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남녀가 생의 마지막 날을 맞을 장소를 물색했다. 그 결과 정해진 곳이 수원시청 맞은편 여관밀집 지역에 자리한 B여관. 3월 20일 오후 5시 경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의 B모텔에 2명의 남자가 입구로 들어섰다. 두 남자는 카운터에서 방 값을 치른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아직 해가 떠 있음에도 방이 늘어서 있는 3층 복도에는 햇볕이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뇌쇄적인 느낌의 붉은 조명이 햇볕을 대신해 복도를 야릇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복도의 분위기가 이들에게는 사후 지나게 되는 터널처럼 느껴졌다.복도 한켠에서 잠시 두리번거리던 이들이 찾아 들어간 방은 310호실. 방으로 들어간 이들은 먼저 자리를 잡고 합류하기로 한 사람들에게 약속장소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수원의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이 위치를 묻기 위해 곧 연락을 해올 것이었기 때문에 미리 연락을 한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기로 결심하고 여관에 들어온 상황에서 죽음의 시간이 지연될수록 그에 대한 초조함과 공포감은 커져갔다. 이런 마음을 달래기 위해 유서에 ‘막상 때가 되니까 두렵다’며 심정을 적었다. 이 때문일까. 갈증을 느낀 이들은 밖에서 맥주를 사와 나눠 마셨다. 3월 20일까지 전화통화로 합류의사를 밝히며 위치를 물어온 사람은 3명. 먼저 도착한 2명을 합하면 모두 5명이 동반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이다.다음날인 21일에 한 명의 여성이, 22일에는 두 명의 남녀가 차례로 합류했다. 길동무가 늘어남에 따라 두 남자는 죽음의 공포가 조금 사그러드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자살하려는 이들이 동반 자살을 도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넷 자살사이트에는 ‘동반자를 구함’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들을 보면 ‘혼자 죽기가 두렵다. 막상 죽으려 하니 사람들이 왜 동반자살을 하려는지 알 것 같다’는 내용의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아무리 굳게 결심했어도 죽음에 대해 인간이 가지는 원천적인 두려움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이모(29·서울 노원구)씨, 송모(20·여·전 미용사·서울 광진구)씨, 박모(25·무직·경남 밀양)씨, 민모(20·무직·광주 북구)씨, 문모(20·여·대학 2년·경기 파주시)씨 등 이렇게 5명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에게는 이제 더 이상 죽음을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한방에 모인 이들은 준비해온 극약을 물에 타 마셨다. 이 약은 0.15그램만으로도 2~3초에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 약물로 자살희망자들이 선호하는 독극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움직임이었다. 한편 이들이 어떻게 B여관까지 찾아가게 되었는지 그 경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자살사이트를 통해 누군가가 이곳을 알려 주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 위치상으로 볼 때 각각 다른 지역에 사는 이들이 중간 지점으로 수원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들이 사망한 장소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경찰에서는 처음 도착한 두 사람이 20일부터 22일까지 나머지 사람들을 기다렸다는 점을 감안, 애초 자살하기로 한 이들이 5명이 아니라 더 있을 수도 있지만 변심 등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송씨의 유가족들에 따르면 사망하기 전날 송씨와의 통화에서 아무런 낌새도 느끼지 못했으나 사건 당일 느낌이 이상해 가족이 송씨와 통화하려 했으나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했으나 휴일인 관계로 통신사와 경찰간의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위치 추적에 실패하고 말았다.경찰관계자는 이들이 자살한 배경에 대해 “이씨가 남긴 유서의 내용으로 볼 때 뚜렷한 자살 동기가 없는 허무주의적 사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모씨의 가족들은 이 사건이 믿기지 않는 듯 분향소도 차리지 않은 채 이번 사건에 대해 일절 할 말이 없다며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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