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미지 제고용 점포의 한계


- ‘돈 먹는 하마’ 락스타존, 손익분기점 못 넘기나
- 수익성보다 미래고객 겨냥?… 결국 애물단지 전락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이 락스타(樂star)에 쏟은 각별한 애정이 한번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락스타는 KB국민은행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특화한 금융서비스로 어 회장의 야심작이다. 어 회장이 취임한 지 6개월 만인 2011년 1월 ‘숙명눈꽃존’을 시작으로 전국 43개 대학 인근에 총 41개 락스타존 점포가 빠르게 생겨났다.

그런데 이 락스타존이 오는 7월 어 회장의 임기 종료와 함께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후문이 돌고 있다. 미래 고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200억 원을 투자했지만 오히려 100억 원의 적자를 내며 KB금융의 수익성을 저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락스타존의 특징은 기본적인 은행서비스 중 예금 등 수신부문은 남기되 대출 등 여신부문을 없앴다는 것이다. 만 18~ 28세인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 락스타존에서 락스타통장을 개설하면 자유입출금식 예금이라도 연 4.0%의 금리(100만 원 이하)를 보장하고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그러면서도 대출 영업이나 방카슈랑스 판매 등 수익이 날 만한 운영은 제한돼 있다. 게다가 미니카페에서 음료를 주고 음악과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시스템과 세미나실을 제공하는 등 무료 서비스를 늘렸다. 은행 수익의 기본이 예대마진과 판매이익인 이상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앞서 어 회장도 락스타존이 은행 입장에서 이익을 볼 수 없는 사업임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어 회장은 KB국민은행이 소위 ‘동네 아주머니’들이 좋아하는 은행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이를 바꾸기 위해 대학교 인근에 락스타존을 대대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금융기관이 추구해야 할 수익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접근했다는 것이 어 회장의 설명이다.
 

인풋 대비 뚜렷한 아웃풋 없어

지금까지 락스타존에 투입된 금액은 임대료와 운영비 등 총 2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일반 지점과 달리 락스타존은 ‘무수익 점포’로 불리며 매해 적자를 내고 있다. 실제로 락스타존 41개 지점에서 수익을 낸 점포는 단 한 곳도 없으며 모든 지점의 적자를 합치면 총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은행권은 추정하고 있다.

락스타존에서만 가입이 가능한 락스타통장에 대한 내부 시각도 회의적이다. KB국민은행에 재직 중인 한 행원은 “높은 금리를 주는 대학생들의 소액 예금은 그 수가 늘어날수록 비용적으로 손해”라며 “게다가 사회초년생이 되어도 주요 거래는 대부분 직장에서 지정된 은행의 급여통장을 통해 이뤄지는 탓에 락스타통장은 혜택만 보는 용도로 쓰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학도 회사처럼 지정된 주거래은행이 있는 탓에 락스타존이 학교 밖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각 대학의 주거래은행은 캠퍼스 내에 입점해 ATM기기 및 학생증과 연계된 체크카드 등 이미 학생들의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든 상태다. 은행별 주거래은행 업무제휴 대학 수는 지난해 2월 기준 신한은행이 100여곳 이상으로 가장 많으며 우리은행 38곳, 하나은행 28곳, KB국민은행 15곳으로 KB국민은행이 가장 뒤처진다.
 

200억 투자했는데 100억 적자 ‘골칫덩이’

어 회장이 상권 비싼 대학가에 야심차게 락스타존을 차린 것도 이를 상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나날이 적자폭이 커지는 바람에 내부에서는 당황하는 모양새다. 아직 어 회장의 임기가 남은 탓인지 대외적으로는 “수익성보다 잠재고객 확보에 의미가 있다”며 캠퍼스플라자 사업단까지 만들어 관리 중이다.

하지만 몇몇 관계자들은 “초기투자비용 대비 효과가 보이지 않는 락스타존은 어디까지나 이미지제고용”이라며 “캠퍼스플라자 사업단을 만든 것도 다른 지점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자가 나서 별도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 내부 관계자는 “락스타 브랜드는 그대로 가져가더라도 락스타존의 경우 차기 회장의 시각에 따라 가장 먼저 철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앞서 이동통신사들이 격돌하던 휴대전화 초창기 시절 각 브랜드존이 시내 곳곳에 만들어졌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어 회장이 중도에 하차하지 않고 임기를 채울지와 더불어 차기 회장이 누구냐에 따라 락스타존의 운명도 갈릴지가 금융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편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마저 내려놓아 어 회장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김 전 회장이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도리라며 사표를 제출했다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이에 대해 어 회장은 민간 금융기관과 미소금융재단은 전혀 다른 경우라며 자신의 중도 사임 가능성을 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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