벌은 매를 들거나 용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빼앗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다.

투자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다 보면 간혹 투자가 지나쳐 아예 투자에 중독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사람들의 특징은 하루라도 뭔가 투자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강박증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주식시장이 열리는 주중에는 주식투자에 몰두하고 주식시장이 쉬는 주말에는 경마장에 상시 출입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았다. 이 경우 투자가 아예 생활인 셈인데 대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는 듯 하다. 쉬어가는 것도 투자라고 하는 증권가 격언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님을 유념하는 편이 나을 듯 하다.

주식시장의 참여자 중 기관 및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 간의 뚜렷한 차이점은 정보비대칭이라고 할 수 있다. 기관과 외국인은 막강한 자본과 인력 덕에 고급한 정보에 가장 먼저 다가갈 수 있고 이렇게 선취한 정보를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가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지점이다. 그리고 이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깊고 넓은 통찰 외에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통찰력을 기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첫째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현대인은 혼자있는 것을 못 견뎌 한다. 이른바 회사형 인간으로 훈련된 나이 지긋한 남자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인간의 위대한 업적은 혼자만의 지극한 사색과 치열한 고독 속에서 이루어져 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칸트의 고독하고 규칙적인 산책 속에서 위대한 철학적 사유가 탄생했고, 혼자놀기를 즐겨하던 뉴턴에 의해 위대한 고전물리학의 토대가 놓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몹시 분주하게 돌아가는 현대생활에서 특히 다층적으로 접속된 디지털 환경에서 홀로 침잠한다는 것은 불편하고 어색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시대착오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쩌다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져도 우리는 그 상황 자체가 불편해서 TV를 켜거나 컴퓨터 앞에 앉게 된다.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면 그간 사느라 바빠 멀어졌던 자기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또한 그 내면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된다. 필자가 만난 한 분은 가톨릭 신자인데 이 분은 하루를 마감하며 반드시 성당에 들른다고 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꼭 들른다고 한다. 그 분은 아무도 없는 텅 빈 성당의 그 적조함 속에 앉아 이러저러한 하루의 일들을 곰곰이 생각하고 반성하며 다음날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한다. 특정한 장소와 시간이 아니어도 스스로의 내면과 정면으로 만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므로 일상생활 속에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 두번째 방법은 인문학과 기초과학에 대한 지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취업 등의 이유로 인문학이나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덜한 편이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과 기초과학은 지루하고 비실용적인 학문이 아니라 인간과 세상의 본질에 대한 치열한 연구이기 때문에 통찰력을 기르기에 이보다 좋은 학문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인문학을 리버럴아츠 즉 필수 교양과목으로 삼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복잡한 현대사회는 온갖 번잡한 일이 벌어지고 자칫 잘못하면 우리는 그 현상 속에 함몰되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인문학과 기초과학은 현상을 통해 본질을 찾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현상에서 본질을 가늠하는 능력을 통찰력이라고 할 때 인문학과 기초과학은 복잡한 현대의 삶에서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론은 줄기찬 질문과 대답이다. 항상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진지하게 탐구함으로써 인간과 세상의 근원에 다가서는 것이다. 한 순간도 질문을 놓치지 않고 그 질문을 통해 현상 아래에 감추어진 본질에 다가서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고전물리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우주의 근원에 대해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현대물리학자들이 열어 젖힌 양자물리학은 바로 이 치열한 질문에서 비롯한 것이다.
통찰력은 현상을 통해 본질을 찾아내는 힘이라고 했거니와 이 통찰력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 21세기 가장 위대한 경영자로 주목받는 스티브잡스가 인문학을 통해 그리고 인문학에서 비롯된 통찰력으로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재해석하고 이를 적용하여 세상이 놀라워하는 업적을 이루어냈음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주식투자에 있어서도 차트의 우아한 곡선이 아니라 그 이면을 관통하는 힘과 에너지를 통찰하여야만 한다. 복잡계의 대표인 주식시장에도 일정하고 규칙적인 흐름이 있는데 그것은 차트가 아니라 통찰력을 통해서만 온전히 드러난다. 투자라는 행위 자체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을 중단하고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고 사색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박한수 유진투자증권 전주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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