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금 멱살잡이 중

[일요서울|박형남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사회 유력층 성(性) 접대 의혹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검경 수사권 다툼, 검찰 내 알력싸움 등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청와대 내 인사들의 보이지 않는 알력싸움까지 일파만파 퍼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잘 보이려고 실적을 내거나 자기 사람을 심으려다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사검증 시스템 문제가 발생하면서 다분히 권력 다툼 성격의 미묘한 갈등도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출발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는 청와대 내 불협화음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 김행 대변인 <뉴시스>
김행 대변인, 윤창중 대변인에 대한 불만 하소연
수석비서관-비서관 행정관 인선 놓고 마찰 빚기도

박근혜 정부가 ‘프레스 언프렌들리(Press Unfriendly, 언론에 불친절한)’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불거진 불통 논란, 각종 인사 구설로 인해 새 정부는 연일 난타를 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청와대 ‘입’으로 불리는 윤창중 대변인과 김행 대변인 ‘투톱 체제’에도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靑, 대변인은 이정현?

‘불통 논란’도 모자라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무엇보다도 청와대 내에서는 두 대변인의 갈등은 오래됐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두 대변인의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며 “윤창중 대변인이 모든 것을 독점하면서 갈등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변인이 인수위 시절부터 보여준 행동을 봤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분위기다. 인수위 시절 윤 대변인은 장관 인선 등을 발표하면서 인선 이유에 대해선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특히 그는 브리핑 때마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저희가 마이크를 드리겠다”, “실례지만 (소속이) 어디시냐”, “이왕이면 앉아서 해 달라”는 등의 발언으로 기자들의 원성을 샀다.

청와대에 들어와서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주재해 약 1시간 10분가량 진행된 수석비서관회의를 5분여 만에 정리했고, 기자들의 질문에는 “더 이상 말씀 드릴 게 없다”는 말만 해 논란을 키웠다. 결국 기자들 사이에서는 “윤 대변인에게 기대할 건 없다”, “받아쓰기하러 왔다”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윤 대변인에 대한 불신이 강하자 기자들은 김행 대변인에게 의존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 역시 민감한 정보에 대해 모르거나 입다물기는 마찬가지. 윤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행사 및 수행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김 대변인이 윤 대변인에게 박 대통령의 행사를 나눠서 수행하고 정보공유 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윤 대변인은 “수석대변인은 나다. 박 대통령의 행사 및 관련 브리핑은 내가 챙길 것이니 김 대변인은 나머지만 책임져 달라”고 김 대변인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더구나 김 대변인이 이러한 불만을 기자 및 주변 인사들에게 토로하면서 ‘윤창중-김행 대변인 갈등설’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 됐다.

그는 “윤 대변인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니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서 “그러다 보니 기자들 전화도 뜸해진다. 브리핑할 것도 없으니 내 브리핑 중 기억나는 것은 청와대 개(박 대통령이 선물로 받은 진돗개 두 마리) 관련 브리핑 밖에 없다고 기자들이 놀린다”고 하소연했다는 후문이다.

윤창중-김행 대변인의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친박 지분도 없는 이남기 홍보수석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바지' 신세로 전락했다는 평이다. 이 수석은 “양 대변인 체제가 득보다는 실이 많은 제도”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대변인 인선 과정에서부터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아 속만 태우고 있는 것이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두 대변인의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대변인들의 갈등으로 인해 ‘불통 논란’이 더더욱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기자들이 왕수석으로 불리는 이정현 정무수석을 통해 취재를 하고 있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수석도 각 언론사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언론과의 접촉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변인들의 역할이 미흡하다보니 이 수석이 대변인 역할까지 모두 다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기자들 역시 “캠프 때부터 이 수석을 통해 취재를 한 만큼 두 대변인보다는 이 수석이 편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청와대발' 관계자는 이 수석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냉소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인선문제로 알력다툼까지

이 뿐만 아니다. 청와대 행정관 인선과 관련해 내부 알력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각 비서실 수석비서관과 비서관들이 정리해서 인사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러한 기류는 사라지고 있다.

실제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수석비서관과 비서관들이 종합해서 인선을 하기보다 이들이 서로 각자 다른 인사들을 추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후문이다. 이로 인해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 총무비서관실에서 추천 인사들의 명단을 일부 돌려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회 보좌진들이 청와대로 차출되면서 각 부처에서 파견된 인사들과의 ‘충돌’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공약 이행 사항 문제를 놓고 이들 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캠프 때부터 활동했던 국회 보좌진은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 사항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한 뒤 각 부처 인사들과 협의하길 원하지만 막상 각 부처 인사들이 청와대에 먼저 파견되면서 공약 이행 사건에 대한 준비가 덜 돼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부처 관계자와 청와대에 입성한 보좌진 간의 마찰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수위에 파견됐던 한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는 조직 강화 등에 관심이 있을 뿐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 사항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며 “검찰의 경우 여성가족부와 한바탕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윤창중-김행 대변인 갈등, 청와대 행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 국회에서 청와대에 입성한 보좌진과 부처 관계자들 간의 갈등 등이 불거지면서 일부에서는 “청와대 2기가 국정감사 이후 들어갈 것”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갈등을 해소하고,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 사업을 강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오랫동안 함께한 측근들의 입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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