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으로 유명한 사이트는 감시의 주요 대상으로 지목되어 있기 때문에 가출 소녀들이 ‘영업’의 장으로 잘 활용치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검색 순위에서 상위권이 아닌 사이트를 골라 접선을 시도했다.채팅을 위해 선택해 접속한 곳은 A사이트.‘늑대 한 분만’, ‘착한 남자만’ 등 수많은 대화방이 개설돼 있었는데 1시간 반 정도를 탐색한 결과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방 제목은 ‘10만원 있는 사람 선착순으로 S동까지 텨텨텨!’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이 말은 ‘10만원에 원조교제를 할 사람은 S동으로 빨리 오라’는 뜻이다. 대화방 정원은 2명으로 제한돼 있었다.상대는 인사도 없이 곧바로 “오빠 몇 개야?”라며 물어 왔다. 이것은 나이가 몇 살이냐는 뜻.기자: “34, 니가 있는 곳이 S동이야?”소녀: “응, 올래?”기자: “넌 몇 갠데?”소녀: “18년이야 ㅋㅋ” 기자: “지금 가면 확실히 만날 수 있어?”소녀: “못 믿겠음 말고. 30분 내로 D역 3번 출구로 와서 기다려. 왼손에 신문 말아 쥐고 있으면 내가 갈게.”이 말이 끝나자 말이 필요 없으니 어서 출발하라는 듯 곧 대화방이 폐쇄되었다.

저녁 9시 20분 D역 3번 출구 앞에 도착해 왼손에 생활정보지 신문을 말아 쥐고 서 있었다. 그러나 30여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허탕친 게 아닐까 생각하고 돌아서려다 5분을 더 기다리기로 했지만 기다리다 보니 10분을 더 기다렸다. 시계를 보고 막 다시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앳돼 보이지만 화장 때문에 나이를 짐작키 어려운 한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오래 기다렸어?” 마치 누군지 알고 있다는 식이었다.이름이 뭐냐는 질문에 자신을 전수영이라고 소개했지만 믿기 어려웠다. 전양은 일단 따라오라며 어디론가 기자를 안내했다. 전양이 안내한 곳은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저녁시간에 사람들의 왕래가 드문 곳이었다.두 사람의 발길이 멈춘 곳은 동네 어귀에 위치한 조그만 PC방. PC방은 2층에 있었는데 전양은 계단을 오르며 기자에게 더 이상 따라오지 말고 밑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5분 정도 지나자 다시 전양이 내려왔다. 전양은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물었다.

이는 여관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집으로 갈 것인지 또, 긴 시간을 원하는지 아니면 짧게 놀 것인지를 동시에 묻는 질문이다.기자는 “각각 얼만데?”라고 되물었다. 전양이 제시한 가격은 8만원. 이 가격은 장소에는 상관없이 짧게 즐길 경우다. 길게 즐기고 싶을 경우는 15만원. 좀더 가격을 깎아 줄 수 없냐고 하자, 그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답했다. 가격은 누가 책정하는데 따라야 하냐고 묻자 전양은 “그건 오빠가 결정하는 거고, 오빠가 안된다고 하면 못나가”라며 짧게 대답했다.오빠가 누구냐고 묻자 “그건 알 것 없다”며 잘라 말했다.여기까지 이야기를 한 뒤 전양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을 이야기했다. 전화통화를 마친 전양은 “오빠가 짧게 노는데 6만원까지 깎아준다고 했다”고 말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계속 오고 있기 때문에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기자는 위에 다른 애들이 더 있냐고 물었다. 이에 전양은 “위에 있는데 그 애들은 지금 다른 사람들하고 이야기 중이라서 안된다”고 말했다. 몇 명이나 더 있냐고 묻자 “4명 정도 있다”고 밝혔다.기자가 흥정을 거부하자 전양의 얼굴에는 실망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면서 아쉬운 듯 “오빠, 가격은 솔직히 싼 거야. 내가 이거 초짜라서 그렇지 다른 애들은 훨씬 비싸. 그리고 가격은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전양은 힘없이 계단을 올라갔다. N동 근처에 원조를 하려는 10대 가출소녀들이 많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S대 입구 역 쪽으로 향했다. Y고교 근처에 위치한 한 PC방으로 들어서자 역시 구석진 자리에 3명의 10대 소녀들이 나란히 앉아 열심히 채팅을 하고 있었다.

소녀들은 서슴없이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으나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중 한 명인 김은영(가명·17)양과 대화를 했다. 김양은 생각과는 달리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가출 사유에 대해 “친구들이랑 집 나왔어요. 엄마 아빠가 자꾸 싸우는 거 보고 싶지도 않고 답답해서요”라고 밝혔다.김양은 가출한지 4일째 되는데 두 달 전에도 이미 가출을 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가출을 해도 원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돈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고. 또 김양은 “미성년자들을 고용하는 업소도 많기 때문에 갈 곳은 많다”며 “이것은 자신뿐 아니라 가출하는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라고 담담하게 말했다.김양도 가출소녀들이 조직을 이루어 영업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양은 “혼자 채팅으로 원조하는 애들도 있지만 요즘은 ‘오빠’를 끼고 같이 하는 애들도 많아요. 우선 가출을 친구끼리 같이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라고 말했다.한편 국내에서 유일하게 가출 청소년을 찾아주는 한국청소년선도회 산하 ‘가출 청소년 찾기 운동본부’에는 매일 가출 청소년들을 찾아달라는 상담전화가 빗발치고 있다.운동본부 관계자는 “방학 동안 특히 가출을 많이 하는데 가출을 했던 학생들은 개학시즌에도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가출을 해 이미 머물 곳을 마련한 경우에는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80∼90%가 다시 가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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