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대상에서 인수후보자로


- 매물은 ‘이제 그만’…인수후보자와 경쟁자로 재회
- 속내는 “팔리지 않으니 키울 것”… 보고펀드의 역습?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ING생명 한국법인 매각이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현재 인수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들은 한화ㆍ교보ㆍ동양생명 등이다. 이중 동양생명과 한화생명은 지난해 매각대상과 인수후보자로서 만났다가 불발된 경험도 있다. 불과 몇 달 만에 매각대상에서 인수후보자로 변모해 ING생명 매각판을 키운 동양생명의 행보를 짚어본다. 

ING생명 매각이 곧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동양생명이 출사표를 던지는 모양새다. 동양생명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추진설과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전략적 관점에서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KB금융그룹이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다가 무산된 지난해 12월 이후부터 내부적으로 인수를 준비해 왔다. 특히 지난달에는 ING생명 아시아태평양 부문의 고위 임원이 동양생명에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 “ING 인수 검토중”…업계 놀랐다

이번 매각에서 ING그룹은 ING생명 인수에 관심은 있으나 인수자금이 부담되는 후보들을 위해 매각대상 지분을 기존 100%에서 51% 이상으로 변경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매각 절차는 ING생명의 2012회계연도 감사보고서가 나오는 다음 달에 시작될 예정이며 가격은 지분 51% 기준 1조 원 초반대로 예상된다.

만약 동양생명이 ING생명을 인수하게 될 경우 상호 시너지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받고 있다. 동양생명의 상품판매 채널이 방카슈랑스와 텔레마케팅에 집중된 데 비해 ING생명은 직접 판매하는 재무설계사(FC) 조직에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자산규모 15조5000억 원인 동양생명이 22조5000억 원인 ING생명과 합쳐지면 38조 원의 대형보험사로 탈바꿈한다. ‘빅3’인 삼성ㆍ한화ㆍ교보생명과 4위인 NH생명에 이어 국내 5위권 보험사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동양생명과 ING생명 모두 지난해 생보업계 M&A에서 빅딜(Big deal)로 등장한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동양생명 매각 시도에서는 지분의 57%를 보유한 보고펀드가 지난해 5월까지 최종적으로 한화생명과 매각가격을 협상했으나 골프장 인수 문제 등으로 견해차가 벌어지며 결렬됐다. ING생명 역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KB금융이 지난해 12월 이사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결국 인수를 포기하면서 주인을 찾지 못했다.
 

동양ㆍING 빅딜 형제의 엇갈린 운명

결국 매각 대장정을 마무리짓지 못한 두 매물 중 돌연 한쪽이 다른 한쪽을 사들이려고 나선 모양새가 됐다.

뿐만 아니라 한화생명은 한때 사들이려던 매물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동양생명을 제치더라도 다른 인수후보자인 교보생명에 밀릴 경우 영원한 3인자가 되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현재 한화생명의 자산규모는 72조4000억 원으로 교보생명의 66조26억 원과 6조 원가량 벌어진다.

또한 동양생명이 ING생명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금융권은 보고펀드가 동양생명을 크게 키워서 매각할 가능성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고펀드 측에서 “동양생명이 쉽게 팔리지 않을 바에야 ING생명을 인수한 후 동양생명과 합병해 내놓겠다”는 안을 택한 것으로 분석 중이다.
 

동양 쥔 보고펀드, ING도 거머쥘까

한편 보고펀드에 지분을 넘긴 동양그룹이 환매콜옵션을 행사해 동양생명을 되찾아올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동양그룹은 유동성 문제로 계열사를 모두 팔아넘기고 있는 만큼 동양생명의 경영이 정상궤도에 들어선다고 해도 회수 여부는 미지수다.

앞서 동양그룹은 2010년 11월 동양생명의 지분 45.9%를 보고펀드에 매각하면서 2015년 1월에 지분 30%를 일정한 금액으로 되사는 콜옵션을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하지만 보고펀드가 지난해 동양생명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동양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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