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콘돔까지 준비…계획적 범행이었다”

“눈떠보니 박시후와 성관계 중, K씨는 속옷차림”
“부모에게 집에 간다고 문자 보낸 후 갑자기 쓰러져”
피해자 A-박시후 후배 K 문자내용 언론보도 사실과 달라 

[일요서울 | 박형남·고은별 기자] ‘꼬시고 싶은 남자’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배우 박시후(35·본명 박평호)가 강간 혐의로 피소돼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박시후는 후배 K(24)씨를 통해 연예인지망생 A(22·여)씨를 만나 청담동 포장마차에서 술자리를 가졌고, 가까운 모처로 이동해 A씨와 잠자리를 가졌다. 박시후는 강제적인 관계는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A씨 측은 평소와 다른 몽롱함을 느꼈다며 약물 투약 가능성을 제기했다. 언론 보도 직후 A씨가 ‘꽃뱀’으로 매도당하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던 A씨의 절친이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배우 박시후(35·본명 박평호) <사진자료=뉴시스>

연예인지망생인 A씨의 절친 B씨는 지난 20일 사건의 정확한 내막을 알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 ‘그날 밤’ 일에 대해 낱낱이 털어놨다. A씨의 절친인 B씨는 이번 사건으로 경찰에 출두해 참고인 조사까지 받았다. 우선적으로 B씨에게 박시후와 A씨가 처음 만나게 된 경위에 대해 물었다. B씨는 “박씨의 후배인 K씨가 사건당일 A씨에게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며 운을 뗐다.

한 번의 만남
청담동서 무슨 일이?

A씨와 K씨는 평소에도 친분 관계가 있었을까. B씨는 A씨와 K씨 사이에 대해 “두터운 친분 관계는 아니었다. 술자리에서 서로 얼굴 한 번 본 사이였는데 얼마 전 K씨가 A씨에게 번호를 물어봤다”고 말했다. 그러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14일 K씨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청담동에 위치한 M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는 것.

하지만 이들이 실제 만난 곳은 청담동의 한 포차였다. 약속장소가 변동된 이유를 묻자 B씨는 “처음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K씨가 A씨에게 ‘박시후를 부르겠다’며 해당 포차로 불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A씨는 박씨와 K씨가 와있는 포차로 가 이들과 술자리를 함께했다.

평소 박씨는 술을 잘 못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박씨는 자신의 주량이 맥주 반잔이라고 밝힌 적 있다. 과연 문제의 포차 안에서는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이에 대해 B씨는 “술자리에서 박씨와 K씨는 술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동석한 A씨에게만 술을 먹였고, A씨는 소주 한 병 정도 마셨다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다 이들은 다음날인 15일 새벽 2시께 포차에서 나왔고, 제2의 장소로 이동했다. 당시 주점에서 나온 이들의 모습은 주점 내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찍혀있었다. 경찰이 확보한 이 화면에는 A씨가 별 이상 징후 없이 주점 계단을 혼자 걸어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는 A씨가 주점을 나설 당시에는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있을 정도로 멀쩡했다는 의미다.

더욱이 해당 업주는 지난 20일 한 매체를 통해 “당일 자리를 비워 자세한 상황은 직원들의 증언과 CCTV를 통해 파악했다”며 “CCTV 화면상 A씨는 만취상태로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박씨는 A씨가 혹시 넘어질까 곁에서 에스코트를 한 정도였다. A씨는 홀로 별 탈 없이 계단을 내려가는 것으로 보였다”고 증언했다.

박씨와 A씨의 만남이 이뤄진 포차 내 CCTV가 공개되자 박씨의 팬 및 다수의 네티즌들은 성폭행 피해자인 A씨에 대해 전형적인 ‘꽃뱀’ 수법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술을 잘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씨가 술집에서 술을 먹은 후 낯선 여성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점이 믿기지 않을뿐더러, 유명연예인과의 하룻밤을 빌미로 금전적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먼저 공개된 주점 CCTV 외에 또 다른 CCTV가 공개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흐름을 타게 됐다. 이들이 술을 마시고 나와 이동한 청담동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 CCTV가 공개된 것이다. 두 번째로 공개된 이 CCTV에는 만남을 주선한 K씨가 A씨를 업은 채 아파트로 들어서는 모습이 찍혀있다. 주점을 나설 때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있었던 A씨가 차에서 내려 아파트로 들어갈 때는 정신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던 것이다. 이들이 술을 마신 포차에서 아파트까지는 1km 남짓, 차로 이동하면 불과 10분도 안 되는 거리다. 이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B씨는 어떻게 알고 있을까.

B씨에 따르면 사건장소인 이 아파트는 K씨 소속사에서 제공한 숙소라고 한다. B씨는 “본래 이 아파트는 해당 소속사 대표가 거주하던 곳이었으나, 현재는 비어있는 상태인 걸로 안다”고 전했다. 아울러 B씨는 “A씨가 포차에서 나오면서 부모님께 ‘곧 들어가겠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그런 뒤 포차에서 나와 차를 탄 후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B씨에 의하면 A씨는 소주 한 병 정도로는 취하지 않을 정도의 주량이며, 당시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몽롱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에 B씨는 경찰 수사에 협조해 A씨의 평소 주량 등을 진술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B씨는 평소 외박을 하지 않던 A씨가 부모님께 문자를 보낸 후 바로 정신을 잃은 것이 꺼림칙하다는 설명이다. 또 B씨는 “A씨가 경찰에서 CCTV를 확인해 보니, 아파트 주차장에서 박씨는 마스크를 쓴 채 모자까지 푹 눌러쓴 모습이었다고 한다. 사전에 이미 계획된 게 아니고서야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콘돔까지 준비한 박시후
후배는 A씨 몸 더듬어

다음날 아침, A씨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충격적인 현장이 눈앞을 덮쳐왔다. B씨는 “A씨가 눈을 떴을 때 이미 박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맺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콘돔까지 낀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대변했다.

경악할 만한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B씨는 “박씨와 A씨가 함께 있던 방에 K씨가 들어왔고, K씨가 알몸 상태인 A씨의 몸을 더듬으며 성희롱했다”고 주장했다. 낯선 곳에 남성 두 명과 함께 있었던 A씨는 이 같은 이유로 두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게 된 것이다.

이후 아파트에서 나온 A씨는 K씨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K씨 지인은 지난 20일 한 매체를 통해 “헤어진 다음날 오전 K씨와 A씨가 문자메시지로 안부를 주고받았다”며 “강제성이 있었다면 그런 인사를 할 수 없다. 고소 징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는데 갑자기 돌변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관련 루머가 너무 많이 퍼져있어서 (K씨가) 굉장히 억울해 한다. 무엇보다 박시후 선배에게 가장 미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B씨의 얘기는 사뭇 다르다. 당시 문자를 주고받았던 것은 사실이나, 안부를 주고받은 내용이 아니라는 것. B씨는 “A씨가 K씨에게 보낸 문자는 ‘나 이제 어떡하면 좋지? 어제 무슨 일이 있던 거야?’라는 내용이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충격을 받은 A씨는 아파트에서 나와 절친에게 이 모든 상황을 털어놨다. B씨는 “A씨가 울면서 전화가 와 모든 사실을 알게 됐다. 너무 가여워 위로해 줬다”며 “그 길로 A씨는 부모님과 함께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 인터뷰를 시도할 당시 B씨는 박씨 측에 의해 피해를 볼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그럴만한 것이 A씨가 연예인지망생인데다 여성으로서 조심스런 문제다 보니 일상생활에 치명적인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는 터.

하지만 B씨는 크나큰 상처를 입은 A씨가 ‘꽃뱀’으로 휘말려가는 상황에서 말문을 닫을 수만은 없었다. B씨는 “돈이라든지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다음날 바로 가서 신고를 했겠나. 강제가 아니라니 어이가 없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나이 어린 A씨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기사를 잘 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과수 검사 의뢰 이유 “진실을 알고 싶어서다”

앞서 A씨는 지난 15일 여성가족부 지원 서울 여성·학교 폭력피해자 원스톱상담센터에 방문해 상담을 받은 후 박씨에 대해 강간 등의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또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았고, 혈액 및 체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박씨가 콘돔을 낀 상태였기 때문에 정액이 추출될지는 미지수지만, 빠른 시일 내 국과수 검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박씨는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지난 19일 공식 입장을 통해 “지인의 소개로 만난 A씨와 술자리를 가진 점에 대해선 인정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남녀로서 호감을 갖고 마음을 나눈 것이지 강제적으로 관계를 가진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팬 여러분이 우려하는 위력 행사는 전혀 없었음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린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박시후는 경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시 박씨는 법률대리인 선임 문제로 경찰 출석을 한 차례 미뤘고, 지난 24일 오전 10시로 출두 요청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박씨 측은 조사 일정을 오후 7시로 변경해 경찰에 출석하기로 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함께 동석한 후배 K씨의 소환 조사 여부에 대해선 “아직 계획하고 있는 것이 없다”며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일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했는지의 여부다. 의식을 잃어 심리적·육체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했던 A씨를 박씨가 강제적으로 성폭행했다면 준강간죄,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해 A씨를 성폭행했다면 강간죄가 적용된다. 준강간죄와 강간죄는 3년 이상으로 법정형이 동일하지만, 판결에 따라 양형기준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한편 A씨는 현재 정신적 안정을 위해 자택에서 통원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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